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땅 끄트머리, 완도에서 배를 타고 45분 달려 도착하는 섬 청산도. 우리나라 영화사상 처음으로 관객 100만 명을 넘긴 <서편제>를 촬영한 이후 널리 알려진 청산도는 남도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늘 고향 같은 섬이다.
보석같이 박혀 있는 섬들에 흠뻑 빠지다보면 어느덧 배는 청산도에 닿는다. 45분이란 시간이 이렇게 짧았는가 싶다. 바다에서 바라보는 섬은 여느 섬과 별다를 바 없어 보인다. 그러나 섬에 들어서면 이국적인 풍경이 길손을 반긴다.
청산도는 이름 그대로 푸른 섬이다. 바다도 파랗고, 산도 하늘도 파랗다. 어깨에 닿을 듯 말 듯한 돌담과 언덕 너머로 이어지는 구불구불한 마을길도 정겹다. 보리밭으로 출렁거려 하늘과 바다, 섬이 모두 푸른빛으로 물든다.
싱그러운 봄내음도 물씬 풍긴다. 야트막한 돌담과 푸른 보리밭은 잘 다듬어진 정원 같다. 맑은 바다와 푸른 하늘을 벗 삼아 보리밭 사이 돌담길을 걷노라면 봄기운에 몸과 마음의 긴장이 풀어지면서 느슨해진다.
보리밭 사이 돌담길은 한국영화 사상 최고의 명장면을 연출한 당리 황톳길이다. 한 여인과 두 남자의 운명의 실타래를 진도아리랑 가락에 실어 애절한 한을 마음껏 풀어낸 곳이다. <서편제>의 한 장면이다.
귓전에서 '진도아리랑'이 들려오는 것만 같다. 굽이치는 황톳길과 헐렁한 돌담사이로 보이는 청보리가 남도의 봄정취를 물씬 묻어나게 한다.
드라마 <봄의 왈츠>세트장도 멋스럽다. 노오란 유채꽃과 청보리밭이 어우러져 동화 속 분위기를 연출한다. 세트장은 밖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아름답다. 예약자에 한해 숙식도 할 수 있단다. 엔간한 펜션보다 낫다.
당리마을과 맞닿은 도락리 마을의 해안가 풍경도 아름답다. 구장리 쪽으로 보이는 층층이 논도 독특한 풍경을 연출한다. 가파른 산을 깎아 층층이 만든 논들은 이른바 다랑이 논이다. 쌀 한 톨이라도 더 얻기 위한 섬사람의 눈물겨운 애환이 엿보인다.
'슬로시티'로 지정된 청산도에는 논바닥에 돌을 깔고 흙을 덮은 구들장논이 수백 년의 세월 속에서도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 소를 이용한 쟁기질과 해녀들의 물질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섬 특유의 장례풍습인 초분도 아직까지 남아 있다. 초분은 시신을 땅에 묻지 않고 이엉과 짚으로 덮어두었다가 일정한 기간이 지나 본매장을 하는 풍습이다.
활처럼 휘어진 진산리 갯돌밭은 파도가 몰려갈 때마다 우레와 같은 청신한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은빛모래와 백사장을 둘러싼 200년 된 해송 800여 그루가 운치를 더하는 지리해수욕장은 물이 깨끗하고 수심이 완만해 가족여행지로 인기다. 이곳의 낙조도 일품이다. 사진작가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근처 갯바위에 나가 낚싯대를 드리우면 묵직한 손맛을 느낄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전국에서 가장 가고 싶은 섬으로 꼽을 만큼 가장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는 청산도는 섬 전체가 볼거리 천지다.
생선회, 전복죽 등 전통 해물음식도 특별한 맛을 자랑한다. 자연에 순응하며 사는 이곳 사람들의 소박하고 유순한 심성은 슬로시티 청산도를 더욱 빛나게 한다. 이래저래 멋진 섬이다.
도심 생활에 찌든 심신을 푸르름 속에 훨훨 떨쳐버릴 수 있는 마음의 섬 청산도. 이곳에서 노송과 해안절경이 어우러진 해변가를 거닐어보고, 청보리과 유채꽃밭 돌담길을 휘감아 도는 황톳길과 쪽빛바다의 눈부심을 느껴보는 여정. 남도의 봄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 청산도 찾아가는 길
○ 호남고속국도 광산나들목-나주-영암-강진-완도-완도항 여객선터미널
○ 서해안고속국도 목포나들목-영산강하구둑-영암방조제-해남-완도-완도항 여객선터미널
□ 철부도선 운행시간
○평일
· 완도항⇒청산도 : 오전 8시, 11시20분, 오후 2시30분, 6시
· 청산도⇒완도항 : 오전 6시30분, 9시50분, 오후 1시, 4시20분
○주말·휴일
· 완도항⇒청산도 : 오전 7시20분, 9시40분, 11시50분, 오후 2시10분, 4시40분, 6시50분
· 청산도⇒완도항 : 오전 6시, 8시30분, 10시40분, 오후 1시, 3시30분, 5시50분
·승선요금(편도) : 승객 6250원, 자동차 2만3000원
※ 문의 : 청산농협(☎ 061-552-93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