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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형빈 안티카페.
윤형빈 안티카페. ⓒ 네이버

"한 번 떠보려고 별 짓을 다 한다."
"너 주제파악이나 해라."

KBS2 <개그콘서트>의 '봉숭아학당'에서 '왕비호'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개그맨 윤형빈에게 쏟아지는 비난들입니다. '호감이 가지 않는다'는 뜻의 '왕비호'라는 이름만큼이나 안티팬들을 모으고 있다고 합니다. 안티팬들의 비난에도 윤형빈은 매주 새로운 공격 대상을 찾으면 제 살 깎는 '독설'을 퍼붓고 있습니다. 

피도 안 마른 원더걸스? '왕비호' 윤형빈이 시원한 이유

 '왕비호'로 안티팬을 몰고 다니는 윤형빈.
'왕비호'로 안티팬을 몰고 다니는 윤형빈. ⓒ KBS2
사실 그동안 윤형빈은 딱히 뇌리에 남는 개그맨이 아니었습니다. 연기력 또한 유세윤이나 김병만처럼 개성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동료 연기자들에게 묻어가거나 '네박자' 코너의 마징가송 같은 흡인력 부족한 코너만 맡아왔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윤형빈이 탄생시킨 '왕비호' 캐릭터,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지됩니다. 당대 최고의 아이돌스타, 그리고 그의 열성팬들을 향한 '겁없는' 독설은 많은 이슈를 낳고 있습니다. 그의 독설을 한번 살펴볼까요?

지난 4월 6일 그는 아이돌 스타인 슈퍼주니어와 빅뱅을 향해 "너희들 이름은 뭐냐" "말 할 필요도 없다"는 말을 날려 팬들을 놀래켰습니다. '국민동생'이라는 원더걸스에게도 "피도 안 마른 것들"이라는 독설을 쏟아냈습니다.

그 다음주인 13일에는 SS501과 소녀시대가 타깃이 됐습니다. 소녀시대에게는 "너희들 학교는 가냐"고 직설화법을 사용했으며, SS501에게는 "너희들은 청바지 브랜드냐"고 과감한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동방신기 팬클럽 '카시오페아'에 대해서는 "아~ 가시오가피들"이라고 조롱하기도 했습니다.

윤형빈의 과감한 발언을 놓고 누리꾼들은 설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왕비호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팬들은 "신선하다, 스타를 지나치게 추종하는 극렬 팬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것 같아 통쾌하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자신들의 우상인 '오빠'들에 대해 비아냥거리는 윤형빈을 결코 용서할 수 없다며 달려드는 안티팬이 무려 3천명이 넘었다고 합니다.

그동안 우리나라 코미디가 다른 사람의 약점을 드러내거나 상대방을 욕하며 웃음을 자아내는 소위 '학대개그'에 머무른다는 비판을 받아왔기에 윤형빈의 '왕비호' 캐릭터가 또다시 그런 방향으로 흐를 위험은 있습니다. 하지만 그 수많은 소녀팬들을 앞에 두고 독설을 퍼붓는 걸 보면 가슴 한편이 후련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조금 더 주문을 하자면 단순히 '비아냥' 수준을 넘어 '풍자'의 경지로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돈 리클스, 그의 독설엔 대통령도 숨죽였다

 돈 리클스는 '풍자코미디'의 대가다. 그의 촌철살인은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
돈 리클스는 '풍자코미디'의 대가다. 그의 촌철살인은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 ⓒ 돈 리클스 홈페이지

미국의 유명 코미디언이자 영화배우인 '돈 리클스'는 1926년 뉴욕에서 유대인 부모에게서 태어나 평생을 '비평예술가(put-down artist)'로 살아온 사람입니다. 그의 풍자는 성별, 인종, 성적 취향, 정치 등 분야를 가리지 않았습니다.

