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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청수 경찰청장
어청수 경찰청장 ⓒ 유성호

이명박 대통령이 쇠고기 정국을 수습하기 위해 개각을 단행하면서 촛불집회 과잉·폭력 진압으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어청수 경찰청장을 사실상 유임시켜 논란이 예상된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7일 부분 개각 내용을 발표하면서 어청수 경찰청장에 대한 경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교체가 된 장·차관 외에) 문제가 있는 인사는 없다"며 "현재로서는 검토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개각 이후 어청수 청장 등을 비롯한 추가 인사조치가 없음을 분명히 함으로써, 어청수 청장에 대한 유임을 확인한 것이다.

 

어청수 청장은 촛불집회 '배후론'을 제기하는가 하면, 평화적으로 집회를 하던 시위대를 폭력적으로 진압해 야당은 물론 종교계·시민단체로부터 전방위 사퇴 압력을 받아왔다.

 

이 때문에 촛불집회에서는 '재협상을 실시하라'는 주장과 함께 늘 '어청수를 파면하라'는 팻말이나 구호가 따라붙었다. 지난 5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국민승리선언 범국민촛불대행진'에 참석했던 시민들은 어청수 경찰청장의 죄명이 적힌 '수배전단'을 들고 즉각 파면과 처벌을 촉구하기도 했다.

 

 5일 저녁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열린 '국민승리선언 범국민촛불대행진'에 참석했던 시민들이 거리행진을 벌이던 중 종로경찰서앞에 모여 어청수 경찰청장의 죄명이 적힌 '수배전단'을 들고 즉각 파면과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5일 저녁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열린 '국민승리선언 범국민촛불대행진'에 참석했던 시민들이 거리행진을 벌이던 중 종로경찰서앞에 모여 어청수 경찰청장의 죄명이 적힌 '수배전단'을 들고 즉각 파면과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 권우성

 

전방위 사퇴 압박 받다가 기사회생 하나

 

종단 대표 및 광우병 국민대책회의가 청와대에 제출하려다가 무산된 5개 요구사항에도 "비이성적인 경찰 폭력과 반민주적 공안탄압 및 언론탄압·언론통제와 네티즌 탄압을 중단하고, 이런 탄압에 앞장섰던 책임자를 파면하라"며 어청수 경찰청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최근에는 어청수 경찰청장이 '전국경찰 복음화 금식 대성회' 포스터에 모델로 나간 것 때문에 '종교 편향' 논란을 불러와 불교계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았다. 공직자로서 특정 종교 전파에 앞장 선 것은 올바른 처신이 아니라는 것이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학술단체협의회·전국교수노조 소속 교수 30여 명도 지난 4일 경찰청 민원봉사실을 방문해 '어청수 청장 퇴진'을 요구하는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서유석 학술단체협의회 상임대표(호원대 교수)는 "최근 계속되고 있는 경찰의 폭력적인 진압과 불법적인 시민단체 압수수색, 그리고 죄 없는 활동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등 '공안 정국'으로 회귀하려는 경찰의 모습에 대해 어 청장이 책임지고 사퇴하라는 취지로 항의서한을 제출한다"고 밝혔다.

 

인권단체도 가세했다. 다산인권센터·인권운동사랑방 등 전국 38개 인권단체로 구성된 인권단체연석회의 공권력감시대응팀은 지난 3일 '경찰들, 당신 자리로 돌아가시오'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경찰의 신뢰 회복과 함께 어청수 경찰청장의 파면을 요구했다.

 

당시 토론회에서 박주민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는 "경찰이 (진압에) 방해가 되는 법조항은 아예 대놓고 위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관장비관리규칙 제82조에 따르면 방패나 곤봉으로 사람의 머리나 얼굴 등 주요 부위를 가격할 수 없고 살수차는 20m 이내의 거리에서는 시위대를 향해 직접 발사해서는 안 되며 항상 각도를 15도로 유지해야 하지만, 경찰이 촛불집회를 진압하면서 모두 위반했다는 것이다.

 

박근용 참여연대 사법감시팀장은 "촛불시위대는 경찰프락치 등 내부로 침투한 적이 있지 않을까 조심하고 있는데 경찰도 내부의 적이 생겼다"며 "바로 어청수 경찰청장을 정점으로 한 경찰청의 최고 지휘부가 내부에 침투해 경찰을 망치고 있는 '경찰의 적'인데 그걸 모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심지어 어청수 정창은 '정치 경찰' 의혹을 입증하기도 했다. 경찰청은 지난달 24일 전국 일선 경찰서 정보과에 "전통적인 정부 지지세력을 복원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사항"이라는 항목이 들어 있는 여론수집 공문을 내려 보내,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케 했다.

 

이에 대해 박근용 팀장은 "경찰법과 국가공무원법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어길 것을 지시한 경찰청 정보국의 책임자들과 어청수 경찰청장을 중징계해야 한다"면서 "경찰청 정보국 책임자 등을 직권남용죄로 고발할 것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쇠고기 수입 반대를 위해 장외투쟁을 벌이고 있는 통합민주당은 안민석·강기정 의원에 대한 경찰 폭행 논란과 관련 국회 등원의 전제 조건 중 하나로 어청수 청장의 사퇴를 내걸고 있다. 따라서 향후 야당의 국회 등원과 함께 어청수 청장의 경질 여부가 다시 한 번 논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어청수 경찰청장#이명박 대통령 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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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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