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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80, 90년대 가투의 풍부한 경험과 연륜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었다. 26일 촛불집회에 참가한 전대협 깃발의 40대들이 조직적이고 용의주도하게 초동 대오를 형성하는 모습은 경이로울 정도였다.

 

 

이날 오후 6시경, 파고다공원 앞에서부터 모이기 시작한 이들은 어느 정도 사람이 모이기 시작하자 종로 3가 방향으로 가두행진을 시작했다.

 

"독재 타도"  "이명박은 물러가라" 

 

그런데 이들이 외치는 구호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대열 맨 앞에서 한사람이 선창하면, 대열 전체가 따라 외치는데 일사불란함과 박자가 일정하다. 80, 90년대에 많이 듣던 가락(?)이다.

 

 

약 200명 가량의 적은 숫자로 도로를 점거하고 가두집회를 하기 위해서는 나름대로 전술이 필요했다.

 

처음 종로 3가 방향으로 행진을 하자 경찰은 순식간에 앞 뒤로 포진하고 이들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숫적으로 열세인 이들은 재빠르게 회의를 마치고 일시에 흩어져버렸다. 시위대가 순식간에 시장 안으로 스며들어버려 이들을 쫓던 경찰은 닭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되어버렸다.

 

 

시위대들이 사라지면서 6시 30분에 인권위원회 앞에서 다시 모이기로 했다. 6시 30분이 되자 흩어졌던 시위대들이 모여서 다시 종로 1가 방향으로 자리를 옮겨 대열을 만들었다.

 

이들이 이 장소에서 대열을 형성한 것은 청계광장에서 문화행사를 하고 있는 대열과 합류하기 쉬운 위치이기 때문이다.

 

전대협의 주도로 종로 1가 큰길을 확보하자 경찰은 곧바로 시위대를 밀어붙여 청계천 방향의 작은 길로 밀어냈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시위대간의 밀고 밀리는 공방전이 계속 이어졌다. 이러는 사이 청계광장에서 문화행사를 하던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합류하면서 시위대가 힘을 얻기 시작했다.

합류한 숫자가 많아지자 이들은 다시 경찰을 밀어붙여 결국 종로 1가 큰 길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명박정권이 80년대 방식으로 촛불을 탄압하는 이 마당에, 전대협의 80, 90년대 가투의 경험은 촛불을 지키는 데 큰 힘이 되고 있다. 80년대식 탄압에는 80년대식 전술이 유효하다는 아이러니가 실소를 머금게 한다.

 

 

 

 


#촛불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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