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휴~. 한숨만 나올 뿐이었다. 한숨은 곧바로 분노로 바뀌었다. 상담을 하던 은일이는 옆에서 울고 있다. 자신의 꿈이 한순간에 날아가버린 공허함때문일 것이다. 우리 속담에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본다는 말을 여기다 적용해도 될 것인지, 아이의 장래가 달린 문제를 너무 쉽게 속담에 적용한 것은 아닌지 내가 다 미안할 따름이다.

 

은일이는 한문 선생님이 되는 게 꿈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한문공부를 많이 해서 한문 과목에서는 쭉 1등급을 맞았다. 이런 은일이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청주대학교 한문교육과 진학을 희망했고 준비도 그렇게 해왔다.

 

청주대학교는 원래 수시 전형에서 예체능을 제외한 모든 과목에서 무작위로 잘한 과목 6개를 뽑아서 선발하는 방식이었다. 그래서 은일이와 학기 초에 상담을 할 때, 청주대 한문교육과를 갈려면 1등급 4개에 2등급 2개는 최소한 있어야 한다고 진단해 주었다.

 

2학년때까지 은일이는 1등급 3개와 2등급 1개가 있었기 때문에 3학년 1학기때 아이들이 소홀히 하는 과목인 일본어와 생물 화학과목을 열심히 하여 1등급을 맞으라고 하였다. 참고로 우리반은 문과반이다.

 

그래서 지난 5월 초에 본 중간고사에서 은일이는 화학을 100점 받았고 생물과 일본어도 충분히 1등급을 맞을 수 있는 점수를 획득했다. 이제 기말고사만 잘 보면 2학기때 청주대 한문교육과에 수시로 응시하여 합격할 수 있고, 한문 공부를 열심히 하여 한문 선생님이 되는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열린 것이다. 그런데 어느날….

 

청주대학교가 갑자기 수시 입학전형 방법을 바꾸어 버렸다. 무작위 6과목으로 전형하는 방식에서 국어에서 2과목 영어에서 2과목 수학에서 2과목 사회/과학/한문/제2외국어에서 2과목 총 8개 과목으로 선발하는 것으로 입학전형 방법을 확 바꾸어 버렸다. 지난 5월 20일에서야 말이다.

 

 

우리는 황당했다. 청주대를 가기 위해 지난 3년간 준비해 온 학생들은 완전히 죽쒀서 개준 꼴이 되어 버렸다. 영어 수학을 잘 하는 아이들을 뽑기 위한 대학의 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이건 아니다.

 

대학교의 입학전형방법은 학년이 시작되기 전에 해야 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청주대 같이 무작위 6개 과목으로 전형하는 대학에서는 연차적으로 입시안을 바꾸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3학년 1학기 중간고사가 끝난 시점에 와서 입시안을 바꾼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처사이다.

 

3학년 1학기 중간고사때 청주대를 목표로 공부한 학생들을 어떻게 구제할 것인가? 그 학생들은 지금 심각한 심리적 방황을 겪고 있다.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 고3 시절인데, 공부도 손에 안 잡히고 그냥 공허함 속에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청주대는 이러한 학생들이 많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하루빨리 입시안을 바꾸어야 할 것이다.

 

청주대 입학관리팀에 문의해 본 결과, 이미 개정되어 발표했기 때문에 다시 번복하는 것은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러나 이것은 불특정 다수를 향한 대학의 무언의 폭력이다. 청주대의 각성을 촉구한다.


#청주대#청주대 수시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안녕하세요 '대한민국 교사로 산다는 것'의 저자 김재훈입니다. 선생님 노릇하기 녹록하지 않은 요즘 우리들에게 힘이 되는 메세지를 찾아 떠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