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시위가 한창이던 때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이제 촛불 시위를 그만두고 촛불을 꺼야할 때인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서 목사님께서는 동의하십니까?”

 

단도직입적으로 여론을 묻는 북한 말투의 여성의 목소리였다. 순간적으로 스쳐지나가는 생각이 촛불시위를 그만 두어야 할 때라는 것을 보면 반정부주의자는 아닌 것 같고 친정부주의자 입장에서 여론을 조성하는 것 같은데, 도대체 어떤 의도로 묻는 것일까라는 것이었다. 

 

내가 그 여성분에게 반문을 했다.

“왜 어떤 의도로 묻는 것입니까? 또 여론을 조사하는 기관이 어떤 단체입니까?”

 

그 여성분의 답변은 이랬다. 

 

“우리는 기독교사회책임이라는 단체고 서경석 목사님을 대표로 한 전국 약 450명의 목사님의 조직을 갖춘 단체입니다. 장로 대통령을 세웠으니 우리 기독교가 먼저 정치가 안정되도록 촛불을 꺼야할 때입니다. 그래서 목사님들의 여론을 묻고 있습니다.”

 

그의 말을 듣고 내 생각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나는 귀 단체의 뜻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지금 범 종단적으로 나서서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여론이 들끓는 이 시점에 촛불시위를 그만 두자는 표현과 찬물을 끼어 얹는 여론조성과 시국을 직시하지 못하는 귀 단체의 모습은 어용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으며 더구나 현재 이 정부가 독선과 오만한 모습으로 치닫고 있는 지금, 더욱 촛불을 밝혀 각성할 수 있도록 국민의 힘과 교회의 힘을 결집하여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절대로 나는 귀 단체의 어용적인 모습에 동의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 후 며칠이 지나서 여러 선후배 목사님들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 남목사님도 촛불시위 그만하라고 동의하셨네요.”

“아니! 난 분명히 반대한다고 표명했는데... 왜 내 이름이 그곳에 들어가 있지요?”

“오마이뉴스, 뉴스엔조이 등에 45,000명의 목사님들에게 여론조사를 했는데, 9,100여명이 동의한 것으로 그 연명자의 이름이 올라와 있습니다. 그 중에 남 목사님도 연명한 것으로 기록되어있는데요.”

 

그 전화를 받은 후에 신문에 들어가 보니 아니나 다를까, 선후배 목사님들의 말대로 3,500번째 연명자로 내 이름이 올라와 있었다. 당장 항의하기 위해 전화를 했으나 일주일동안 ‘기독교사회책임’ 사무실에서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답답한 심정으로 '기독교사회책임'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나 외에도 이름을 도용 당해 항변하는 글과 그에 따른 여론조사의 부당함을 항변하는 글이 쇄도해 있다.

 

계속 전화통화를 시도한 결과 겨우 29일에서야 통화가 되어서 ‘기독교사회책임’ 간사와 통화를 할 수 있었다. 사무총장(김규호 목사)에게 말씀 드려 전화를 목사님께로 드리겠다는 간사의 말을 믿고 전화를 끊었는데 지금까지도 깜깜 무소식이다.

 

‘기독교사회책임’이란 이름 자체가 무색하다. 동의하지 않은 사람의 이름을 도용하면서까지 책임질 수 없는 여론조사를 행하고 그 후에 무엇을 얻고자 함일까?

 

이름을 도용당해 항변하는 목사님들 가운데 왜 동의하지 않았는데 내 이름이 들어가 있느냐고 물으면 "동명이인"이라는 답변으로 물음을 일축하면서 들끓는 여론을 잠재우려고 한다.

 

또 동명이인이면 같은 이름을 가진 목사님의 인적사항을 알려달라고 요구하는데도 '기독교사회책임'측은 상대방의 개인 신상이기 때문에 인적사항을 알려줄 수 없다고 짧게 한마디 답변한다.

 

최소한 여론조사를 하고 연명을 한다면 전화번호는 아니더라도 교회명이라도 함께 알려야 연명이 되는 것이고 공신력 있는 여론조사가 아니겠는가. 기독교 입장에서 사회를 책임지는 단체로 서고 싶다면, 올바르게 여론조사하는 방법부터 배워야 할 것 같다.

 

45,000여 명의 목사님들께 전화를 걸어 9,100명의 찬성(약20%)을 받아냈다고 부풀린 숫자에 만족하며 여론을 오도하고 있는데, 단 한 명의 의견을 묻더라도 분명한 답을 들어야 할 것이고 이 여론에 대한 책임은 분명히 져야 할 것이다. 또 이러한 여론조사를 통해 정당하고 공의로운 실체가 오도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앞으로도 사회 이슈가 대두될 때마다 ‘기독교사회책임’ 대표자 서경석 목사는 어용적인 표현을 쏟아 놓을 것이고, 또 그 수하에 있는 ‘기독교사회책임’은 이런 방식으로 계속 여론조사를 행하면서 자신들이 사회를 책임지고 이끌어 가는 기독교 대표적인 단체인 양 여론을 조성하지 않겠는가하는 염려와 우려를 금할 수가 없다. 

 

진정으로 이 사회를 염려하면서 현실을 책임지겠다면 이 시회나 국가가 “오직 정의를 물같이 공의가 마르지 않는 강물같이 흐르게 되도록” (암5:24) 기도해야 한다. 특히 정치하는 위정자들이 오만과 독선과 야비함에 빠져 잘못된 정치 행각을 보이지 않도록 외치는 목회자요, 기독교 단체가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하는 생각을 해본다. 

 

전주성덕교회 남기인 목사  


#없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