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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

 

탑골공원 노인들은

오랜 세월 삶의 흔적 얼굴에 다 쓰여 있다

제 각기 다른 길 걸어 와

이제 생의 마지막 무대 이 공원에 나와

연극의 대미를 장식하고 있다

고향이 다른 사람들

하던 일이 달랐던 사람들

마지막 무대 주인공 되어 저마다 연기에 열중하고 있다

아무도 말은 않지만

저마다 가슴엔 오랜 기억들 물살 일으킨다

영광의 순간에 회심의 미소 짓고

부끄러운 기억 떠올라 씁쓰레한 미소

삶이 욕심대로 되지 않는 것 비로소 깨달았을 것이다

저 노인들에게도 꿈은 있다

크고 작은 노인들의 꿈

꿈이 없으면 어찌 하루라도 살 수 있단 말인가

죽는 날까지 하루하루 삶의 감동 표현하는

예술가의 혼을 가진 노인도 있을 것이다

가야할 길 열심히 가다가 목적지 가까이 오면

나도 저 노인들 틈에 끼어

지상의 마지막 무대 오르기도 할 것이다

저 마지막 무대에서 난 어떤 배우 되어

어떤 연기 펼치며 무대를 장식하게 될까

8월 하순 대지는 여전 후끈 달아오른다

생명을 발산하라는 신호일 것이다

 

- 최일화
 

시작노트

공원에 모여 있는 노인들을 보면 저 분들의 모습이 바로 내 모습이란 생각이 든다. 조금 시차가 있을 뿐 내가 나이 들어 직장 내놓고 자식들 다 분가해 나가면 나는 세상에 덩그러니 남아 갈 곳 몰라 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도 같은 세월을 살아온 동년배가 있는 공원으로 나도 몰래 발걸음을 옮기기도 할 것이다.


#탑골공원#마지막 무대#노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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