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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선을 다해 공연을 하는 북밴
최선을 다해 공연을 하는 북밴 ⓒ 임경원

문학을 노래하는 창작음악밴드 '북밴'을 17일 화요일 저녁 신촌 민토에서 만났다. 북밴 팀원 3명은 모두 직장인으로 퇴근 뒤 바쁜 시간을 쪼개어 인터뷰 요청에 응해주었다. 책을 사랑해서 뜨겁게 문학을 노래하는 북밴은 신촌 민토 점장님의 협조로 6층 공연실에서 공연도 보여주었다. 진지하면서도 톡톡 튀는 이야기들은 인터뷰 내내 즐거웠고 흥미로웠다.

북밴은 무역회사 부장으로 일하면서도 유명 북 칼럼리스트로 활동하는 제클린(필명, 본명은 제갈인철. 이하 제)과 교육 콘텐츠와 시스템 사업 기획하고 sbs에서 출판 리포터를 하는 이수진(이하 이), 그리고 온라인 책 뉴스 전문사이트 북데일리 기자 김대욱(이하 김)으로 구성되어 있다. 북밴, 그들과 함께 보낸 유쾌한 밤으로 초대한다.

첫 탄생은 정한아의 <달의 바다>

 한국소설 100곡을 작업하겠다는 제클린
한국소설 100곡을 작업하겠다는 제클린 ⓒ 임경원
제: "2007년 8월에 정한아의 <달의 바다> 딱 읽고 나서 신비하고 반짝 반짝이는 느낌을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리뷰를 써서 남기는 것도 좋으나 이 맛을 어떻게 간직할까 고민하다가 노래로 만들었어요. 여운과 여흥을 더 제대로 간직하고 싶었거든요. 제 블로그에 올리고 사람들 반응이 오니 더 신이 나고 그 다음 노래를 만들고 가을쯤 되니 7~8곡이 되었어요.

그러다 북데일리 대표님을 만나 개인 활동보다 밴드활동을 하면 음악의 파워가 더 생겨 책을 더 효과적으로 알리고 독자와 공감할 수 있겠다 싶어서 바로 그 자리에서 좋다고 했어요. 그래서 김대욱 기자가 들어오고 이수진씨가 합류해서 활동하게 되었지요."

이: "문학을 더 알리는 방법으로, 문학과 음악을 접목하는 작업을 제클린이 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그때 워낙 바쁘고 시간이 없었지만 문학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교감하고자 하는 북밴 취지가 무척 좋아서 합류했죠. 팀원들도 좋고 음악 작업도 재미있었어요."

- 책을 읽고 곡을 만들 때, 저마다 느끼는 바가 다를 텐데 어떻게 조정하는지.
이: "역할분담이 되어 있어요. 2곡을 만들 때 제클린이 한곡을 자작하고 한곡은 대욱 기자가 만들고 제가 가사를 붙인다든지 이런 식으로. 그리고 서로 상의해서 편곡을 하고 곡을 만들어요." 

제: "제 음악 감수성이나 지향이 젊은 취향과 다를 수 있어요. 김대욱 기자와 이수진씨는 아주 젊은 취향이라 저랑 뿌리에서 차이가 있어요. 그래서 나눠서 하면 더 효과적이죠. 저는 서정적인 반면에 이쪽은 '쿨'한 음악이죠. 습도높은 음악과 건조한 음악이 조화를 이루는 셈이죠."

김: "제클린 음악에는 울림이 있어요. 통기타에 울림이 있다고 하잖아요. 기타에도 울림이 있고 노래에도 울림이 있어서 중장년층에게 호소력이 짙죠. 왜 그런가 하니 기성세대는 울림의 세대잖아요. 저랑 수진씨는 건조하면서 모던한 음악을 하려고 해요. 공연을 하면 젊은층은 저희 노래를, 중장년층은 제클린 노래를 더 선호하더라고요. 이렇게 음악 취향은 달라도 서로 맞춰주고 있어요."

다들 뛰어난 음악 실력이어서 알고 봤더니 예전부터 음악 활동을 했다. 제클린은 학창 시절 밴드 리드 싱어 출신으로 라이브 카페에서 노래를 많이 한 경험이 있고 이수진은 연한 밴드 보컬 출신이고, 김대욱은 학창시절부터 기타 동아리에서 활동해 지금까지 기타를 치고 있다.

북밴은 두 달에 한번 대학로 이음책방에서 열리는 젊은 낭독회에 고정 공연을 하고 간행윤리위원회에서 열리는 독서특강에 고정 출현하고 있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도 공연을 했다. 앞으로 수많은 공연이 잡혀 있는 북밴. 그들에게 활동을 하면서 느끼는 보람을 물었다.

