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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박사의 연구재개가 결국 불발하였다. 1일 보건복지부에서는 그가 신청한 체세포배아 복제 연구를 불허하기로 결정하였고, 결국 황우석 박사팀이 2년동안 준비한 부활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황우석 박사를 모르는 한국인은 없다. 줄기세포 연구를 통하여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고, 한국인들에게 자긍심을 안겨주었으며, 일각에서는 그의 노벨 의학상 수상을 점치기까지 할 정도였었다. 지금도 그의 연구업적 중에서 일부는 학계에서도 무조건적인 부정을 하지 않고 있으며 그 뛰어남을 인정하고 있긴 하지만, 과거 허위논문 파장으로 인하여 다시 학계로 복귀하기엔 어려워 보인다.

황우석 박사의 연구가 멈춰진 지 벌써 2년이 지났다. MBC <PD수첩>이 그의 허위논문에 대해 대대적인 보도를 하여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고, 국민들을 충격으로 밀어 넣었다. 그리고 이게 사실임이 밝혀짐으로써 온 세상이 경악하게 되었고, 그렇게 황우석 박사는 매장되었다.

그러한 그의 부활이 다시 좌초되면서 이에 대한 말이 많다. 네티즌들의 반응을 보면 대체적으로 황우석 박사를 옹호하는 의견이 많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옹호하는 의견을 살펴보면 황우석 박사의 연구 성과 중 인정할 부분은 인정해야하고 명예회복의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하는 이들은 윤리적인 문제와 학자로서의 신뢰를 잃어버린 이에게 중요한 연구를 맡겨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찬성 측에서는 한국의 현실을 개탄하면서 되려 황우석 박사에게 외국으로 가라는 말까지하고 있다.

비록 과학을 공부하는 이는 아니지만, 학문을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황우석 박사를 볼 때마다 여러 생각이 든다. 각자의 가치판단 기준에 따라 그에 대한 평가도 다르겠지만, 나로서는 그에 대해서 반대 입장을 취한다. 그 이유는 그를 볼 때마다 떠오르는 '후지무라 신이치'라는 일본 학자 때문이다.

전 세계를 놀라게 한 황금의 손, 후지무라 신이치

'후지무라 신이치(藤村新一)'라는 고고학자가 있다. 그는 도호쿠 구석기문화연구소 부이사장으로 있었으며, 말 그대로 고고학계에선 '황금의 손'으로 통하였다. 그 이유는 그가 가는 곳마다 석기들이 발견되었고, 그로 인하여 그가 발굴을 참여한 곳마다 일본의 구석기 역사를 바꾸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일본 구석기는 중국이나 한국에 비하여 그 역사가 매우 늦었다는 것이 학계의 지론이었다. 하지만 후지무라 신이치가 발굴을 할 때마다 여러 석기들이 쏟아지면서 그러한 상식들이 점차 깨지기 시작하였다.

1980년대만 하더라도 3만 년 전을 앞서는 유적이 없다는 게 정설이었으나 '바바단(馬場壇) A지점;이라는 유적의 지층에서 23점의 석기가 발견되었는데, 이들은 3만 년 전을 앞서는 것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그 후 미야기현과 도호쿠 지방 일대에서 3만 년 전보다 이른 시기의 유적들이 보고되었고, 86년 무렵에는 일본에서도 10만년 단위로 셈 할 수 있는 구석기 유적이 존재한다는 게 기정사실화 되었다.

이러한 발굴 중에서 가장 중요한 발굴 중 하나가 1995년에 발굴된 '가마다카모리(上高森) 유적'이다. 60만 년이 되었다고 하는 퇴적층에서 여러 석기가 발견되었는데, 이들은 놀랍게도 하나의 수혈, 즉 작은 구덩이 속에 가지런히 보관되어 있었다.

전 세계는 이를 보고 경악 할 수밖에 없었는데, 전 세계적으로 이러한 발견은 그 유례를 찾아 볼 수도 힘들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경우 석기가 이런 식으로 정교하게 보관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시피 하며, 몸돌이 있다면 거기에서 떼어낸 작은 돌들인 격지들도 주위에 여럿 흩어져 있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다. 그러한 점에서 가마다카모리 유적은 선사인들의 지적 능력이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상회하였다는 것을 그대로 증명해 주었다. 그리고 일본 내에서도 호모 에렉투스가 존재하였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증거라고 하여 이 발견을 높게 평가하였다.

전 세계를 경악시킨 희대의 역사 사기꾼...

2000년 11월 5일, 일본에서는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는 뉴스가 터졌다. 일본 고고학계는 물론이거니와 세계 고고학계에도 적잖은 충격을 준 뉴스로, 그 뉴스는 일본의 유명 고고학자, 즉 후지무라 신이치가 20년에 걸쳐서 유적들을 날조하였다는 사실이다.

