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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독도 문제에 관해 "뒤에서 총질하는" 일부 언론이 있다고 말했다.(<한겨레> 7월 17일 6쪽). 국익에 관한 문제에서는 국론을 하나로 결집시켜야 한다는 취지일 것이다. 그럴듯한 말이다. 그러나 여기엔 앞뒤가 맞지 않는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국익에 관한 중대 문제에 관해서는 초당적 대처가 필요하다. 정말 말 그대로 '뒤에서 총질하는' 언론이 있다면 지탄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독도문제에 관해 진짜로 '뒤에서 총질'하는 세력은 청와대와 무관한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청와대와 가장 가까운 곳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 필자의 견해다.

 

2007년 봄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독도 문제로 일본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을 때다. 현재 청와대와 가장 가까운 관계를 맺고 있는 뉴라이트재단 이사장이며, 현 한나라당의 이념과 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여의도연구소 이사장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는 언론과의 기자회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건달'이라는 원색적 말을 써가며 비난을 퍼부었다. "가만히 놓아두면 독도는 우리 땅인데 괜히 국민감정을 자극해서 정치적 이득을 보려 한다"는 취지였다.

 

자 그렇다면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 문제와 관련해 주일대사를 소환하는 등 강경 자세로 나가는 데 대해, 안병직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이사장은 역시 '건달'이라고 맹비난해야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 대신 그는 16일 CBS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에 나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일본도 일본 것이라고 주장할 만한 그들 나름대로의 근거를 가지고 있다. 현재 상황은 우리나라가 반드시 일본보다 법률적, 사료적 증거가 많다고 꼭 주장할 수가 없다. 우리가 큰 난리가 난 것처럼 반응하면 말려들어가는 것이다."

 

이로써 그는 독도 문제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강경 대응 방식에 대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이런 발언이야말로 '뒤에서 총질하는' 발언이라고 볼만한 소지가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일부 국내 언론이 청와대를 향해 '뒤에서 총질하고 있다'고 엉뚱한 곳으로 화살을 돌렸다. 이건 완전히 번지수를 잘못 잡은 것이다.

 

일본정부에게도 할 말이 있으리라는 것쯤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말은 일본 쪽에 서 할 말이지 한국 쪽에서 할 말은 아니지 않는가? 안병직 교수의 국적이 어느 쪽인지 묻고 싶은 대목이다.

 

그의 이런 돌출 행동은 뉴라이트 쪽에서 발간한 <대안교과서 한국근현대사>에 나타난 친일적 역사관에 비추어 결코 우연한 것은 아니다. 그 책에서 뉴라이트가 일관되게 주장한 내용들은 많은 점에서, 과거사를 왜곡한 일본 우익 산케이신문 계열의 출판사인 후소샤의 '역사교과서'와 사실상 짝퉁이다.

 

이런 친일적 교과서가 뉴라이트 계열의 한국인 학자들에 의해 공공연히 발간됨으로서, 앞으로 일본 검인정 교과서에 나타난 역사 왜곡에 대한 한국측의 항변에 중대한 장애물이 발생하였고 우리 측의 입장이 매우 난처하게 되었다.

 

역사학과 인문사회과학 계통의 인식과 발언은 말하는 사람의 역사관에 따라 큰 차이를 나타낸다. 역사관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뉴라이트의 친일적 역사관에서 보면, 독도가 자기 영토라고 주장하는 일본 측에 그만한 근거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을 것이다. 그것이 객관적 과학적 입장이 아니냐고 주장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발언을 하기 전에 자신이 어느 나라 국민인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이를 망각하면 때에 따라 '매국노'로 지탄받을 수 있다. 이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북한을 고립시키고 말살하기 위해 '한미일 공조'가 절대 중요하다는 인식을 가진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독도 문제로 한일 관계가 얼어붙는 것은 개탄해 마지않는 일일 것이다. 그렇다고 일본 측의 얼토당토 않는 주장을 묵과해서는 안 된다. 따질 것은 확실히 따지고 일본 측의 맹성을 촉구해야 한다. 어물쩍 넘겨서는 안 된다. 이것이 한일 관계를 긴 눈에서 더 공고화할 수 있는 길이다.

 

청와대는 독도 문제에 관해 "뒤에서 총질하는" 언론을 비난하기에 앞서 자기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사람들이 "뒤에서 총질하는" 망언을 하고 있지 않는지 우선 단속부터 하는 것이 순리임을 알아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권철현 주일대사의 언행도 도마 위에 올라온다. 이번 독도 문제를 가져온 원인을 규명해 보면, 권철현 주일대사에게도 책임의 일부가 돌아가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주일 한국대사로 일본에 부임하자마자, 기자들에게 "자기의 재임 중에는 과거사 문제나 독도 문제 같은 것을 거론하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주일대사관 누리집에 그 전부터 실려 있던 독도 관련 자료와 글들을 삭제했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이때를 놓칠세라 자국의 중학교 사회과 교과서 학습지도요령에 독도가 자기 땅이라는 기술을 넣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보면 이번 독도 문제가 야기된 데에는 권철현 주일대사의 신중하지 못한 언행이 한 몫 했음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권철현주일대사의 부적절한 망언은 이 뿐만이 아니다. 독도 문제 때문에 본국에 소환된 권철현 주일대사는 자기가 일본으로 다시 귀임하는 전제 조건으로서, "앞으로 발간될 고등학교 사회과 교과서 학습지도요령에서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명시하지 않는 일"을 거론했다.(<한겨레> 7월 16일자) 이는 '중학교 학습지도요령'에 독도를 일본 땅이라고 명시한 일은 이미 기정사실로서 눈감아주고, 앞으로 나올 '고등학교 학습지도요령'에 대한 일본 측의 성의 있는 약속만 있으면 일본으로 귀임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는 일본 측의 독도 영유권 주장을 담은 '중학교 사회과 학습지도요령' 문제를 사실상 묵인하는 발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주일한국대사를 그대로 놓아둔 상태에서 과연 우리의 영토주권을 제대로 수호할 수 있을 것인지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독도 문제에 관해 청와대는 "뒤에서" 총질하는 언론을 탓하기에 앞서 "안에서" 청질하는 인사들을 단속하든가 확실하게 정리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이명박 대통령 자신의 영토보전 의지와 국정철학 그 자체가 도마 위에 올라오게 될 것임을 경고하지 않을 수 없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민사회신문', '평화만들기' 등에도 송고합니다.


#이명박 대통령#권철현 주일대사#안병직#뉴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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