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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대 임금(무왕)이 된 백제의 서동이 신라 제26대 진평왕 때 지었다는 민요 형식의 노래 “서동요”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이두(吏讀)로 표기된 원문과 함께 그 설화(說話)가 <삼국유사(三國遺事)> 권2 무왕조(武王條)에 실려 전하는데 한국 최초의 4구체(四句體) 향가(鄕歌)로 알려졌다. 지난 2005년엔 SBS에서 드라마로 방송되기도 했었다.

 

부여군충남국악단(음악감독 최경만)은 이 백제 무왕의 국경없는 아름다운 사랑이야기 서동요를 가(歌)·무(舞)·악(樂)·극(劇) 형식의 창극 “서동의 노래”로 만들어 지난 2007년 제53회 백제문화제 때 초연했었고, 이를 다시 가다듬어 지난 5월 21일 저녁 7시 30분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서울 시민에게 선보였다.

 

이 창극 “서동의 노래”는 설화를 바탕으로 한 서동과 선화의 사랑 이야기를 전통음악을 통해 고대 백제의 음악문화를 추적 재현해 내서 현대적 감각의 창작국악과 만나는 가·무·악·극으로 재구성해 종합적인 총체 공연물로 무대화한 것이다.

 

막이 열리자 먼저 어떤 극을 올려야 할지 고민하는 프로듀서가 도지사에게서 힌트를 얻어 서동요를 기획한다는 서곡으로 시작한다.

 

 

 

 

첫째 마당 ‘마캐는 아이들’은 또래 가운데 마를 가장 잘 캐는 서동이 이를 부러워하는 동무들에게 마가 잘 자라는 곳을 알려준다. 이어서 두 번째 마당 저잣거리에서 엿장수와 떡장수 그리고 풍물굿과 용춤이 어우러진다. 이때 출연진들은 객석에까지 나와 청중들에게 떡을 나눠주는데 마치 자신들과 하나가 되어주기를 간청하는 듯하다.

 

셋째 마당에서 서동 어머니는 틈틈이 학문과 무예 공부도 소홀히 하지 말 것을 단단히 이르며, 넷째 마당에서는 호기심 많은 선화공주가 등장하는 신라 궁궐이 나온다. 이때 등장하는 아름다운 연꽃춤은 신라의 춤을 상상하여 창작한 것으로 진유림 지도의원의 작품이라고 한다.

 

다음은 모자 이별 장면이다. 판소리를 전공했다는 서동 역의 이정훈과 서동어미 역의 서영례는 청중의 가슴을 쥐어뜯는 애달픈 소리를 들려주어 객석은 잠시 숙연해진다. 이렇게 어머니와 헤어진 서동은 신라로 들어가 황룡사 금당 공사장에서 일하다 선화공주와 운명의 만남이 이루어진다.

 

 

 

이 과정에서 백제금동대향로 오악사의 악기 가운데 배소가 등장한다. 원래 오악기는 배소, 완함, 종적, 거문고, 항아리북 등이지만 거문고 외에는 전해지지 않거나 악기만 전해지고 부는 방법은 전해지지 않는 것들이다. 배소도 악기만 전해오는 것으로 이국도 악장이 고생해서 익혀 연주했다. 청아하고 아름다운 소리가 나며, 모양이나 소리가 마치 팬플루트를 연상케 한다.

 

일곱째 마당 인연의 등에서 서동은 변장한 선화에게 배소를 건넨다. 여덟째 마당에서 사랑하는 선화를 만나려고 서동요를 지어 서라벌 저잣거리에 퍼뜨리고 이 때문에 선화는 곤경에 처한다. 서동은 선화의 유모를 통해 사랑을 담은 편지를 보내고, 선화도 사랑을 다짐한다.

