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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녹색의 둥그런 구리 광석 조각

 

.. 알파벳 다음에는 녹색의 둥그런 구리 광석 조각, 터키석, 작은 금덩어리를 꿰었습니다 ..  <먼 옛날 와가이 강가에서 생긴 일>(러드야드 키플링/정회성 옮김, 서강출판사,2008) 89쪽

 

 “구리 광석(鑛石) 조각”은 “구리조각”이라고 적어도 됩니다. ‘터키석(Turkey石)’은 ‘터키돌’로 손봅니다.

 

 ┌ 녹색(綠色) : 파란색과 노란색의 중간 색

 │   - 짙은 녹색 / 녹색 물감으로 나뭇잎을 색칠하였다 /

 │     나무 모양이 아름답고 잎에 윤이 흘러 녹색이 유난히 곱다

 │

 ├ 녹색의 둥그런 구리 광석 조각

 │→ 푸르고 둥그런 구리조각

 │→ 푸른빛이 도는 둥그런 구리조각

 └ …

 

 지난 2003년에 정부표준으로 해서 ‘녹색’은 일본 빛이름이니, 이 낱말은 써서는 안 된다고 나왔습니다. 그러면서 ‘초록’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녹색’이나 ‘초록’이나, 우리 빛이름 ‘풀빛’을 가리키는 말이니, 둘 모두 털어내어야 할 터이나, ‘초록’은 못 털고 ‘녹색’ 하나만 털었습니다. 그래도 이만큼 털어낸 모습은 반갑습니다. 한 걸음도 아닌 반 걸음이지만, 이 반 걸음이나마 차근차근 걸어갈 수 있으면 됩니다.

 

 ┌ 짙은 녹색 → 짙은 풀빛

 ├ 녹색 물감으로 → 풀빛 물감으로

 └ 녹색이 → 풀빛이

 

 그런데 다섯 해가 지나도록 ‘정부 국어사전’ 말풀이는 달라지지 않습니다. 이렇게 바뀐 흐름은 안 잡아채었기 때문일까요.

 

 정부 스스로 마련한 빛이름 틀거리는, 곧바로 정부에서 엮은 국어사전에 담겨야 합니다. 이런 틀거리가 제대로 담겨야, 정부 국어사전 맞춤법을 살피면서 어린이책을 엮어내는 출판사에서도 제대로 된 말을 쓰려고 애쓸 수 있습니다. 책을 엮는 사람이 곁에 두고 있는 국어사전 말풀이가 엉터리로 되어 있다면, 책에 담기는 말도 엉터리에서 벗어나기 힘들어요. 이렇게 되면, 이와 같은 책을 사서 읽는 사람들 말씀씀이가 어찌 될까요.

 

 ┌ 푸른 혁명 / 풀빛 혁명

 └ 녹색 혁명

 

 우리 삶터를 좀더 알뜰하고 아름다이 가꾸고자 힘쓰는 분들도 ‘녹색’에서 벗어나 ‘푸른’ 모습을 찾아야 합니다. ‘녹색 정치’가 아닌 ‘푸른 정치’입니다. ‘풀 綠 + 빛 色’으로 된 ‘녹색’을 쓰는 일에는 거리끼지 않으면서, ‘풀빛 정치’라는 말은 어색해 한다면, 우리 스스로나 우리 이웃한테나 살갑고 사랑스러운 이야기를 건넬 수 없는 노릇입니다.

 

ㄴ. 녹색의 밭

 

.. 그 바로 아래 펼쳐지는 녹색의 밭. 뒷산에서 들려오는 뻐꾸기, 꾀꼬리, 개똥지바퀴, 매미의 울음소리 ..  <인생이라는 이름의 여행>(고히야마 하쿠/양억관 옮김, 한얼미디어,2006) 170쪽

 

 “매미의 울음소리”는 “매미 울음소리”로 고쳐 줍니다. 또는 앞말 흐름을 헤아리면서 “매미 들이 우짖는 소리”로 고쳐 봅니다.

 

 ┌ 녹색의 밭

 │

 │→ 푸른 밭

 │→ 푸르디푸른 밭

 │→ 짙푸른 밭

 └ …

 

  골프라는 운동을 즐기는 분들은 ‘녹색’이라는 말도 안 쓰고 ‘그린(green)’이라는 말만 씁니다. 마치 ‘그린’이라는 서양말이 대단한 “골프 전문 낱말”이라도 되는 듯 잘못 알면서 이런 말을 씁니다.

 

 ‘녹색’운동을 하고, ‘녹색’혁명을 말하며, ‘녹색’당을 꾸리고, ‘녹색’연합으로 일하는 우리들 또한, ‘녹색’이라고 말해야 비로소 “자연 삶터를 아끼거나 사랑하는 매무새”를 담아낸다는 듯 잘못 헤아리고 있습니다. 우리 말은 ‘푸름’과 ‘풀빛’입니다.

 

 ┌ 풀빛모임 / 푸른모임 / 자연사랑모임 ← 녹색연합

 ├ 풀빛당 / 자연사랑당 ← 녹색당

 └ 자연사랑 정책 ← 녹색정책

 

 풀이기에 풀빛입니다. 풀이기에 풀을 보는 아이들은 “이야, 푸르다!” 하고 외칩니다. 잎사귀가 우거진 나무로 가득한 숲을 바라보는 아이들은 “우와, 푸르구나!” 하고 소리칩니다. 그런데, 이 땅 이 나라에서 살아가는 어른들은 무슨 빛깔을 보고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까.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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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씨 ‘-의’#우리말#우리 말#-의#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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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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