"음악을 듣고 이 책이 보고 싶어졌어요"

 천체망원경을 사서 행성에게 노래를 불러주고 싶다는 이수진
천체망원경을 사서 행성에게 노래를 불러주고 싶다는 이수진 ⓒ 임경원
제:  "북밴 활동이 우리 생업을 벗어난 일이잖아요. 돈을 벌려고 하는 게 아니라 좋아서 하는 것이죠. 공연을 하면 우선 아무리 힘들어도 즐거워요. 저는 블로그에 올렸을 때 가장 듣고 싶은 얘기가 '음악을 듣고 이 책이 보고 싶어졌어요'예요.

문화란 게 다 좋은 게 아니잖아요. 지금 대중문화는 가만히 놔두면 소비문화로 흘러가요. 우리 활동은 미약할 수 있으나 생산 활동이죠. 누구나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 여기지만 책 읽기는 쉽지 않아요. 하루 노동을 하고 다른 유혹을 물리치고 여가 시간에 책을 읽는다는 건 어려운 일이죠. 우리가 직간접으로 책 읽기를 장려하는 지렛대 구실을 하여 누군가 책을 가까이 하고 읽는다면 기쁠 거예요."

이:  "대학 다닐 때 보컬을 하고 기획쪽 사업을 하고 리포터를 하니 사람들 주시하게 되고 내 말이 전달되나, 설득되나 수시로 확인하게 돼요. 북밴은 프로 밴드는 아니지만 청중이 감동하는 걸 느껴요. 독자와 밴드 사이를 책이 연결해줘요. 독자들은 책을 읽었으면 그 광경을 연상하는데 그 반응을 잊지 못해요. 프레젠테이션하고 방송을 하면서 잘했다고 한 사람들의 반응이나 눈빛과는 비교할 수 없어요."

- 그렇다면 북밴 활동에 어려운 점은 어떤 거죠?
제: "우선 시간 제약이 있다는 거예요. 늘 시간에 쫓기죠. 보통 공연 요청이 미리 잡히면 좋겠지만 긴 시간을 주지 않는 게 대부분이에요. 그때부터 책을 읽고 멤버들과 의논하고 주말에 노래를 만들죠. 저희가 늘 모여서 노래에만 몰두할 수 없으니 틈나는 대로 각자 연습하게 되죠. 저 같은 경우는 아침과 저녁으로 엠피3 들으며 코드와 가사를 외우고 연습에 연습을 하죠. 우리는 문학을 바탕으로 음악을 만들어내야 하는데 음악이 좋아야 해요. 그저 '문학을 노래하니 들어주세요'라고 할 수는 없죠.

그리고 요즘 책의 입지가 좁아지는 게 그만큼 책이 변하지 않았다는 얘기일 수도 있어요. 북밴이 신선했던 게 틀을 깬 거죠. 그 빛을 잃지 않으려면 책에서 가사를 뽑고 노래를 입히는 작업을 넘어서 다양한 형태의 퍼포먼스가 우리 안에서도 나와야 해요. 단순히 노래만 하는 게 아니라 조금 더 상호 작용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어요."

이: "시간이 부족한 게 늘 아쉬워요. 다들 주업이 있잖아요. 그리고 창작밴드다 보니 책을 읽고 여러 가지 감흥을 의논하여 멜로디와 가사를 만들어야 하는 3중 작업을 해야 해요."

김: "지금은 좋아서 한 달에 2~3개 잡히는 공연을 하는데 과연 이게 득이 되느냐, 실이 되느냐 고민이에요. 수만 불리는 것보다 차라리 깊게 연습해서 공연에 올리는 게 더 낫지 않은가 싶거든요. 저는 사운드에 대한 욕심이 커요. 셋이서 할 수도 있는데 더 좋은 사운드를 하려면 더 멤버가 있어야 해요.

베이스기타,  키보드, 드럼이 꼭 있으면 좋겠어요. 책을 좋아하고 창작곡에 대해 이해하는 팀원을 찾고 있어요. 이게 문턱처럼 인식되기도 해요. 책을 좋아하면서 음악을 잘하는 멤버는 드무니까. 실제로 몇 달을 찾았는데 못 찾았어요."

"딱 100명의 작가를 채우고 싶어요"

- 좋아하는 작가와 책이 있다면, 그리고 음악작업을 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신기하고 실험적인 음악을 하고 싶다는 김대욱
신기하고 실험적인 음악을 하고 싶다는 김대욱 ⓒ 임경원
제: "두 번 다시 태어나도 한국소설 추종자예요. 한국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는 우리 정서를 정확히 표현하는 우리말이기 때문이죠. 특히 소설은 형식이나 제한 없이 지은이의 마음을 잘 담죠. 노동은 불가피하고 나머지는 선택이죠.

누구를 만나고 책을 읽고 공부하는 등 제가 읽는 문학과 작업하는 음악이 제 노동의 독을 풀어줘요. 소설을 읽으며 위안을 받는 거죠. 북밴으로 100명의 작가를 딱 채우고 싶어요. 한국소설 100인으로 음악 작업을 하고 싶어요. 시디를 만들어 나 혼자라도 간직하고 싶어요."

