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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 나무들이 사이클론으로 뿌리째 뽑혔다.
큰 나무들이 사이클론으로 뿌리째 뽑혔다. ⓒ 정근
 군인들이 전기 복구 공사를 하고 있다.
군인들이 전기 복구 공사를 하고 있다. ⓒ 정근

 

끊임없이 몰려드는 환자들 

 

미얀마에 온 이후 가장 힘들면서 보람 있는 하루를 보냈습니다.

 

5월 13일(수)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환자들이 끊임없이 몰려들었습니다. 점심시간은 엄두도 내지 못했습니다. 환자들이 어찌나 많든지 자칫 잘못하다가는 정신을 놓칠 지경입니다.

 

많은 해외 의료봉사 활동을 한 관록의 송부근 부장이 접수를 받다가 파김치가 됩니다. 이날 진료한 지역은 양곤에서 1시간 정도 걸립니다. 수도 양곤과 인접했다고는 하지만 나라가 빈한한 탓인지 이 곳 역시 이번 사이클론으로 큰 재해를 당했으나 의료혜택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평소에도 의료서비스가 엉망이었다고 합니다. 상처 나고, 곪고, 고열에 시달리는 아이들이 줄을 이었습니다. 소아과를 담당하는 동의 의료원의 안유정 과장이 탈진상태입니다.

 

이날 하루만 모두 500명이 넘는 미얀마 친구들을 돌보았습니다. 진료를 마친 미얀마 사람들의 손에는 빵 한 개씩이 쥐어집니다. 그것으로 허기라도 지우라는 그린 닥터스의 작은 배려입니다. 아픈 곳은 약으로 치료로 달래겠지만 배고픔은 메울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김창수 선생이 농양치료를 하고 있다.
김창수 선생이 농양치료를 하고 있다. ⓒ 정근

 

피부 농양 환자들이 많아

 

사이드카는 이 곳의 주요 이동수단입니다. 자전거 옆에 사람이 탈 수 있도록 만든 것이 사이드카입니다. 일제 때 일본 헌병들이 이용한 것으로 우리는 알고 있죠. 먼 곳에 사는, 잘 움직이지 못하는 환자 10여 명이 사이드카를 타고 우리를 찾아왔습니다. 중풍환자, 전신마비환자, 다리에 고름이 심하게 찬 환자 등 대부분 중증입니다.

 

김정용 북한개성병원 의무원장(내과), 안유정 동의의료원 가정의학과장(소아과), 김창수 원장(외과), 필자(정근 서면메디칼정근안과 원장·안과), 송부근 서면메디칼정근안과 검안부장, 정종렬군(대학생), 정인혜 간호사, 부산대 국제대학원 김인아씨, 부산외국어대 설한 군 등 9명이 그린닥터스를 대표해 미얀마에 한국인의 사랑을 심고 있습니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미얀마 쪼륀씨(의사), 쿠씨와 현지 한국인인 선교사, 기업인, 현지 교포 등이 그린 닥터스 의료단의 길잡이가 되고, 때로는 보호자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번 그린 닥터스의 미얀마 봉사활동은 한국과 미얀마가 함께 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이 지역 곳곳에서 몰려드는 환자들 역시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피부 농양 환자들이 많았습니다. 아마도 미얀마의 주거 양식이 대개 나무나 대나무로 지어져 이번 사이클론으로 무너지면서 수많은 사람들의 몸에 상처를 만든 것으로 여겨집니다.

 

게다가 의료시설이 태부족한 더운 나라여서 상처난 곳을 방치하다가 화농으로 크게 발전하는 것이죠. 안과 환자도 적지 않았으나 안약이 떨어져 더 이상 진료를 하지 못해 안타까웠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아직 이 곳에 전염병의 징후는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시간이 더 지나기 전에 전염병에 대한 대책이 절실합니다.

