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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씩씩한 수범이 수범의 반 친구들은 수범과 휠체어를 통채로 들어나르며, 기어코 수학여행 전 코스를 완주했다.
언제나 씩씩한 수범이수범의 반 친구들은 수범과 휠체어를 통채로 들어나르며, 기어코 수학여행 전 코스를 완주했다. ⓒ 김영수

양쪽 다리를 모두 못쓰는 중증장애를 지니고 있지만, 친구들과 구김살 없이 학교생활을 하는 황수범 군에게는 6년을 함께 한 친구들의 우정이 있었다.

지난 4월21일~23일 광주 번천초등학교(교장 최홍년) 6학년생들은 경주로 수학여행을 다녀왔다. 한 학년이 한 반 뿐인 작은학교라, 수학여행을 떠나는 학생은 모두 22명(남 11, 여 11)에 불과했다.

수학여행을 앞두고 담임교사인 이신영 선생님도 속으로 걱정을 했고, 수범이 부모님도 걱정을 안 할 수가 없었다. 다름 아닌 수범이가 양 다리를 제대로 쓰지 못해 휠체어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지난해 5학년 제주도 수학여행 때는 수범이를 위해 수범이의 어머니가 수학여행에 동행했다. 행여나 제대로 걷지 못하는 수범이 때문에 같은 반 친구들의 일정에 차질을 빚을까 걱정이 앞서서였다. 그런데 이번엔 반 친구들이 앞장 서 부모님이 동행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우리랑 함께 가는데 뭐가 걱정입니까? 수범이 혼자 가는 것도 아니고 우리랑 같이 가는 건데요~"

수범이 반 친구들의 씩씩한 요청에 수범이 어머니도 이번엔 따라나서지 않았다. 어차피 언젠가는 스스로 혼자서 헤쳐 나가야 할 것 아닌가?

"여기까지 같이 왔는데 끝까지 같이 가야죠"

수학여행 첫날 코스인 포스코(옛 포항제철) 견학에서 압연공정을 둘러볼 때였다. 장장 2㎞에 이르는 압연공정 코스는 오르락내리락하는 계단이 많아서 도저히 휠체어로 이동 할 수없는 곳이었다. 안내를 맡은 포스코 직원도 고개를 저었다. 수범이 반 친구들이 나섰다.

“우리가 업고서라도 가겠습니다”

10명의 남학생과 몇 명의 여학생이 수범이를 업고 2㎞에 이르는 견학코스를 완주했다. 휠체어는 손이 비는 다른 친구들이 들었다. 다음날 들른 불국사에서 석굴암으로 오르는 길은 포스코보다 더 많은 계단이 수범이를 가로막고 있었다.

“여기까지 같이 왔는데 끝까지 같이 가야죠.”
제자들의 당찬 다짐에 담임인 이 교사의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장애딛고 완주한 수학여행 전교생 모두 1명도 사고없이, 낙오없이 수학여행을 마칠 수 있었다. 담임 이신영교사는 이 모든 것이 수범이와 친구들의 배려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장애딛고 완주한 수학여행전교생 모두 1명도 사고없이, 낙오없이 수학여행을 마칠 수 있었다. 담임 이신영교사는 이 모든 것이 수범이와 친구들의 배려덕분이라고 생각한다. ⓒ 김영수

사실 번천초등학교는 1997년, 전교생이 27명으로 줄어들면서 폐교위기를 맞았다. 그때 마을주민들과 졸업생들이 힘을 합쳐 신입생을 늘리는 등의 노력으로 학교를 살려냈다. 그래선지, 번천초교 학생들의 우정은 여간 끈끈하지 않다.

표석화 교감선생님은 “6년 동안 한 반에서 지내다보니 웬만한 이웃사촌보다 학부모들끼리 더 친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수범이에 대한 표 교감선생님의 첫 인상은 “참 씩씩하더라”다.

수범이가 3학년 때인 2005년 9월 번천초에 부임한 표 교감은 “효자 황수범입니다”라고 인사하는 수범에게서 강한 인상을 받았다. 표 교감은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해 넘어지면서도 다시 툭툭 털고 일어나 교실로 향하는 모습을 보고 이후 계속 눈여겨보게 됐다”고 말했다.

보건교사인 원선희 선생님은 “수범이 때문인지, 우리학교 학생들은 장애에 대한 편견이 없다”고 소개했다. 워낙 수범이가 밝고 쾌활하게 생활해서, 같은 반 친구들과 전교생이 모두 장애는 약간 불편할 뿐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전교부회장, 방송반 캠코더 기사로 맹활약

수범이는 올 초 새학년을 맞아 전교어린이회부회장에 출마했다. 그때 수범이의 출마 동기는 표 교감과 담임 이 교사 모두에게 지금까지 깊은 울림으로 남아있다.

“저는 지난 5년 동안 여러분의 도움을 받아 학교생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졸업하기 전 여러분을 위해 봉사하고 싶습니다.”

수범이는 전교 어린이부회장으로 뽑혔고, 방송반 촬영기사로 교내생활을 전교생에게 전달하고 있다. 연년생인 수범이의 남동생도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다. 그러나, 수범이도 동생도 학교에서는 서로 의지하지도, 의지할 생각도 않는다.

이제 올해가 지나면 수범이는 중학생이 된다. 워낙 명랑한 성격이라 중학생이 되서도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담임 이 교사는 조심스레 내다봤다. 수범이의 씩씩한 사연은 7일 오후 4시10분 KBS1TV <사랑의 리퀘스트>에 소개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시티뉴스(www.ctnews.co.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경기광주번천초등학교#황수범#장애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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