이:  : "저는 우주와 사람 심리에 관련된 책을 좋아해요. 우주는 과학과 인문학을 품고 있죠.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만 보더라도 인간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된 얘기죠. 칼 세이건은 우주선을 타고 가다가 만날 수 있는 외계생물체에게 들려주기 위한 음악을 고르다가 부인을 만나게 되었고 <잊혀진 조상의 그림자>라는 책까지 같이 내게되었죠. 저에겐 특별한 감동으로 왔어요.

초등학교 3학년 때 꿈이 뭐냐고 물어보면 하늘이 되고 싶다고 했어요. 하늘이 되면 지구 안도 보고 밖도 보잖아요. 어차피 우주는 무중력이니까 산소통 백만통 들고 나갈 거라고 그랬죠.(웃음) 방송을 하면서 이어령씨를 1시간 인터뷰를 한 적이 있는데 거침이 없는 깊고 넓은 지식의 스펙트럼에 감명 받았어요. 이어령씨의 <젊음의 탄생> 이 책을 노래로 만들어 보고 싶어요. 문학같이 가사 뽑아내기는 힘들겠지만…."

김: "(책 전문 기자다보니) 책에 눌려 살아요. (웃음) 문학 쪽으로 한정지으면 헤르만 헤세, 카뮈, 박노해 시인이 기억나고 일하면서 좋아진 작가로는 김경주, 서유미, 김애란, 김훈이에요. 저는 좋은 텍스트면 상관이 없어요. 제클린을 따라가고 싶어요. 제클린을 믿으니까."

 공연 피날레
공연 피날레 ⓒ 임경원

책의 목차는 더 이상 목차가 아니라 '트랙'


- 앞으로 계획과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제:  "지은이가 책을 내면 독자들에게 알리고 싶죠. 더 많은 방향으로 다양하게 독자들에게 다가가는 걸 바랄 텐데, 저희 음악이 수송력을 갖춰서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좋은 수단이 될 수 있죠. 사람들에게 책을 만나게 하고 궁금증을 주고 메시지를 주는 밴드로서 인지도를 높이고 싶어요. 그리고 조금 추상적인 얘기지만, 기존의 경계를 넘고 싶어요. 책이 갖고 있는 경계는 음악의 힘으로 넘어서고 음악이 갖고 있는 경계는 문학의 힘으로 넘어서고 싶어요."

이: "제가 하는 기획과 리포터 그리고 북밴 활동이 따로국밥 같지만 연계되어 더 큰 시너지 효과를 줘요. 저자는 원고료 때문에 책을 쓰는 게 아니잖아요. 독자가 어떻게 반응 하는냐에 관심을 두죠. 괴테 글이 여러 음악가에게 영향을 주었듯이 인터넷 발달에 따라 제2, 3의 콘텐츠 생산이 가능해요.

'저 음악 들으니까 책을 읽고 싶네. 저 감흥을 누려볼까.' 이런 식으로 퍼질 수 있죠. 책의 목차는 더 이상 목차가 아니라 트랙으로 보는 사고의 틀을 깨는 것도 필요해요. 제 궁극적인 목표는 경제 자유인이에요. 경제를 생각할 수밖에 없으니 현실적이 되죠. 그러면서 북밴 활동이 자유로 가는 길 중에 하나에요. 현실적인 일과 균형을 잡아가며 경제와 자유의 조화를 이루고 싶어요."

김: "올해는 내공을 더 쌓아야 해요. 아직 크게 알려진 게 아니지만 꾸준히 활동하면 더 알려질 텐데 그때는 더 높은 완성도를 보여야 하죠. 올해까지 시험단계를 거치면서 우리 연주력, 무대공연실력을 쌓는 시기가 되어야 해요. 저는 글을 직업으로 삼았기 때문에 글을 더 잘 쓰고 싶어요. 정말 글 잘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리고 북밴 활동을 꾸준히 오래 했으면 좋겠어요. 부귀영화, 떼돈을 얻지는 못하겠지만 창작 밴드를 하고 싶었기 때문에 활동하는 것만으로 만족해요."

북밴과 인터뷰를 마치고 6층 공연장에서 북밴의 작은 콘서트를 보았다. 민토 직원들과 취재한 기자들을 위해 보여준 콘서트는 밤 11시가 넘은 시간이었지만 힘이 있고 활기가 있었다.

부드러운 멜로디와 음미할수록 깊은 맛을 내는 가사는 앞으로 활동에 거는 기대 수위를 높이게 한다. 그들의 책 사랑이 북밴으로 이어졌듯이 그들이 활동이 사람들의 책 사랑으로 이어질 것 같다. 그들의 바람대로. 


#북밴#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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