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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 보리 축제가 매스컴을 통해서 접하게 되면 자부심을 갖게 된다. 내 고향 고창이 전국에 이름을 날리고 있다는 사실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고향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청 보리 축제가 이제 전국적으로 명성을 얻고 나아가 지구촌의 축제로 이름을 날릴 날이 다가올 것이란 기대감이 가슴을 부풀어 오르게 한다.

 

고창은 인물의 고장이다. 민족의 혼을 살려주는 학교가 있기 때문이다. 식민지 시대에 세워진 고창고보는 민족의 인재를 배출하는 산실이었다. 그동안 인촌과 근촌 등 나라를 빛낸 인물이 참으로 많다. 그 명맥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어 고창고등학교를 졸업한 많은 인재들이 사회의 동량으로 활동하고 있다.

 

고창고등학교의 상징은 보리다. 고창이란 지명은 원래 모양부리현이다. 모는 보리 모자이고, 양은 볕 양이다. 햇볕 잘 드는 논밭에서 풋풋한 보리가 왕성하게 잘 자라는 고장이라는 뜻이다. 고창에 있는 사적 145호의 성곽의 이름도 바로 모양성인 것이다. 고창은 원래 보리의 고장이다. 청 보리 축제가 펼쳐질 최적의 고장이라 할 수 있다.

 

고창고등학교 교가에 ‘13도 근역에 두루 퍼지고, 온 세계 곳곳에 씨가 되겠네’라는 구절이 있다. 청 보리 축제가 이름을 날리고 있는 것을 보면서 교가를 떠올리게 된다. 13도 전국은 물론이고 지구촌 곳곳에서 이름을 날릴 수많은 보리알들을 떠올리면서 고창으로 향하였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채우기 위하여 오관을 활짝 열어놓았다.

 

고창읍을 지나 아산으로 들어서니, 낯익은 풍광들이 마음에 와서 박힌다. 세월이 그렇게 흘렀어도 크게 변하지 않은 고향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무장 소재지에서는 동학 기포 축제가 벌어지고 있었다. 목적지가 달라서 곧바로 청 보리 축제가 열리고 있는 곳으로 향하였다. 도로 양 쪽에는 싱그러운 보리의 물결이 춤을 추고 있었다.

 

“야! 청 보리다.”

 

감탄사가 저절로 나왔다. 세상이 온통 초록이다. 시선에 들어오는 모든 것이 다 초록이다. 보리는 이미 이삭이 모두 팼다. 익어가고 있는 보리알의 모습이 마음을 든든하게 만들어주었다. 농사를 짓는 농부들의 마음이 얼마나 흡족할까를 생각하니, 덩달아 내 마음도 꽉 차는 것 같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풍요로워진다.

 

보리와 함께 눈에 들어오는 것은 꽃마차다. 얼마 만에 보는 꽃마차인가? 축제에 참여한 사람들이 꽃마차를 타고 달리는 모습이 그렇게 돋보일 수가 없었다. 보리와 꽃마차는 아주 잘 어울리고 있었다. 조화를 이루게 되니, 그 모든 것들이 하나의 그림이 되어 가슴에 와 각인이 된다. 고향 얼굴의 새로운 모습으로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보리의 물결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마치 물이 거침없이 흐르고 있는 것처럼 시원스럽다. 걸림 없이 살아가는 즐거움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 좋았다. 몸과 마음에 앙금으로 남아 있는 수많은 어려움이나 고뇌들이 보리의 물결 따라 말끔하게 씻기고 있는 것 같아 좋았다.

 

상선약수라 하였던가? 노자의 도덕경에 보면 물처럼 살면 그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고 하였다. 초록으로 흔들리고 있는 보리의 물결이 물처럼 그윽함을 느낄 수 있다. 그 흔들림이 얼마나 부드러운지 어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누구라도 모두 다 자상한 가슴으로 포용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었다.

 

파도 되어 흔들리는 보리 이삭의 물결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든든한 마음이 든다. 저 보리가 양식이 되고 농군의 희망이 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 생기는 것이다. 남들이 싫어하는 낮은 곳으로 향하고 있음을 쉽게 발견하게 된다. 모두를 이롭게 하는 보리의 모습이 그렇게 우뚝할 수가 없었다.

 

보리의 넉넉함이 찾아온 사람들의 마음에 전해질 것일까? 사람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피어 있어서 더욱 더 보기가 좋았다. 어린 아이의 얼굴에서부터 시작하여 할머니의 얼굴에 이르기까지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 그렇게 보기가 좋을 수가 없었다. 어린 시절 어머니의 가슴에 묻힌 것처럼 좋았다. 포근하고 아늑하였다.

 

맑은 웃음을 터뜨리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니, 저절로 흥겨워진다. 초록빛 보리 이삭 속에 서 있으니, 아름다운 멜로디가 저절로 생긴다. 고창의 청 보리 축제가 참으로 좋다. 삶의 흥겨움을 얻을 수 있고 고향의 따뜻함을 가슴에 흠뻑 담을 수 있었다. 어머니의 사랑을 떠올릴 정도로 정겨운 축제였다. 축제에 참여하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덧붙이는 글 | 사진은 전북 고창 청보리 축제장에서


#청 보리#축제#고창고보#인재#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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