그의 첫 무대는 1946년 2차 세계대전 당시 입대한 해군에서 부대원을 위한 위문공연이었습니다. 당시는 전통적이고 딱딱한 코미디가 유행이었는데 과감하게 대본과 형식을 벗어버리고 스탠딩 코미디를 시도하면서 소위 '욕설코미디(insult comedy)'의 서막을 알리기 시작합니다.

제대 후 1959년 라스베이거스에 데뷔하면서 돈 리클스는 국민적인 배우로 명성을 떨치게 됩니다. 이후 35년 이상을 코미디언과 영화배우 등으로 활약하면서 프랭크 시나트라 등과 함께 쇼를 진행하고 수많은 영화를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돈 리클스를 유명하게 만든 건 1967년부터 시작한 텔레비전 '딘 마틴 쇼'입니다. 딘 마틴 쇼는 큰 성공을 거두었고 그 이후로 그는 일약 '풍자 코미디언'으로 알려지게 됩니다. 그의 풍자는 대상을 구별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마가렛 영국 공주부터 레이건 미 대통령, 그리고 당대 최고의 할리우드 배우까지, 그의 '입담'에서 자유로웠던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돈 리클스는 남을 욕하면서 인기를 끌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진정한 재능은 사람들이 그것이 '인격모독'이 아닌 '풍자'로 느끼게 했다는 겁니다. 그런 리클스의 독설을 보기 위해 미국 사람들은 TV 앞에 앉았던 거죠.

그의 타깃이 됐던 일부 정치인들은 '압력'을 행사하려고 시도하다가 오히려 그 사실을 공개적으로 떠벌리는 바람에 국민적인 망신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실제 레이건 대통령 시절 국무장관이던 알렉산드 헤이그는 자신을 향한 그의 코미디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가 다시 돈 리클스의 코미디 소재가 되는 '굴욕'을 치르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그의 '독설'은 힘이 있었으며, 그의 풍자는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분야였습니다. 설사 대통령이라고 해도 말입니다.

지금도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그의 쇼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꽤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예약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80대의 노후에도 불구하고 돈 리클스는 왕성한 입담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알싸하게 매운 풍자 코미디, 이젠 없나

돈 리클스와 왕비호를 번갈아 보면서 아직 우리나라 코미디는 같은 업계의 연예인만 풍자하나라는 생각이 들어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최근 정치권에서 얼마나 많은 코미디 소재가 나오고 있습니까?

강부자, 고소영, S라인, 2메가, 미국 쇠고기 전면 개방, 일본 천황에 고개 숙인 대통령, 수도 서울 한 복판에서 난동을 부리는 중국에 찍 소리 못하는 한국 외교부, 박미석으로 불거진 청와대 인사검증시스템, 영어 몰입교육, 학교규제완화 등.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나라 코미디 프로에서는 이런 풍자를 찾아보기 힘듭니다.

최근 방송 3사 개그가 저질·몸개그·잡담 또는 야생 버라이어티에 치중하는 경향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옹기종기 모여앉아 자기들끼리 뭐가 그리 우스운지 말장난을 치며 놉니다. 지금 국민들의 정치적 불만과 가려움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촌철살인의 풍자'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심지어 방송에 출연하는 연예인조차도 10대 팬들이 많은 동료 연예인에 대해서는 말하기가 여간 조심스러운 게 아닙니다. 우스갯소리처럼 안티팬 눈치를 보기도 합니다.

그래서 윤형빈의 '왕비호'가 많은 사람들에게 '대리만족'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안티를 무서워하지 않는 '신선함'과 '독설'로 사람들에게 알싸하게 터지는 맛을 주는 것 같기도 합니다. 앞으로 윤형빈의 활약을 기대하겠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우리나라 코미디계에도 돈 리클스 같은 정통 풍자 코미디언이 나타났으면 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정치에 시원한 주먹을 날렸으면 합니다. 국민 무서운 줄 모르고 말 안 듣는 정치인들에겐 몽둥이가 약이기 때문입니다.

덧붙이는 글 | 다음 블로그에 게재함



#왕비호#윤형빈#개그콘서트#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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