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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안화는 동아시아 기축통화로 자리 잡을 것인가. 잇단 절상으로 가치가 상승하는 위안화의 화폐 표시.
위안화는 동아시아 기축통화로 자리 잡을 것인가. 잇단 절상으로 가치가 상승하는 위안화의 화폐 표시. ⓒ 중국화폐넷


"사재기 쇼핑하는 중국인 때문에 고급 분유 사기가 힘들어졌어요."

최근 홍콩은 때 아닌 고급 분유 구입난을 겪고 있다. 상점에서는 외국에서 수입되는 매드존슨, 네슬레, 와이어스 등 세계 유명 브랜드의 고급 분유가 판매대에 내놓기 무섭게 팔리고 있다.

홍콩의 대형매장, 소매점, 약방 등을 돌아다니면 고급 분유를 대거 사가는 사람들은 중국 대륙에서 온 여행자들. 태어난 아기가 집안에 있거나 지인에게 선물하기 위해 사재기에 나선 것이다.

중국에도 외국에서 수입된 고급 분유는 판매된다. 문제는 가짜가 너무 많다는 점. 2004년 4월 중국 안후이(安徽)성 푸양(阜陽)시에서 밀가루 등을 섞은 가짜 분유를 먹고 13명의 갓난아기가 영양실조로 사망했고, 같은 해 6월에도 장쑤(江蘇)성 쑤첸(宿遷)시에서 유아 한 명이 사망하고 20명이 입원 치료를 했다. 중국인들은 대형매장에서조차 유통과정에서 가짜 제품이 유입되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중국과 달리 홍콩은 가짜 상품에 대한 제재와 관리가 엄격하다. 중국인은 외국산 분유에 대한 높은 신뢰성과 홍콩의 안전관리시스템에 안심하여 홍콩 방문 때 대량으로 고급 분유를 구입한다. '나이펀황'(奶粉慌)이라 불리는 중국인의 분유 사재기 때문에 홍콩인들은 면세점이나 외국까지 나서 분유를 사오고 있다. 이달 초 홍콩의 유명배우 런다화(任達華)는 갓 태어난 딸을 위해 상하이 면세점에서 분유를 사와야 했다고 홍콩 방송에서 밝혔다.

고급 분유 뿐만이 아니다. 요즘 홍콩 부동산은 중국에서 온 구매자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홍콩 부동산에이전트사 중위안디찬(中原地産)은 "중국인이 홍콩에서 구매하고자 하는 상품 중에 가장 큰 것은 부동산"이라며 부동산 구입을 문의하는 중국인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쇼핑을 목적으로 입경하는 중국인 수가 급증하면서, 홍콩 경제는 호황을 맞고 있다. 날마다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는 위안화 덕분에 중국인에게 홍콩 쇼핑의 매력이 늘고 있다.

 올해 위안화 환율 변동 추이.
올해 위안화 환율 변동 추이. ⓒ KOTRA

 위안화 대 달러, 유로, 엔화 대비 환율 추이.
위안화 대 달러, 유로, 엔화 대비 환율 추이. ⓒ 한화증권


위안화 절상에 홍콩에서 사재기에 나선 중국인들

지난 10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달러 대 위안화 기준환율을 6.9920위안으로 고시했다. 달러/위안 환율이 기준 고시에 따라 6위안대에 진입한 것은 1994년 1월 1일 이후 14년 만이다.

위안화는 2005년 7월 대 달러 페그제(고정환율제)를 폐지하고 복수통화 바스켓제도를 바꾼 환율 개혁 때 8.11위안 대비 16% 절상됐다. 2007년 절상률은 6.9%이었지만, 올 1분기에만 4.1%가 절상하여 유례없이 가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들어 위안화가 빠르게 절상된 데에는 물가 안정을 위해 중국 당국이 위안화 강세를 허용하고, 외국인 투자와 대외수지 흑자가 급증하여 외환보유고가 급격히 늘어나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중국은 식료품 공급부족에 따른 물가 급등에다 1월 폭설 및 한파의 영향으로 인플레이션이 심화되었다. 원유·곡물 등 수입 가격이 급등하여 중국정부는 국내 인플레이션의 압력을 낮추기 위해 환율 절상을 용인하고 있다.

지난 3월말 현재 중국 외환보유고는 1조6800억 달러에 달한다. 세계 최대 규모로 작년 같은 시기에 비해 40% 증가했고, 올 들어 1539억 달러나 늘어났다. 중국이 막대한 외화를 흡수하는 것은 막대한 무역수지 흑자를 내는데다 해외로부터 직접투자(FDI)를 빨아들이기 때문이다. 지난 2월까지 중국은 281억 달러의 무역흑자를 냈고, 181억 달러의 외국인직접투자가 이뤄졌다.

환이익을 노린 국제 투기자금도 위안화 절상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 14일 주바오량(祝寶良) 중국 국가정보센터 경제예측부 부주임은 "올 1분기 동안 중국에 유입된 핫머니가 800억 달러에 달한다"고 밝혔다.

주 부주임은 "작년에 유입된 국제 투기자금은 1200억 달러로 한 달 평균 100억 달러 정도였다"며 "위안화 절상을 노린 핫머니가 급증하면서 유동성을 증대시켜 인플레이션을 조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7년 동안 중국 주요 경제 지표.
지난 7년 동안 중국 주요 경제 지표. ⓒ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몰려오는 핫머니... 그럼에도 물가 안정 위해 절상 용인한 중국정부

중국 내부에 달러가 쌓이면서 위안화 절상이 가속화되지만, 달러 내다팔기 현상은 끊이질 않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등 신용위기로 미국 금리가 추락하고 달러화가 약세를 이어가기 때문이다.

