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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집은 사람들이 드나드는 곳이 아니다. 하루 종일 밖에 있다가 들어와 지쳐 쓰러져 잠을 자는 침대가 있는 곳일 뿐이다. 이웃과 오가고 이야기가 꽃피고 맛있는 음식을 나누는 시절은 호랑이 담배피던 때나 어울리는 듯하다.

 

인스턴트식품과 배달음식, 그리고 외식을 하면서 요리하는 즐거움을 잃어버렸다. 사람들 만남은 밖에서 값싸게 돈으로 치러지고 부엌은 주인을 기다리다 지쳤다. 정성들인 집 음식을 만들고 사람들을 초대하여 같이 밥을 먹으며 저녁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졌다.

 

그래서 일본 유명작가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 마미야 형제(2007. 소담)에서 주인공들이 자기 집으로 초대하는 대목은 인상 깊다. 오타쿠스러운 '마미야'라는 성을 가진 두 형제가 친구를 사귀고 싶은 마음에 용기를 내어 사람들을 초대를 하는 이야기다.

 

우선, 두 형제를 간단히 설명하면,

 

‘볼 품 없는, 어쩐지 기분 나쁜, 집안에만 틀어박혀 사는, 너저분한, 도대체 그 나이에 형제 둘이서만 사는 것도 이상하고, 몇 푼 아끼자고 매번 슈퍼마켓 저녁 할인을 기다렸다가 장을 보는, 애당초 범주 밖의, 있을 수 없는, 좋은 사람인지는 모르지만 절대 연애관계로는 발전할 수 없는…’남자들이었다. - 본문에서

 

여성들에게 매력 없는 그들이지만 독서를 하고 영화를 보며 음악을 듣고 외식을 하는 두 형제는 소박하면서 즐겁게 지낸다. 그러한 그들에게도 연애에 대한 기대로 둘만의 집에 여성들을 세 차례 초대를 한다.

 

처음은 '여름밤의 카레파티'다. 형제가 각자 아는 여성의 '일행'을 초대하여 잔치처럼 하려고 하지만 여성들은 혼자 방문한다. 긴장되고 곤혹스럽기도 하지만 형제는 성공이라고 여기며 첫 번째 파티를 잘 끝낸다.

 

두 번째 초대 때는 유카타(목욕 후 입는 옷)를 입고 대접을 하며 방문한 여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또, 오뎅 파티를 하려하지만 마미야 형제의 애정 표현에 여성들과 틀어져 파티는 열리지 못한다. 그럼에도 형제들과 헤어진 여성들은 위안을 느끼고 힘을 얻는다.

 

 ‘이들 형제를 만난 여성들은 그리운 장소를 찾듯 형제의 집을 다시 찾고(연애와는 다른 감정으로 다가간다는 게 형제에겐 슬프겠지만…), 자신을 돌아보며 제자리를 찾아간다. - 옮긴이의 말 중에

 

집은 자신의 비밀스러운 곳이다. 그 곳으로 상대를 초대한다는 의미는 결코 가벼운 의미가 아니다. 그러한 자신의 집으로 사람들을 부르고 음식을 대접하는 마미야 형제를 보면서 생각해본다. 친구 집에 찾아가서 즐겁게 같이 식사를 하고 얘기를 나눈 게 언제였지, 즐거운 나의 집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아 잔치를 벌인 게 언제지.

 

귀찮을 수 있는 초대를 즐겁게 준비하는 마미야 형제처럼 시간을 내어 가까운 사람들을 불러 음식을 마련하고 따뜻한 시간을 만드는 건 어떤가. 마미야 형제처럼 용기 내어서.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www.bookdaily.co.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마미야 형제

, 소담출판사(2007)


#마미야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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