이런 충격적인 보도를 한 언론은 바로 <마이니치신문>. <마이니치신문>은 이전부터 이 사건의 냄새를 맡고 조사를 하고 있었다. 9월 5일 새벽, 후지무라 신이치가 '소신후도자카(總進不動坂) 유적'에서 수상한 행동을 하는 것을 비디오 촬영을 해 놓았으며, 10월 22일에는 결국 후지무라 신이치가 가마다카모리유적에서 석기들을 땅에 묻는 모습을 그대로 촬영하는 데에 성공하였다.

이러한 일련의 행위가 언론에 알려지면서 일본 전체가 발칵 뒤집어졌다. 그동안 일본 교과서에까지 게재된 상당수의 구석기 유적이 가짜라는 게 밝혀지고 일본 구석기는 물론 고고학 학문의 체계 자체가 흔들리게 되었다. <마이니치신문>의 보도가 나가자 1주일 뒤 일본고고학협회는 후지무라 신이치를 학회에서 축출하고 특별위원회까지 만들어서 조사에 착수하게 된다.

조사에 착수하고 나서 더욱 더 엄청난 결과가 밝혀지게 된다. 2003년 5월 24일의 발표에 의하면 그가 관여한 168개의 유적이 모두 다 날조되었다는 것이 확인 된 것이다. 이로써 일본 고고학의 신뢰도는 땅으로 떨어지고 전 세계적인 뉴스거리가 되었다. 그리고 일본의 폐쇄적인 학풍에 비판이 일었으며, 후지무라 신이치가 아닌 다른 학자에게도 날조의혹이 제기되자 그가 자살해버리는 사건까지 생기게 되었다.

당시 일본이 본 피해는 어마어마하다. 발굴 재조사를 들어가면서 들어간 돈 또한 만만찮을뿐더러 학계에서는 물론 세계적인 신뢰도에도 금이 갔으니 말이다. 그리고 교과서의 수정, 후지무라 신이치가 낸 책이 있는 출판사의 대대적인 책 환수 조치, 그 출판사 편집이사의 자진 사퇴 등등 여러 사건이 도미노처럼 이어졌다. 일본은 이 사건 이후 구석기 유적에 대해서는 보다 철저하게 조사를 하고 있으며 아직까지도 스스로 뼈저린 반성을 하고 있다.

황우석, 왜 그를 보면 후지무라 신이치가 떠오를까?

황우석도 위의 공식과 크게 다를 바 없다. 그 또한 줄기세포 배양에 성공하였다고 하면서  외국의 유명 과학잡지인 <사이언스>에 보도하고 언론에 대서특필 되었다. 이로써 그는 영웅이 되었다.

하지만 그의 연구 성과에 대해 미심쩍은 부분이 있었기에 그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게 된다. <PD수첩>은 이를 집중적으로 다루면서 보도를 하지만 처음에는 국민들의 강한 반발을 받으며 외면받아 심지허 광고중단 사태까지 나오게 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황우석 박사에게 불리한 내용들이 알려지게 되고 결국 황우석박사가 난자 채취 과정에서 윤리적 문제점이 발견되었다는 점, 그리고 허위논문이 작성되었고 줄기세포가 없었다는 발표가 나오게 되었다. 결국 황우석박사는 학계에서 추방당하게 되었다.

8년 전 일본, 그리고 2년 전의 한국. 두 사건 다 세계를 놀라게 한 사건이고 희대의 사기극으로서 기억되고 있다. 다만 차이점은 일본에서는 그 과오에 대해 깨끗하게 인정하고 원점에서 모든 조사를 다시 시작하여 문제점을 스스로 극복해 내었다는 점, 하지만 한국은 아직도 황우석 박사에게 미련을 가진 이가 많으며 이에 대한 대립이 첨예하다는 점이다.

학자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다. 학문은 신뢰를 바탕으로 이뤄지며, 그 신뢰가 무너지는 순간 학문의 기둥이 무너진다. 그리고 그러한 신뢰가 무너졌을 때엔 스스로 다시 신뢰를 세우기 위하여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황우석 박사를 개인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그 능력이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을 기억하자. 진정한 소탐대실(小貪大失)이 무엇인지 말이다. 신뢰를 작은 것이라고 생각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학문을 이루는 게 신뢰이며, 이러한 신뢰를 저버릴 경우 국제적으로 고립되고 무시된다는 점 또한 똑똑히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제는 우리도 과거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다시 맨손에서 시작해야 할 때가 아닐까? 그리고 황우석 박사도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윤리적인 의무를 지키며 이제는 그의 연구 성과를 후학들에게 물려줄 때가 아닌가 싶다.


#황우석#후지무라 신이치#줄기세포#고고학#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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