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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양노르 조림장 들머리. '인천 희망의 숲', '시민정보미디어센터' 간판이 양쪽에 서있다.
 바양노르 조림장 들머리. '인천 희망의 숲', '시민정보미디어센터' 간판이 양쪽에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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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환경원탁회의(민·관·기업) 조림투어팀은 14일 오전 울란바타르시와 협약을 맺은데 이어 오후에는 '인천 희망의 숲'으로 지정된 수도권 상수원지역이자 톨강 상류인 성긴과 보조 그린벨트지역인 바양노르에서 나무심기를 진행했다.

성긴은 울란바타르시 항올구(區)에 위치한 마을. 도심에서 동쪽으로 35km 거리에 자리하고 있는 인구 6천여명이 사는 곳. 과거에는 유명한 휴양지였으나 사막화에 따라 지금은 수도권 주요 황사발생지로 전락했다. 몽골정부는 이곳을 그린벨트 보조지역으로 지정하고 방풍림을 조성하려는 것이다.

'인천 희망의 숲'으로 가는 길은 끔찍했다. 포장된 도로가 없을 뿐 아니라 초원 여기저기 자동차가 지나간 흔적을 따라 가는데 흙먼지가 얼마나 피어오르는지 아무것도 볼 수 없을 정도다. 울란바타르시의 상수원이라고 하는데 톨강은 거의 말라붙어있다.

몽골인 젖줄에 생명나무 한그루

 바양노르 조림장. 지난해에 심은 나무가 살아있다. 95% 생존율이란다. 주민들의 조림에 대한 인식이 바뀌며 벌어진 놀라운 희망이다.
 바양노르 조림장. 지난해에 심은 나무가 살아있다. 95% 생존율이란다. 주민들의 조림에 대한 인식이 바뀌며 벌어진 놀라운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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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 도착하니 현지인들이 행사 준비차 미리 와 구덩이를 파고 물차를 대기시켜놓고 있었다. 인천시민들의 나무심기를 환영하려고 항올구청장을 비롯한 공무원들이 여럿 마중 나왔고, 지역 언론(텔레비전, 신문)도 취재에 열중이었다.

원탁회의 대표단은 몽골 대표단과 기념식수를 진행했다. 인상적이었던 건 '평화의 숲' 기념 전통 식수의례. 나무를 심은 뒤 전통술(징기스칸 보드카)을 뿌렸다. 한국의 고수레와 닮았다. 이어 전통차 한 덩이를 땅에 묻고 나뭇가지에 소망을 담은 띠를 묶었다.

2시간여 기념행사를 마친 일행은 울란바타르 서쪽 240여km에 자리한 볼간아이막도(道) 바양노르솜(君)으로 긴 행렬을 시작했다. 가는 길은 대초원지대인데 아직 겨울이 끝나지 않았는지 새싹이 돋아나지 않아 마치 사막지대 같아 보였다. 비라도 좀 오면 초원이 금세 초록으로 살아날 텐데 염원뿐이다.

공식적으론 국도가 하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구간에서 포장도로 공사 중(공사하는 모습을 보지 못함)이다 보니 차들은 초원 아무데로나 방향만 같으면 달린다. 수십 km가 될 정도로 초원이 넓다보니 찻길이 수십 개 나있다.

도대체 길을 분간할 수조차 없어 자칫 엉뚱한 데로 빠질 성 싶은데, 운전자들은 잘도 찾아간다. 초원에서 차가 오가는 것을 확인할 길은 먼지기둥 뿐이다. 제 멋대로 난 초원길 사이사이가 얼마나 먼지 차가 안보여서 그렇다.

넓은 초원 한가운데 여러 갈래 길

 바양노르로 가는 대초원 한 가운데로 난 길에서 만난 양과 염소. 차가 다가서자 혼비백산. 어린 양(염소)들이 아장아장 걷는 모습을 보며 모두가 "귀엽다"를 연발했다.
 바양노르로 가는 대초원 한 가운데로 난 길에서 만난 양과 염소. 차가 다가서자 혼비백산. 어린 양(염소)들이 아장아장 걷는 모습을 보며 모두가 "귀엽다"를 연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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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운 좋게 행사 진행팀이 배려해준 덕에 4륜구동(도요타 랜드크루저) 조수석에 앉을 수 있었다. 몽골 초원의 놀라운 풍광을 목도하고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30분을 달려도 집이나 게르(유목민 이동식 거처) 한 채 안 보이는 끝없는 초원길은 정말이지 장관이었다.

5시간여 달렸을까. 운전자가 손가락을 들어 지평선 아득한 한 곳을 가리킨다. 목적지란다. 그러고 보니 촌락이 보이고 가축도 오간다. 꼭 사막 한 가운데 들어선 오아시스 마을 같다. 차에서 내리는데 꼬마들부터 달려든다. 이방인의 방문이 마을 전체의 공동 관심사였던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천진난만한 5,6살 꼬마들의 사진을 찍느라 정신없는데, 강인해 보이는 인상의 잉크 테방 솜장(52·군수)이 다가온다. 몽골정부가 수여하는 '환경상'을 받을 정도로 환경행정에 남다른 열정이 있다는 소개도 뒤따랐다.

인천환경원탁회의와 바양노르솜이 맺는 조림협약 테이블로 옮겼다. 바양노르 솜장, 지크 미트 솜의회 의장, 주민대표, 그리고 솜의 환경, 사회복지, 토지관리 담당공무원들이 참여했다. 인천시에서는 원탁회의 의장과 인천시 국장 등 20여명이 동석했다.

협약식장에는 솜 내에 유일한 학교인 타룬 투야 초등학교(1~9학년, 한국의 초중학교 과정) 교장이 참여, 감사의 말을 전했다.