작년 상반기까지 1년 만기 국채 금리는 미국이 중국보다 높았지만 10월부터 양국의 금리는 역전됐다. 올해 들어 그 격차는 더욱 커지는 추세다(3월에 중국 3.5%, 미국 1.55%). 과거 세계적으로 과잉상태였던 유동성은 신흥시장에서 투자처를 찾았지만, 요즘은 금융기관이 달러를 회수하기 바쁘다.

중국 내에서는 개인이나 기업 모두 달러 예금을 위안으로 바꾸고 있다. 중국 기업은 무역 거래 때 환차손을 메우기 위해 위안화 결제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1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 조선사인 코스코 코프가 선박 발주사에 달러가 아닌 위안으로 대금을 지급하길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6일 일본 <니혼게이자이>는 "중국이 북·중 무역에 종사하는 북한 기업에 위안화로 결제토록 중국 내 계좌 개설을 가능케 해주었다"고 전했다.

절상 기세가 꺾이질 않자, 위안화가 동아시아에서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로 통용될 것이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2일 스젠쉰(石建勛) 통지(同濟)대학 경제학과 교수는 중국 <인민일보>에 기고한 글에서 "홍콩, 마카오, 타이완 등 중화경제권 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에서도 위안화가 제2의 달러로 환영받고 있다"고 전했다. 스 교수는 "최근 동남아로 여행을 다녀왔는데 면세점 뿐만 아니라 편의점·상점·음식점 등에서 위안이 통용되어 놀랐다"고 밝혔다.

쇼핑을 위해 홍콩을 찾는 중국인도 급격히 늘고 있다. 작년 홍콩을 방문한 외국인 2817만 명 중 중국인은 55%인 1549만 명이나 됐다. 2006년 대비 13.9%나 증가한 것으로, 위안화 강세와 소득 수준 향상 덕분이었다.

홍콩의 모든 쇼핑센터는 연중 중국인들로 북적이고, 수십 만 위안이 되는 고가 제품도 날개돋친 듯 팔리고 있다. 특히 홍콩과 인접한 광둥(廣東)성 주민은 편리한 교통수단을 이용하여 365일, 24시간 홍콩을 방문하여 쇼핑에 열중하고 있다.

 중국 핫머니 자금 추정치 추이.
중국 핫머니 자금 추정치 추이. ⓒ 국제금융센터

 위안화 절상에 대한 주요 기관의 예측치.
위안화 절상에 대한 주요 기관의 예측치. ⓒ KOTRA


위안화 재테크 나선 외국인, 경쟁력 악화에 울상인 투자기업

홍콩에서 흥청대는 중국인과 달리, 홍콩은 중국을 찾아 환테크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 들어 홍콩과 중국 국경 주변 은행에는 위안화 구좌 개설을 문의하는 홍콩인이 급증하고 있다. 홍콩 내 은행이 저금리 정책을 시행하는 데 반해, 중국은행은 금리를 계속 올리기 때문.

홍콩 달러는 미 달러화에 고정된 데다, 위안화는 홍콩 달러 대비 89.9위안까지 절상되어 투자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홍콩 내에서 위안화 예금도 늘어나 2월까지 위안화 예금액은 478억 위안이 되고 18.3%나 급상승했다.

중국 내에서 재테크를 위해 외국인들은 위안화 자산을 사들이고 있다. 작년 하반기 이후 베이징에서는 외국인에 의한 오피스텔 등의 상업용 건물 장기 임대가 급증했다. 규제가 심한 아파트와 달리 상업 건물은 10~20년 장기 임대한 뒤 다시 세를 주는 사업이 가능하다. 낮아진 환율 덕분에 중국 부자들은 미국, 일본, 유럽, 호주 등 외국에 고급주택을 사들이기 바쁘다. 신용위기로 떨어질 대로 떨어진 뉴욕과 캘리포니아주 부동산을 중국인들이 사들이면서, 미국은 차이나 머니의 힘을 실감하고 있다.

중국정부는 고삐 풀린 채 상승하는 위안화의 흐름을 주시하면서 핫머니의 유입을 경계하고 있다. 2005년 7월 환율 개혁 이래로 중국은 환율정책에서 '점진성', '통제가능성', '주동성'의 3대 방침을 강조해왔다.

지난 14일 중국 <제일재경일보>는 중국 내 저명한 경제학자 6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통해 "응답자의 41%가 달러당 6~6.5위안으로 절상할 것이라 답했다"고 전했다. <제일재경일보>는 "35%, 25%의 응답자는 각각 2009년, 2010년까지 절상이 이어질 것으로 응답했다"면서 황이핑 씨티은행 아태지역 수석경제학자는 2015년까지 달러당 4위안, 스파치 베이징대 교수는 2020년까지 3.5위안까지 절상될 것으로 전망했다.

위안화 절상은 수입을 촉진해 물가를 낮추는 데 기여하지만 중국의 수출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양날의 칼이다. 중국 교통은행은 위안화가 10% 절상될 때 중국 수출은 7% 하락하고, 20% 절상되면 수출은 10.5% 하락할 것이라 발표한 바 있다. 현재 중국 내 수출기업들은 신노동계약법 시행, 인건비 상승, 부가가치세 인하, 원자재 가격 급등 등이 맞물리면서 내자, 외자 기업 모두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김윤희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상하이무역관 과장은 "위안화 절상은 한국 투자기업 중에서 가공무역기업엔 불리하고 중국 내 생산·판매기업에는 유리하다"면서 "원자재 조달선을 다변화하고 사업구조를 중국 내수 위주로 재편하며 환 헤징 등 환율 변동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중국경제#위안화#핫머니#서브프라임 모기지#환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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