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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놀람의 소리

 

.. 그는 새삼스럽게 “이 무슨 참상인가”라고 놀람의 소리를 내고 처음으로 본래 임무인 치안과 재해대책에 생각을 돌렸다 .. <학살의 기억 관동대지진>(강덕상, 역사비평사, 2005) 39쪽

 

“처음으로 본래(本來) 임무로 생각을 돌렸다”라는 대목에서 ‘처음으로’와 ‘본래’가 겹칩니다. “처음으로 자기 임무로 생각을 돌렸다”처럼 다듬어 주어야 알맞아요.

 

 ┌ 놀람의 소리를 내고

 │

 │→ 놀라면서

 │→ 놀라워하고

 │→ 놀라는 소리를 내며

 └ …

 

어쩜 “놀람의 소리” 같은 말을 다 하느냐 싶어서 놀라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요즘 사람들 말씨는 “기쁨의 소리”나 “환영의 소리”나 “공포의 소리”나 “환희의 소리”가 아니겠느냐 싶습니다.

 

이런 데에 생각이 미치니 소름이 돋습니다. 그러나 이내, 이런 소름이 돋을 사람이 요즈음 얼마나 있을까 싶은 데에 생각이 미치고, 토씨 ‘-의’를 얄궂게 붙이는 말씨를 소름이 돋을 만큼 안타까이 느낄 분은 거의 없을지 모르겠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칩니다.

 

가만히 보면, 놀랄 일이나 소름이 돋을 일이 아니라 슬픈 일이거나 가슴아픈 일입니다. 그러나 다른 대목에서 보자면 세상 흐름이거나 사회 흐름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로서는 우리들 말씨나 말투나 말씀씀이가 뒤틀리는 듯 보이겠지만, 훨씬 많은 사람들한테는 지금 말씨는 지금대로 좋고 요즈음 말투는 요즈음대로 좋으며 오늘날 말씀씀이는 오늘날대로 괜찮거나 쓸 만할 테지요. 세상이 바뀌듯이 말도 바뀌고, 문화가 바뀌며 사람도 바뀌니까요.

 

ㄴ. 콜레스테롤의 섭취량

 

.. 이런 점에서 원래부터 골칫거리인 가장 흔한 형태의 권장 식단에서는 달걀, 지방이 많은 육류, 조개류, 유제품을 줄임으로써 콜레스테롤의 섭취량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  <우유 절대로 마시지 마라>(프랭크 오스키/이효순 옮김, 이지북, 2003) 73쪽

 

“가장 흔한 형태(形態)의 권장(勸奬) 식단(食單)”은 “가장 흔한 권장 식단”으로 손질해도 되고, “가장 널리 사랑받는 차림판”으로 손질해도 됩니다. “원래(元來)부터 골칫거리인”은 “워낙에 골칫거리인”이나 “예전부터 골칫거리인”으로 다듬습니다. “유제품을 줄임으로써”는 “유제품을 줄이면서”로 다듬어 줍니다.

 

 ┌ 콜레스테롤의 섭취량을 엄격히 제한하고

 │

 │→ 콜레스테롤 섭취량을 엄격히 줄이고

 │→ 콜레스테를 먹는 양을 엄격히 줄이고

 │→ 콜레스테롤을 많이 못 먹게 하고

 │→ 콜레스테롤을 함부로 먹지 못하게 막고

 └ …

 

토씨 ‘-의’만 덜고 “콜레스테롤 섭취량”이나 “콜레스테롤을 섭취하는 양”쯤으로는 적어 주면 고맙습니다. 그렇지만 이만큼까지 마음을 기울이는 분을 만나기 어렵습니다. 어쩌면, 이만큼 마음을 기울여 주는 분들은 조금 더 마음을 기울여서 한결 깨끗하고 살뜰하게 글을 적어 주실 테지요.

 

언제나 그러하듯이, 바쁘고 힘들다는 핑계를 대는 분들은 말이고 글이고 올바르거나 살뜰하게 쓰려고 하지 않습니다. 바쁘고 힘들다는 핑계를 대는 분들은 사회와 정치와 경제와 문화와 교육이 바로서도록 하는 일에도 나 몰라라 합니다. 오로지 자기 돈벌이에만, 자기 놀이감에만, 자기 일감에만 눈길을 둡니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방 <함께살기 http://hbooks.cyworld.com> 나들이를 하시면 여러 가지 우리 말 이야기를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토씨 ‘-의’#우리말 #우리 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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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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