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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7일 교육과학기술부는 ‘08년 성과금 지급 계획’을 발표했다. 기본적인 골격만 제시하고, 나머지 구체적인 것은 학교별로 알아서 하라는 식이었다. 이에 학교마다 ‘성과 상여금 산정 위원회(이하 산정위)’를 만들고, 이런 저런 논의를 하고 있다.

 

필자가 일하고 있는 학교에도 ‘산정위’가 만들어졌다. 산정 기준이라는 것을 만들면서 산정위 내부에서 문제가 생겼고, 산정위원 한 명이 자진 사퇴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런 저런 일들을 봉합하며 만들어진 산정 기준이 일반 교사들에게 공개되자 교사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산정 기준의 부당함을 개인적으로 피력하는 교사도 있었고, 속으로 앓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자 산정 기준의 일부를 전체 교사의 의견을 들어서 고치겠다고 한다. 그건 눈가리로 아웅하는 꼴이다.

 

학교에서 일을 분담하고 진행하는 방식은 기계적이지 않다. 일률적인 기준이라는 것이 없다는 말이다. 말 그대로 ‘인간적’인 세상이다. 누가 임신을 했다거나, 몸이 좀 불편하다거나, 육아 문제나 집안 어른의 병고로 어려운 일이 있으면 그나마 좀 쉽다고 하는 업무를 주거나 그나마 여유로운 학년을 배정해 준다. 인사위원회의 기준이 있지만 해마다 희망 학년과 희망 업무, 개인적인 사정을 적어 내고 가능하면 희망을 들어준다. 교육 현장의 제 식구 감싸기는 이런 일처리 방식에서 비롯되었을지도 모르지만, 이런 업무 분담 방식이 비윤리적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이런 풍토에서 기계적인 수치를 정해서 점수를 주고 그 점수에 따라 줄을 세워서 상위, 중위, 하위권으로 나누겠다는 것은 그야말로 누워서 침 뱉는 꼴이다. 스스로를 기만하는 일이다. 비공식적으로 등급화를 거부하는 움직임도 있다. 많은 받는 사람이 많이 받은 만큼 덜 받은 사람에게 주겠다는 것이다. 소수의 그런 움직임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교사들도 있다. 결국 상위 등급을 받은 교사들이 얼마나 참여하느냐 하는 문제인데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그러자 한 선생님이 다음과 같은 글을 써서 선생님들께 보냈다.

 

“차라리 ‘저’에게 C등급을 주세요”

-성과상여금 지급에 대한 이런 저런 논란을 지켜보면서...

 

저는 C등급을 받아도 하나도 억울할 것이 없습니다. 인생에 남보다 13만원 덜 받는 것이 뭐 그리 중요하겠습니까? 지난 일년 힘든 일도 많았지만, 나름대로 보람도 느꼈고, 즐거운 일도 많았습니다. 그것으로 족합니다. 누가 저에게 C등급 교사라고 딱지를 붙인다해도 저는 열심히 공부했고, 열심히 살았기 때문에 개의치 않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수업시수가 23시간이어서, 비담임으로 생활지도를 하지 않아서, 업무분장도 쉬운 것을 맡았지만 출산휴가를 썼기 때문에, 호봉이 낮아서 C등급을 받는 것이라면 사양하겠습니다. 한 아이를 평가할 때 시험 점수로만 바라볼 수 없듯이 교사가 하는 일을 그렇게 기계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6학년 23시간이나 1학년 22시간이나 모두 똑같이 힘듭니다. 6학년 영어를 가르치다 3학년 영어를 가르치면서 전신반응교수(TPR)법을 쓰니 훨씬 더 힘듭니다. 목도 더 아픕니다. 기계적 수치로 평가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13만원, 1만원 차이나는 것 때문에 이렇게 학교에 분란이 생기고 몇 번씩 회의를 하고 뒤집고 하는 것에서 서로 다들 하고 싶은 말이 쌓여가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는 선생님들의 마음을 믿습니다. 불신은 점점 벽을 쌓지만 우리에게는 적어도 정직하게 자신을 평가할 수 있는 양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 성과상여금 지급에서는 학년 배정을 하듯이 개인의 정직한 평가를 반영하지 못하나요? 저는 선생님들께 스스로의 등급을 평가해 보시라고 권하면 아름다운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믿음이 있습니다.

 

지난 한해 열심히 가르쳤다고 생각하지만 저는 C등급을 받겠습니다. 남에게 갈 것을 내 것으로 채우는 것보다 차라리 주는 쪽이 훨씬 여유 있기 때문입니다. 그 돈이 없어도 얼마든지 잘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선생님들 모두가 그런 마음일 것이라고 믿습니다. 다만, 우리가 돈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논리에 휘둘리다 서로 상처를 받을까 염려스럽습니다. 이렇게 정부의 논리를 받아들이는 것이 교원평가로 가는 지름길이 되지 않을까 염려스럽습니다.

 

이 글을 읽은 교사들의 선택은 어디로 향할까? 가끔 우리들은 나무를 보면서 숲을 보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범한다. 아름다운 현실은 숲을 볼 수 있을 때 당당히 자기가 보고 있던 나무에서 시선을 멀리하는 것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글은 기독교인터넷 신문 뉴스앤조이에도 송고할 예정입니다.


#성과상여금#성과금#교원평가#신자유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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