"250명의 학생과 27명의 교직원이 푸른아시아 덕분에 환경 교육과 자연보호 실천을 잘 하고 있습니다. 직접 나무를 심고 기르는 것을 배우고 있죠. 올해도 학생들과 1천 그루를 심을 텐데 학교와 마을 주변에 근사한 숲이 들어서는 날을 고대하고 있습니다."

"우린 동기간, 푸른 꿈 함께 꿔요"

 울란바타르 시민의 상수원인 성긴지역에서 '아시아 평화의 숲'을 조성키로 하고 기념식수를 마친 인천시민들과 몽골인.
 울란바타르 시민의 상수원인 성긴지역에서 '아시아 평화의 숲'을 조성키로 하고 기념식수를 마친 인천시민들과 몽골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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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룬 교장은 또 "언젠가 한국에서 11명의 학생이 와 우리 학생들과 함께 나무를 심고 친하게 지낸 적이 있다"고 언급한 뒤, "내일 60여명의 인천 시민과 학생이 시범적으로 나무를 심을 텐데 우리 학생 60여명도 함께 할 것"이라며 "양국 청소년이 공동의 꿈을 이루도록 하자"고 말했다.

박준희 인천YWCA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몽골 사람들을 보면서 동기간 같은 느낌이었다"고 말문을 연 뒤 "한국에서도 아이 낳으면 몽고반점 있는데 한 뿌리라서 그런 것 아니냐"며 "사막화가 몽골만의 일이 아닌 만큼 함께 '희망'을 만들어 가자"고 언급했다.

오기출 푸른아시아 사무총장은 "한국으로 날아오는 대표적 황사 발원지 중 하나"라고 소개한 뒤, "우리 NGO가 주도하긴 했지만 실제 나무를 심고 가꾸는 일은 이곳 주민, 특히 어린 학생들이 열심을 냈다"며 "사막화 저지의 그날까지 함께 땀 흘리자"고 호소했다.

협약을 마친 대표단은 푸른아시아 현지 사무소가 마련한 게르 숙소에서 조림투어 둘째 날 밤을 보냈다. 이번 투어에는 특별히 23명의 학생들이 부모와 함께 참여했는데, 이들은 낯선 이국땅 낯선 유목캠프에서 무수하게 쏟아지는 별빛을 받으며 하얀밤을 지새웠으리라.


"나무심는 한국인 감사, 푸른 숲으로 보답할 게요"
[인터뷰] 잉크 테방 몽골 볼간아이막 바양노르솜장


 잉크 테방 바양노르솜장.
 잉크 테방 바양노르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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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양노르솜(君)은 해발 1100m 고지에 있으며 인구는 1500명. 9만6천ha의 땅 중 75%가 목초지이니 목축이 주업. 수량이 풍부하고 나무(과수원)도 꽤 많았으나 최근 몇 년간 기후변화에 따른 사막화로 나무가 사라졌다.

정부는 이곳을 그린벨트 보조라인으로 지정하고 조림사업을 진행 중이다. '푸른아시아'가 인천환경원탁회의 등의 지원을 받아 올해 4만 그루의 나무를 이곳에 심는다. 다음은 잉크 테방(52·남) 솜장과 일문일답.

- 그간 펼친 사막화 방지 행정은?
"2004년 이후 사막화 방지사업이 시작됐다. 정부는 2005년 이곳을 그린벨트 보조지역으로 지정하고 20ha 조림예산을 지원했다. 정부와 우리 솜은 2017년까지 전체면적 96만㎢의 1%인 1만㎢(1천ha)를 조림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호수와 강의 수량이 갈수록 줄어 물 부족이 심각한 수준이지만 지하수를 끌어올릴 수 있어 숲 가꾸기는 가능하다. 대략 80~90m 파 내려가면 깨끗한 물이 나온다.

2007년부터 시민정보미디어센터(푸른아시아)가 조림장을 만들어 나무심기를 하고 있는데 고맙게 생각한다. 조림장은 주민과 학생에게 훌륭한 교육장이다. 특히 지구촌 최대 환경문제인 사막화 방지사업을 한국의 단체와 함께 하는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 사막화 정도는?
"1990년에만 해도 과수가 잘 되는 곳이었다. 바양노르가 '물이 풍부하다'는 뜻일 정도로 이곳엔 우물도 많고 강수량도 적절했다. 하지만 2002년 이후 물 부족에 따른 사막화가 진행돼 과수원(차차르강, 일명 비타민나무)이 대부분 사려졌다. 2년 전 자연환경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솜 전체 땅의 25%가 사막화됐다."

- 푸른아시아와 함께하는 조림사업은 어떻게 진행되나?
"작년부터 시작했다. 지난 한 해 시범 조림장을 만들어 3천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아울러 그린벨트지역 식목에 사용할 20만본의 묘목을 기르고 있다. 올해에는 '아시아 희망의 숲'을 조성하게 되는데 총 4만 그루의 나무를 심는다. 양묘 20만본도 추가로 기른다. 특히 주민들이 이제 적극적으로 조림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심은 나무의 70%를 살리고 있으니 열성을 보여주는 셈이다. 초중 학생들도 나무를 심고 살리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

- 지구촌 사회에 하고픈 말이 있다면?
"몽골의 사막화는 지구온난화와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나름대로 숲 가꾸기 계획을 세워놓고 있지만 예산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 사람들이 몽골에 와서 나무를 심고 숲을 가꾸는 것처럼 여타 나라 사람들, 그리고 국제기구들이 적극 참여해주길 고대하고 있다. 푸른아시아와 인천시민, 그리고 한국인 모두에게 감사한다."



#몽골#황사기획#사막화#기후변화#푸른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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