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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북구 화명동 대림아파트 207동과 208동 사이 휴게소에서 열린 '알뜰장터'(2008.05.23)
부산 북구 화명동 대림아파트 207동과 208동 사이 휴게소에서 열린 '알뜰장터'(2008.05.23) ⓒ 조종안

정부의 서민경제정책 부실로 생활 필수품 가격이 요동치고 있어 장보기가 겁난다는 주부들이 늘고 있습니다. 외식은 물론 자녀 교육비도 줄여야겠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어 어려워진 경제를 실감케 합니다.

저소득층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는데요. 마음의 여유를 찾고 맛도 있으며 가격도 저렴한 장터를 찾는 것도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좋은 방법일 것입니다. 휴일에 가족이 함께 장을 보는 것도 화목과 건강을 위한 이벤트라 할 수 있겠고요. 

해서 농작물을 직접 재배하는 농민과 노점상인들, 그리고 음식을 현장에서 만들어 파는 사람들이 부산시내 아파트 단지를 일주일에 한 차례씩 돌아가며 여는 ‘알뜰장터’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부산의 ‘알뜰장터’는 월요일에는 동래온천의 명장SK아파트, 화요일에는 화명동 코오롱 아파트, 수요일에는 화명동 롯데 아파트, 목요일에는 문현동 삼성아파트, 금요일에는 화명동 대림타운에서 아침 10시부터 저녁 6시까지 열리고 토요일과 일요일은 쉽니다. 

화명동 대림아파트의 ‘알뜰장터’는 구청과 합의 끝에 한 달은 206동과 207동 사이에서, 한 달은 407동과 408동 사이에서 열린다고 합니다. 단속에 걸리면 벌금(4만 원)을 내야 생존수단인 손수레를 찾을 수 있는데,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물과 공기가 맑고 경치가 좋기로 소문난 금정산 자락을 끼고 조성된 아파트 단지를 돌며 열리는 ‘알뜰장터’ 주변에는 유명 명소가 많으니 다른 지역 주민들도 구경삼아 한 번쯤 들러보실 것을 권합니다. 

‘알뜰장터’ 둘러보기

 길에서 바라본 알뜰장터 풍경
길에서 바라본 알뜰장터 풍경 ⓒ 조종안

 주인 아저씨가 기발한 손동작으로 어묵 만드는 과정을 손님들에게 보여주는 어묵가게
주인 아저씨가 기발한 손동작으로 어묵 만드는 과정을 손님들에게 보여주는 어묵가게 ⓒ 조종안


우리의 입맛, 즉 어머니의 입맛을 지키면서, 저렴한 가격과 친절이 '알뜰장터'의 가장 큰 무기라고 하는데요. 구입한 물건에 작은 것 하나라도 하자가 발생하면 100% 환급을 해주고 있어 소비자들에게 믿음을 사고 있었습니다.

비록 소규모이지만, 먹을거리와 의류 그리고 해산물과 농산물 등 취급하는 품목이 다양해 마음을 풍성하게 합니다. 남편이 기발한 손놀림으로 어묵을 만들어 파는 어묵가게 아주머니는 꼬마손님들을 무시할 수 없다며 웃더라고요. 어묵을 튀길 때 나는 고소한 냄새가 아이들 입맛을 유혹하기에 충분할 것 같았습니다.  

싱싱한 겉절이는 무슨 젓국으로 담았는지 개운해서 어머니 손맛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매콤하면서 사각사각 씹히는 맛이 그만인 총각김치 역시 고향의 맛을 떠올리게 하는데 부족함이 없었고요. 특히 아주머니의 밝은 표정과 친절이 마음을 끌었습니다.  

깻잎과 오이소박이, 생채, 감자순, 감자볶음, 어묵볶음, 고추무침, 잡채, 멸치볶음, 게 무침, 장조림, 콩자반, 피조개, 부추김치, 무말랭이, 고등어조림, 다시마무침, 파김치, 갓김치, 취나물, 연뿌리 등을 합성수지용기에 담아 2천 원씩 파는 반찬가게는 시골 부잣집의 푸짐한 잔칫상처럼 보였습니다.  

 시골 부잣집 잔칫상을 떠올리게 하는 반찬가게
시골 부잣집 잔칫상을 떠올리게 하는 반찬가게 ⓒ 조종안


 애주가들이 좋아하는 얼큰한 선짓국과 속풀이에 그만인 재첩국 가게 아주머니가 손님들에게 인기가 좋았습니다.
애주가들이 좋아하는 얼큰한 선짓국과 속풀이에 그만인 재첩국 가게 아주머니가 손님들에게 인기가 좋았습니다. ⓒ 조종안

담백한 호박죽과 시원한 다슬기국, 얼큰한 선짓국, 추어탕, 팥죽, 메밀묵도 있었는데요. 업무에 피곤한 직장인들과 주부들에게 꼭 필요한 영양제라 생각되어 친구들과 함께 들러볼 것을 권합니다. 