 

열 번째 마당에서는 저잣거리의 백성으로 분한 배우들이 모두 객석으로 나와 청중들과 함께 선화공주를 궁에서 내쫓으라고 외친다. 청중과 함께하는 우리 문화의 특성을 잘 살리는 모습이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곤 궁에서 쫓겨나온 선화는 서동을 만나 포옹을 하며, 세상을 향해 사랑을 노래한다.

 

 

이날 27명의 배우 겸 소리꾼이 출연했고, 음악은 이국도 악장 외 11명의 연주자가 함께했으며, 예술감독에 최경만, 작곡에 김영재 전통예술원 교수, 안무에 진유림 청어랑 예술감독, 대본은 지기학 국립국악원 지도위원이 힘을 보탰다. 또 연출에는 극단 불의 전기광 대표가 온 힘을 기울였다.

 

“시골의 작은 국악단이 서울에 와서 선을 보이는데 공연장에 청중이 몰려들어 표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발길을 돌리는 것을 보고 안타까웠으며, 더 열심히 해야 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지원도 시원치 않고, 단원도 충분치 않은 상태에서 1인 3역까지 하면서 힘들다는 말 한마디 없이 따라준 단원들이 정말 고마웠고, 공연에 큰 실수없이 매끄럽게 해줘 중간 중간에 눈물이 핑돌기도 했다. 

 

앞으로 부여군충남국악단이 존재하는 이상 ‘서동의 노래’는 부여-충남의 상징으로 키워나갈 것이며, 계속해서 좋은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으리라 다짐해본다. 부여 군수님을 비롯한 힘을 보태준 많은 이들에게 정말 고맙다는 말씀을 드린다.” - 최경만 예술감독

 

 

 

“지방의 작은 국악단이 서울의 큰 무대에 선다는 것이 참으로 어려운 일인데 이렇게 해내다니 칭찬을 할 수밖에 없다. ‘서동요’는 우리가 익히 아는 이야기인데 이를 현대화 해서 잘 각색하여 소리를 내고 뛰어난 연출력으로 이끌었음이 훌륭하다. 특히 청중과 함께하려 노력한 부분이 좋았고, 그래서 청중과 하나가 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다만, 큰 무대를 소화하려면 관현악이 풍부해야 하는데 연주자가 적어 음량이 작았다는 점은 아쉽다. 또 배우들이 간간이 소리를 자신 있게 하지 못하거나 이야기가 늘어져 긴박감이 부족했던 부분은 약간의 흠으로 남는다. 하지만, 내가 이런 요구를 하는 것이 어쩌면 무리일지도 모른다. 이 정도만 해도 청중들은 큰 만족감을 느끼지 않았을까?” - 단국대학교 서한범 교수

 

‘서동의 노래’, 역시 창극이기에 소리의 전달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그런데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드문드문 있어 청중이 소통에 어려움이 있었지 않았나 걱정이 됐다. 하지만 지난 1994년에 창단된 부여군충남국악단은 이번 공연으로 한 획을 그었다.

 

그들은 좀 더 큰 세상으로 나와 청중의 박수를 받았기에 이제 당당히 부여의 국악을 온 나라에 온 세계에 소개할 준비가 되었을 것이다. 이날 우리는 한편의 아름다운 서사시, 한편의 소리극을 선물 받았다.

 

 

“선화공주님은(善花公主主隱)

남몰래 정을 통하고(他密只嫁良置古)

서동을(薯童房乙)

밤에 몰래 안고 간다(夜矣卵乙抱遣去如)”

 

서동은 지금도 선화공주와 남몰래 정을 통하고 있을까?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서동의 노래#부여군충남국악단#최경만#가무악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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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으로 우리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 글쓰기와 강연을 한다. 전 참교육학부모회 서울동북부지회장, 한겨레신문독자주주모임 서울공동대표, 서울동대문중랑시민회의 공동대표를 지냈다. 전통한복을 올바로 계승한 소량, 고품격의 생활한복을 생산판매하는 '솔아솔아푸르른솔아'의 대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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