 

 미얀마 어린이들이 진료를 받기 위해 접수를 하고 있다.
미얀마 어린이들이 진료를 받기 위해 접수를 하고 있다. ⓒ 정근

 

의사들도 탈진 상태

 

5월 12일 갔던 달라섬의 달라병원은 선교사가 미얀마에 세운 최초의 외국인 클리닉입니다. 지금은 문을 닫았지만, 곧 그린 닥터스가 협력하여 운영이 가능하도록 할 것입니다. 그린 닥터스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제가 달라섬의 미얀마 친구들에게 재개원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이 곳 달라섬 지역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실내가 온통 컴컴합니다. 사이클론은 물러갔지만 잦은 비로 진료하기가 여간 힘들지 않습니다. 땀은 비오듯이 흐릅니다. 모기도 굶주렸는지 대원들을 마구 공격합니다. 최악의 조건에서도 응급 봉합 수술을 하는 등 할 수 있는 치료는 성심껏 해냈습니다. 어느덧 진료 닷새째입니다. 의사들도 밀려드는 환자들과 더위로 인해 탈진 상태입니다.

 

여기 미얀마에는 평소에도 한국인들이 활약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얀마의 선교사는 120여명의 학생을 수용하는 신학교와 10여곳의 고아원, 100여개의 교회를 설립해 교육과 의료를 통해 미얀마의 희망과 꿈을 키워내고 있습니다. 미얀마와 한국을 잇는 민간 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습니다. 그들의 미얀마 사랑이 결실을 맺기를 기원합니다.

 

 김정용 원장이 진료를 하고 있다.
김정용 원장이 진료를 하고 있다. ⓒ 정근

 

미얀마와 맺은 인연 계기로 '노니' 주스 공장 설립 계획

 

미얀마의 특산물은 노니(noni) 주스입니다. 노니는 열대 우림지대인 미얀마에서만 나는 과일로, 당뇨병과 고혈압에 특효약으로 알려져 있어 미국 등에 고가로 팔리고 있다고 합니다.

 

일본은 미얀마에서 노니를 값싸게 수입해 주스로 만들어, 이를 다시 미국에 팔고 있다고 합니다. 참 대단한 일본 사람들입니다. 우리나라도 하루빨리 천연자원의 보고로 알려진 미얀마와 관계를 개선해 우리와 미얀마 사람들이 서로 '윈윈'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우리 그린닥터스는 이번 미얀마와 맺은 인연을 계기로 현지의 우호적인 미얀마인들과 협력하여 노니 주스공장을 설립해 한국의 당뇨병, 고혈압 환자들에게 제공하는 계획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미얀마는 희망의 나라입니다. 지금은 어렵지만, 천연자원의 보고로 한국에 큰 도움이 되는 나라입니다. 우리나라도 100년 전 외국인 선교사들이 와서 세운 세브란스 병원 등의 도움으로 의료와 교육 혜택을 받아 오늘날 세계 10위권의 선진 강국으로 발돋움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GNP 185달러에 불과한 미얀마를 위해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우리가 조금만 더 신경을 쓰면 엄청나게 성장 가능한 나라가 바로 미얀마이기 때문입니다.

 

 필자가 미얀마 환자의 눈병을 검사하고 있다.
필자가 미얀마 환자의 눈병을 검사하고 있다. ⓒ 정근

 

의사도, 약도, 돈도 없는 시골 지역

 

이번 재난으로 미얀마는 도시와 농촌지역 할 것 없이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시골 지역은 치료해줄 의사도, 약도, 돈도 없습니다, 한 마디로 속수무책입니다. 미얀마의 평균수명이 53세 정도라고 합니다.

 

그린닥터스가 지원을 약속한 미얀마 달라클리닉의 재개원을 위해서 대한민국 국민들의 많은 관심과 사랑이 필요합니다. 미얀마에서 의사의 한 달 월급은 300달러입니다. 달라클리닉에는 의사가 두 명 필요합니다. 간호사는 한 달 40달러 정도 받는다고 합니다. 병원 건축물은 수리해야 할 정도로 사이클론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천진난만한 아이들 사이클론 참사를 잊은 듯 천진난만한 미얀마 아이들. 그들의 얼굴에 늘 미소가 가득해야 합니다.
천진난만한 아이들사이클론 참사를 잊은 듯 천진난만한 미얀마 아이들. 그들의 얼굴에 늘 미소가 가득해야 합니다. ⓒ 정근

미얀마를 도웁시다. 한국인이 외국인 최초로 설립한 달라클리닉이 다시 문을 열 수 있도록 큰 사랑을 보태주시기 바랍니다. 달라클리닉을 위해 도움을 주실 분들은 부산의 그린 닥터스 본부(051-668-8001)로 연락주십시오.

 

그동안 성원해 주신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미얀마#사이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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