잡곡에도 원산지 표기가 잘 되어 있어 믿음이 갔고요.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장터 주변에 숲이 우거져 공기가 맑아 가족끼리 나들이를 나와 오징어순대와 김밥을 먹으며 하루를 보내는 것도 좋을 듯싶습니다.

옷가게에는 가정주부들이 즐겨 찾는 의류와 아동복, 신발 등이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예쁘고 상냥하게 생긴 주인은 아이들 바지, 티, 원피스는 한 벌에 1만 원에서 3만 원까지 한다며 하자가 있을 때는 100% 환급을 강조했습니다. 

산지에서 직송된다는 무, 배추, 마늘, 양파, 버섯 등 각종 농산물과 수박과 참외 등은 가격이 저렴한데다 싱싱해서 손님들에게 인기가 가장 좋은 것 같았습니다. 

 알뜰장터 상인들 길잡이이자 심부름꾼 노릇을 하는 박종철(48세) '팀장'이 운영하는 과일가게
알뜰장터 상인들 길잡이이자 심부름꾼 노릇을 하는 박종철(48세) '팀장'이 운영하는 과일가게 ⓒ 조종안

 '알뜰장터'에서 물건을 사가는 아파트 주민들. 발걸음이 가볍게 느껴집니다.
'알뜰장터'에서 물건을 사가는 아파트 주민들. 발걸음이 가볍게 느껴집니다. ⓒ 조종안

알뜰장터 상인들의 길잡이이자 심부름꾼 노릇을 하는 과일가게 주인 박종철(48)씨를 만났는데요. 박씨는 ‘회장’님이라 부르는 저에게 ‘팀장’으로 불러달라며 “‘알뜰장터’ 마이마이 찾아주이소” 라고 당부한 뒤 친절하게 설명해주었습니다.  

박 팀장은 노점상들의 고충도 얘기했습니다. 그는 정부가 재래시장을 활성화 시킨다며 건물이나 현금 등 재산이 많은 사람 중심으로 지원하는 바람에 서민들만 죽어난다면서 대기업 아무리 지원해줘봐야 서민경제 살아나지 않는다고 한탄했습니다. 

특히 '구포시장' 지원을 예로 들며 서민들은 세를 들어 장사하기 때문에 건물을 크게 지어봐야 집세만 올라가 세입자들은 밀려나게 되어 있다며 하소연하더군요. 박 팀장은 정부가 진정 재래시장을 활성화 시키려는 의지가 있다면, 노점상들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는 매일 이동해가며 열리기 때문에 힘은 들지만, 고객에게 호응이 좋아 참여하는 노점상들이 하나 둘 늘고 있다며 ‘알뜰장터’의 미래를 희망적으로 내다봤습니다. 또 직접 재배한 농작물을 판매하고 싶은 농민이나, 거주하는 아파트에 ‘알뜰장터’를 개설할 의향이 있는 분들은 연락해달라며 자신의 휴대폰 번호(016-561-3835)를 알려주기도 했습니다.

 엄마와 함께 장터에 나오는 게 즐겁다는 와석초등학교 3학년 손병성 학생이 카메라를 향해 손을 들어보이고 있습니다.
엄마와 함께 장터에 나오는 게 즐겁다는 와석초등학교 3학년 손병성 학생이 카메라를 향해 손을 들어보이고 있습니다. ⓒ 조종안

박 팀장과 대화를 마치고 나오는데 아들과 함께 생선을 사는 아주머니 한 분을 만났는데요. 엄마 손을 꼭 잡은 아들을 보니, 어머니가 장에 가실 때 따라가겠다며 떼쓰던 코흘리개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아주머니(권용실 40세)와 잠깐 대화를 나눴는데, 그는 과일과 채소 등이 산지에서 직송되고 생선도 싱싱해서 장이 열리는 날이면 빼놓지 않고 찾는다고 말했습니다. 짧지만 답답한 공간에서 벗어나 사람들과 대화의 시간을 갖기도 한다며 알뜰장터의 효율성을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와석초등학교 3학년인 아들 손병성(9살) 군은 집에서 가까워서 좋다며 슈퍼보다 좁긴 하지만 아줌마들이 친절하고 많이 주니까 좋다며, 메모해두었다가 장이 열리는 날은 엄마에게 가자고 해서 온다며 즐거워했습니다. 

취재를 마치고 오려니까 서운하더라고요. 해서, 어묵볶음 2천 원, 겉절이 3천 원어치 사서 왔습니다. 김밥 몇 줄 싸서 장터에 나와 하루를 즐기고 싶은 생각과 함께 멀리 있는 아내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알뜰장터에는 다양한 꽃이 진열된 꽃집도 있는데요. 짜증나거나 답답할 때는 장터로 발길을 돌려 철부지시절 뛰놀던 고향 들녘을 연상시키는 화초들을 감상하며 휴식을 취하는 것도 좋을것 같았습니다. 

 이름모를 화초들이 고향집 화단을 떠올리게 하는 꽃가게
이름모를 화초들이 고향집 화단을 떠올리게 하는 꽃가게 ⓒ 조종안


#알뜰장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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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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