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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모든 주권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대통령도 국민의 선택에 의하여 집권하였다. 민주주의 정치에는 항상 대립과 경쟁을 하는 정치세력이 있다. 그리고 국민은 때에 따라서 각기 다른 선택을 하곤 한다. 그래서 정권이 바뀌는 일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바뀔 때마다 정치보복이 발생한다면 그 나라는 사회적 혼란의 비용을 추가로 부담해야 할 것이다.

 

전정권을 대하는 태도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식을 하는 자리에서 노무현 전대통령을 거명하며 5년 동안 고생하셨다며 참석자들의 박수를 유도하였다. 참으로 흐뭇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또 당선자 시절에는 '앞으로 전직 대통령이 예우받는 전통을 세우겠다'고 발언한 일이 있다. 서로 대립하는 정치세력을 대표하는 입장에서 서로를 그렇게 존중하는 모습은 당연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취임 후 집권세력의 태도는 전혀 달라지고 말았다. 물론 한나라당이 야당 시절에는 더 말할 필요도 없이 저주에 가까운 비난을 퍼부었다. 그렇다면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운운하고 청중의 박수를 유도하던 모습은 단지 제스춰에 불과했다는 것인가? 정권이 출범한 지 6개월이 넘어가는 지금의 시점에서 한번쯤 돌아볼 일이 아닌가 여겨진다.

 

첫째, 전정권이 임명한 사람들을 쫓아내고 있다. 시작부터 법으로 임기가 보장된 사람들을 전정권이 임명했다는 이유로 갖은 압박을 가해서 내쫓았다. 그리고는 그 자리에 자신들의 사람을 앉히는데 바쁘다. 이 일은 전정권에 대한 감정의 문제를 넘어 법을 지키는 의미에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 일로 사회적 갈등이 증폭되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둘째, 전직대통령 기록물에 대한 태도이다. 자신들이 필요없다며 거절한 것까지 모두 전정권의 책임으로 돌렸다. 또 법적으로 보장된 열람권을 확보해줄 어떤 노력도 없었다. 심지어 국가기록원의 홈페이지에 버젓이 전직대통령이 사본을 발급받을 수 있다고 게시되어 있었음에도 불법유출의 혐의로 몰아갔다. 비서관이나 행정관들을 수사하고, 심지어 기밀이 유지되어야 할 기록물에 대하여 검찰은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있다.

 

셋째, 측근들의 비리를 파헤치는데 골몰하고 있다. 범법행위가 있음에도 눈감아줘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잘못이 있으면 처벌받아 마땅한 일이다. 그러나 특별히 전직 대통령의 주변인물을 열심히 파고 있는 모습은 의도가 있어 보인다. 그 목적이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것이든 복수심의 발로이든 비판받아 마땅하다. 전정권을 흠집내려고 일부러 집중해서 그 쪽을 파는 것같다.

 

넷째, 미국산 쇠고기 문제에 대한 설거지론이다. 많은 사람들이 납득할 수 없는 논리임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전정권이 저질러놓은 일이라 자신들은 책임이 없다는 태도가 집권세력의 자세라니 놀라울 뿐이다. 서로 대립되는 정치세력이면서 오히려 전정권의 핑계를 대는 모습은 무척 궁색해 보인다.

 

다섯째, 노무현 전대통령과 연이 있는 기업이나 단체들이 세무조사를 받거나 사정당국의 수사를 받는 일이 자주 보도되고 있다. 이 문제는 다른 정치적 목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별로 없다. 오로지 전정권과 가까웠던 사람들에 대한 보복의 성격으로 의심받을 여지가 크다.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매지 말라고 했지 않았는가? 불필요한 의심을 피하려는 노력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그렇게 보여지기를 바라는 것처럼 보일 정도이다.

 

그렇게 전정권을 대하면서도 전직 대통령의 생일날 꽃을 보내는 것은 또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국민에게 넓은 도량이 있다고 과시하기 위함인가? 차라리 일관성을 보이는 쪽이 국민의 공감을 얻기에 적절할 것이다.

 

방송을 대하는 태도

 

참여정부는 이른 바 조중동과 집권기간 내내 대립하였다. 상대적으로 방송의 경우는 그런 메이저 신문에 비하여 정권에 우호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KBS와 MBC의 경우는 메이저 신문들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한나라당에 상당한 비판을 가함으로서 정권을 편들었다고 평가하는 사람도 있다. 물론 방송이 중립을 크게 벗어난 것은 아니라는 평가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별히 평가가 엇갈리는 부분은 지난 2003년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다룬 방송들이다. 당시 방송들은 편성상 탄핵을 높은 비중으로 다뤘다. 또 탄핵을 반대하는 여론이 압도적으로 전달된 것도 사실이다. 이것을 한나라당은 편파적이라 주장하였다. 그러나 사상 처음인 대통령의 탄핵사태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사안의 중대성 때문에 불가피하며, 반대여론이 압도적인 상황에서 찬성여론을 반영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평가도 있다.

 

이명박 정권이 취임한 후 방송에 대한 태도는 사뭇 긴장감이 감돌았다. KBS 정연주 전사장에 대한 전방위 사퇴압력이 있었다. 감사원 감사를 당겨서 실시하고 해임까지 하였다. 그리고 지금 그는 검찰의 사법처리를 밟고 있는 중이다. 한나라당과 사이가 좋지 않은 이사를 해임하고 이사회를 장악하였다. 우여곡절 끝에 신임사장을 임명하였는데, 신임사장은 일부 프로그램이 불공정했다며 폐지할 것을 암시하였다. 결과적으로 피의 보복이 이루어진 셈이다.

