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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래소폭포 번개소리같기도 하고, 거대한 파도가 몰려오는 소리 같기도 한 폭포 앞에...
▲ 파래소폭포 번개소리같기도 하고, 거대한 파도가 몰려오는 소리 같기도 한 폭포 앞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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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불산 폭포 자연휴양림 하단 매표소에서 파래소폭포로 올라가는 길에는 맑은 계곡 물소리가 우리 발걸음에 리듬을 실어 주었다. 청명한 하늘은 구름 한점 없이 푸르렀다. 신록은 점점 물들어 산 아래에서 산 위로 초록으로 물들이며 타올라가고 있었다. 파래소 폭포에 갔다 오는 사람들인지 젊은 청년들이 무리를 지어 내려오더니 인적은 끊어지고 깊은 계곡엔 저 위에서 흘러내려오는 물소리만이 숲속 가득했다. 계곡물은 쉬지 않고 흘러가고 숲은 초록으로 산정을 향해 물감을 들이고 있었다.

파래소 폭포 바로 아래에서 인공동굴을 만났다. 인공동굴은 옛날에 아연광산 하던 곳을 복구해서 인공동굴로 이름하게 되었다고 한다. 동굴 길이는 31미터로 여름에는 찬바람, 겨울에는 더운 공기가 나와서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곳이다. 인공동굴 안팎에는 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동굴 안으로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자 동굴 깊은 데서부터 차가운 바람이 불어왔다. 바로 위에서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소리가 들려왔다.

낮은 곳엔 철쭉꽃이 만발... 높은 곳에는 진달래 피고...
▲ 낮은 곳엔 철쭉꽃이 만발... 높은 곳에는 진달래 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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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래소폭포(높이15미터)에 도착(12:10). 산 그림자를 드리운 폭포에서 쏟아지는 물소리는 웅장했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을 타고 힘차게 흘러내리는 폭포는 가슴을 후련하게 했다. 끊임없이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떨어지는 폭포 아래 넓은 연못은 어찌나 맑고 푸른지, 그 푸름의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이곳 연못의 둘레는 100미터에 이른다. 폭포수 하얗게 떨어져 내려 연못을 이룬 깊은 연못 한가운데는 명주실 한 타래를 푼다하여도 바닥에 닿지 않는다는 전설이 있다고 한다.

폭포    
- 김수영
폭포는 곧은 절벽을 무서운
기색도 없이 떨어진다.
규정할 수 없는 물결이
무엇을 향하여 떨어진다는 의미도 없이
계절과 주야를 가리지 않고
고매한 정신처럼 쉴 사이 없이 떨어진다.
금잔화도 인가도 보이지 않는 밤이 되면
폭포는 곧은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곧은 소리는 소리이다
곧은 소리는 곧은 소리를 부른다.
번개와 같이 떨어지는 물방울은
취할 순간조차 마음에 주지 않고
나타(懶惰)와 안정을 뒤집어 놓은 듯이
높이도 폭도 없이 떨어진다.

정오의 햇볕을 피해 폭포 앞 연못가 바위에 앉아 있노라니 하루 온종일 여기 앉아 있어도 좋을 것 같았다. 물빛이 아주 맑아 연못가 잔돌이 다 들여다 보였다. 깊은 산골짝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파래소폭포를 거쳐 배내골짜기 저 멀리 멀리 흘러간다. 아쉽지만 또 일어선다. 파래소폭포 오른쪽에는 신불산 가는 등산로가 나 있었다. 파래소폭포를 아래 남겨두고 등 뒤로 들려오는 폭포의 상쾌한 물소리 들으며 등산로에 들어섰다.

신불산 가는 등산로는 급경사 길로 계속된다. 인적 없는 길을 올라간다. 가고 가도 정상은 눈에서 아직도 멀다. 바로 엊그제 지리산 높은 산을 올랐던 나는 체력이 좀 딸리는지 몸이 말을 제대로 듣지 않았다. 아이쿠, 내가 여기 왜 왔을까. 집에서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어떤 산이라도 오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산에 오니 몸이 말을 듣지 않고 갈 길은 막막했다. 다리는 알이 배겨 아프고 걸음은 무거웠다.