 

MBC의 경우도 심상치 않다. PD 수첩에 대하여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광우병 관련 방송내용을 문제삼고 있다. 전례가 없는 일이다. 또 민영화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어서 사회적 논쟁거리가 만들어졌다. 심지어 신문사의 방송겸업을 허용하려는 움직임까지 가시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다른 의도가 담겨 있겠지만 이 또한 보복의 일환이 아닌지 의구심이 있다. 미국산 쇠고기 문제로 국민에게 곤혹을 치른 대가로 보복하는 것은 아닐까?

 

인터넷을 대하는 태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 조건협정과 관련하여 촛불이 일어났다. 특히 다음 아고라를 중심으로 촛불여론이 모아지고 광장으로 모이게 된 것이다. 여기에서 파생하여 발생된 문제가 조중동 광고주에 대한 광고중단 압박이었다. 정권이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던 것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그 이후 인터넷에 대한 규제론이 본격화되었다. 특히 포털에 대한 과도한 규제논란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반발을 사고 있는 실정이다. 인터넷 포털에 대한 정권의 피해의식을 대변하고 있는 듯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또 조중동 광고중단 운동을 하던 사람들을 무리하게 출국금지시키고 압수수색을 단행한 것 등은 이상한 일이다. 소비자로서 소비자 주권을 집단으로 행사하는 일이 과연 영업방해이고 불법행위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특히 출국금지나 압수수색의 대상이 되고 무리하게 구속영장까지 청구할 일인지는 더욱 의심스럽다.

 

촛불시위의 배후를 밝힌다며 네티즌을 압박한 것도 그렇다. 우리의 헌법에는 포괄적으로 집회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다. 그런 집회를 오히려 제한하고 있는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이 위헌소지를 갖고 있다. 그런데 경찰이 자의적으로 불법집회라 규정하고 그런 불법집회를 발의하고 장소를 정하여 공지한 사람들을 배후세력으로 지목되어 곤혹을 치르고 있다. 경찰의 이런 행위는 국민의 집회의 자유를 현격히 제한할 가능성이 높다. 촛불여론에 대한 보복이 아니고 무엇인가?

 

복수는 나의 것?

 

이렇게 나열하고 보니 현정권의 행태와 어울리는 영화제목이 떠 오른다. <복수는 나의 것>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그 영화를 보지도 않았고 또 그 내용을 여기서 다룰 생각도 없다. 다만 현상이 그 영화의 제목을 상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정권에 보복하고, 전정권에 봉사한 자들에게 보복하고, 전정권에 우호적인 세력에 보복하고, 전정권을 비판하지 않았다고 보복하고, 자신들을 비판했다고 보복하고... 보복과 보복의 연속이라는 느낌이 있다. 어찌 그리 보복할 일이 많은지 모르겠다.

 

이런 식의 태도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모든 일이 그 자체로 부작용을 낳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나하나 부작용을 각오하고 하는 일이라면 할 말조차 마저 잊어버리게 될까 두렵다. 그러나 확실히 복수는 또 복수를 낳는 법이다.

 

전정권에 대한 보복은 극심한 정치적 대립을 낳는다. 또 국민은 각기 분열하여 서로 삿대질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법에 명시된 임기를 보장하지 않고 쫓아내는 것은 향후 그러한 좋지 못한 관행을 만드는 행위이다. 언론을 권력이 통제 또한 제압하는 것은 건전한 비판를 뿌리뽑는 일로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다. 인터넷과 네티즌에게 재갈을 물리려 해서는 국민과 대립을 격화시킬 뿐이다.

 

모든 일을 자신들이 유리한 입장에서만 해석할 것이 아니라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 전정권을 흠집내고 보복하여 얻을 이익보다 포용하여 국민적 화합을 도모하는 쪽이 국익에 부합한다. 법을 어겨가며 무리하게 쫓아낼 것이 아니라 점차 임기가 도래하면 교체하는 것이 옳다. 방송을 장악할 것이 아니라 방송이 비판할 꺼리를 만들지 않으려 노력해야한다. 인터넷에 떠도는 것도 국민의 여론이다.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국가권력, 지방권력, 의회권력, 지방의회까지 모두 장악한 마당에 그리 옹졸한 태도를 보여서야 되겠는가? 대한민국 최고의 권부를 생각하며 영화 '복수는 나의 것'이라는 제목을 떠올리는 심정은 씁쓸하기 그지없다. 부디 옹졸한 정권이 되는 일은 그만했으면 좋겠다.

 

참고로 전두환 정권이나 박정희 정권을 교훈삼았으면 좋겠다. 모든 언론을 장악하고 심지어 무력으로 국민을 겁주고도 국민에 의하여 정권이 무너졌음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그러한 방식의 폭압은 후에 더한 폭압을 부를 뿐이다. 복수가 아닌 상생과 화합이 그리운 때이다. 폭압이 아닌 부드러운 리더쉽이 그리운 때이다.

덧붙이는 글 | 노사모에 함께 올립니다.


#정치보복#전정권 때리기#방송장악#인터넷 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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