신불산 가는 길... 내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며...
▲ 신불산 가는 길... 내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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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봉우리에서 내려다 본... 아름다운 풍경들...
▲ 산봉우리에서 내려다 본... 아름다운 풍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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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불산 오르는 길에... 산봉우리에서 바라본 저 멀리 신불평원과 영축산...그 앞에 지그재그로 된 임도...
▲ 신불산 오르는 길에... 산봉우리에서 바라본 저 멀리 신불평원과 영축산...그 앞에 지그재그로 된 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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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오르다 자주 쉰다. 조금 올라가다가 나무를 잡고 서서 올라온 길을 돌아보고 서 있고, 또 걷고 쉬고 하기를 반복했다. 가다 말면 아니 옴만도 못하다. 등산은 힘들어도 정상에 올라보면 대자연의 위용과 아름다움에 압도당해 할 말을 잃고, 올라오느라 힘들었던 기억은 사라지고 만다. 또 산길을 걸으며 눈인사를 할 수 있는 들꽃이랑 들풀이랑 솔솔 부는 바람이랑 얼마나 많은가. 높은 산정에 이르면 대자연의 웅장함, 혹은 그 아름다운 오케스트라의 선율을 듣고 보는 그 감격이 있어 중도에 포기할 수 없다.

산이 높고, 그래서 힘들면 천천히 쉬어가면 된다. 빨리 오르지 못해 힘들고 지치면 자주 쉬면서 목적지까지 당도하면 된다. 힘이 들면 천천히 쉬어가면서, 그러나 끝까지 간다. 과연 산이 높으면 높은 만큼 주변의 낮은 산들을 넓게 껴안고, 토닥거리고 있음을 보게 된다. 높은 산이 멀리보고, 높은 산이 많이 품고, 높은 산이 넉넉하고 위용 있음도 알게 된다. 낮은 산은 낮은 산대로 아기자기하고 나름대로의 멋스러움과 운치가 있지만 높은 산은 그 앞에 할말을 잃게 한다. 무어라고 하나로 표현한다는 것이 어설프게만 느껴질 뿐이다. 산이 높으면 계곡도 깊고, 그 속에 감추고 있는 것이 많다. 그 속에 들어가야 볼 수 있고 알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신불산 가늘 길... 여기는 이제 봄...진달래가 곳곳에 꽃불을 지피고...
▲ 신불산 가늘 길... 여기는 이제 봄...진달래가 곳곳에 꽃불을 지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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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천천히 걷는다. 상쾌한 바람을 느껴보기도 하고, 노란빛에서 연두색으로, 연두색에서 초록색으로 물들어가는 나뭇잎의 연하디 연한 살을 만져 보기도 하고, 잎새 위에 내려앉은 고운 햇살을 느껴보기도 하고, 잎새를 흔드는 바람의 말에 귀를 기울여 보기도 하면서, 대자연을 만들고, 대자연을 통해 말씀하시는 하나님을 느끼기도 하면서 느리게 걷는다.

'이 나뭇잎도 내가 짓고, 바람도 내가 지었단다. 이 꽃도 내가 짓고 이 모든 것을 내가 짓고 만들었다. 이 모든 것 속에 내가 있단다. 그리고 네 속에 내가 있다...'고 가만가만히 속삭이시는 것 같았다. 내가 만든 이 모든 것을 보고 느껴보려무나, 마음껏 누려 보렴, 가만가만히 귀에 속삭이는 듯했다. 그래서 산으로 올라가다가 쉬고, 쉬면서 귀를 기울이며 자연 속에서 그 음성을 듣곤 했다.

간월재... 인적 없는 억새평원을 이룬 간월재로 걸어내려 가다...
▲ 간월재... 인적 없는 억새평원을 이룬 간월재로 걸어내려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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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도가 나타났다. 임도를 따라 걷다가 다시 등산로에 진입, 또 다시 경사진 높은 산길을 걸었다. 1시 40분 전망바위에 도착했다. 신불산 서봉줄기 중 하나인 969미터 봉우리에서 점심을 먹고 다시 걷는 길, 두 번째 봉우리인 986미터 봉우리를 넘었다. 이 봉우리들은 바위군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곳에 봄은 아주 천천히 오나 보다. 산 아래서부터 물들이기 시작한 신록은 아직 여기까지는 도착하지 않았다. 이제야 진달래꽃들이 꽃봉오리를 맺고 있거나 피어나고 있는가하면 메마른 나무들이 낮게 포복해 있었다. 저 멀리 신불산평원, 영축산, 간월산이 보였다.

공룡능선... 신불산 정상에서 내려다 본 공룡능선...
▲ 공룡능선... 신불산 정상에서 내려다 본 공룡능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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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불산 정상에 도착(4:20)했다. 신불산에는 예전에 공룡능선을 타고 올라 온 적이 있다. 이번엔 파래소폭포 쪽에서 올라왔는데, 신불산 정상 일대에는 공사로 어수선한 모양이었다. 우리 산천은 사람들의 편리함을 위해 자꾸만 자연은 훼손해 가는 것 같다.

신불산 정상에서 간월재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처음 계획은 파래소 폭포를 기점으로 해서 신불산으로, 신불산에서 신불평원을 거쳐 영축산으로, 그리고 간월재, 간월산까지 종주하기로 했다. 하지만, 오늘은 집에서 좀 늦게 출발한데다 며칠 전에 지리산에 다녀왔던 나는 체력이 딸려, 신불산 정상에서 신불평원과 영축산이 훤히 보였지만 뒤로 하고 간월재로 향했다.

간월재... 억새평원...그리고 파란 하늘...
▲ 간월재... 억새평원...그리고 파란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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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월재는 조용했다. 인적 없이 고요한 이곳에 주말엔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렸을 것이다. 간월재에 도착하자 오후 5시 20분, 임도를 따라 걸었다. 임도는 시멘트 길로 되어 있어 발밑이 좀 아팠지만 내려가는 길은 빨라서 아주 편했다.

휴양림 상단에 도착, 계곡물 소리 옆에 끼고 아래로 향해 걸었다. 파래소폭포에 다다르자 길은 높고 험했다. 다시 파래소폭포를 만났다. 저녁이 되어 더 서늘해진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은 계속해서 바위틈을 지나 아래로 흘러갔다. 저녁 7시 정각, 신불산 폭포자연휴양림 하단에 도착했다.

신불산자연휴양림  넓은 마당, 숙소...그 앞에 취사장...
▲ 신불산자연휴양림 넓은 마당, 숙소...그 앞에 취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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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은 점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어두워지고 있었다. 저녁 어스름이 찾아 들고 있는 휴양림 안, 취사장에서 라면을 끓여  맛있게 뚝딱! 끓인 라면을 김치와 함께 먹은 뒤에 일어섰다. 숲은 점점 어두워지고, 매표소와 매점엔 불이 켜졌다.

어둠이 출렁일 때, 배내골 깊고 고요한 골짝을 지나 집으로 향했다. 우리는 오늘 이곳 신불산폭포 자연휴양림 하단에서 출발해서 파래소폭포까지, 그리고 신불산 등산, 다시 간월재로 가서 임도를 따라 걷다가 신불산폭포 자연휴양림 상단을 거쳐 출발지였던 하단까지 왔다. 한바퀴 빙 둘렀던 것이다. 자그만치 7시간 30분 동안 걸었다.

오늘 산행을 통해 새로운 발견을 했다. 처음 계획했던 것처럼 신불산 정상, 신불산 평원을 지나 영축산, 간월산 등을 종주하면서 또 파래소폭포까지 보려면, 차를 타고 임도로 해서 간월재까지 간다. 차를 주차해 놓은 다음에 간월재에서 신불산, 신불산평원, 영축산 그리고 다시 돌아서 신불평원을 거쳐 간월재로 되돌아와서 간월산까지 올랐다가 다시 임도를 따라 내려가다가 보면 신불산폭포 자연휴양림 상단표시를 보게 된다. 거기서 자연휴양림상단가는 길로 꺾어들어 상단에서부터 하단으로 내려가면 파래소폭포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

또 하나는 신불산폭포 자연휴양림에 주차료와 이용료가 든다 해서 한번도 찾지 않았는데 이번에 이곳 자연휴양림 속으로 들어와 파래소폭포를 비롯해 휴양림 안을 둘러보면서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았다. 위에서부터 흘러내리는 계곡물소리를 따라 자연 속에서 휴식을 얻으며 계곡에 발을 담그기도 하면서 가족과 함께, 혹은 연인과 함께, 단체로 와도 좋을 것 같았다.

여기 숙소는 깊은 숲과 계곡물 흐르는 소리와 함께 조용한 가운데 지낼 수 있어 1박을 계획하는 이들에게 참고가 될 것 같다. 물론, 숙소에서 묵지 않아도 된다. 이곳에 하루 정도 와서 깊은 산, 깊은 계곡에서 쉬며 좋은 사람과 좋은 추억을 만들며 맛있는 것도 만들어 먹을 수 있어 좋을 것 같다. 오늘 파래소폭포로 해서 신불산 정상을 거쳐 한바퀴 빙 돌다시피 해서 얻은 좋은 경험이었다.


일시:2008.4.28(월)
진행:신불산 폭포 자연휴양림 하단 매표소(11:30)-인공동굴(12:05)-파래소폭포(12:10)-임도(1:05)-전망바위(1:30)-969봉(2:10)-식사후 출발(2:50)-986봉(3:05)-신불산서봉(4:00)-신불산정상(4:20)-간월재(5:20)-신불산폭포자연휴양림 상단매표소(6:10)-파래소폭포(6:40)-신불산폭포 자연휴양림 하단매표소(7:00)


#신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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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데살전5: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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