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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진은 최근 4년 동안 서울·경기를 중심으로 사진전문 갤러리가 2개에서 10여개로 늘어났고 미술시장에서 사진의 비중도 점점 커지려고 하는 징후들이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국내외적으로 중견사진가들과 젊은 사진가들이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어 한국사진의 미래를 밝게 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사진의 역사가 시작된지 130여년이 되었지만 독창적인 한국사진의 미학이 정립되어 있지 못하고 서구의 사진이론이나 작품의 경향을 수용하여 모방을 하는 것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아쉽기도 하다.

 

그런데 동시대의 문화적인 환경과 상황 속 에서 독창적인 사진미학을 정립한다는 것은 과거의 전통적인 미의식을 계승한다는 의미 보다는 동 시대 한국의 사회문화적인 현실을 바탕으로 사진미학이론을 정립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그것은 서구사진 이론이나 작품의 경향을  대체한다거나 반하여 정립 하자는 것이 아니라 그것과 관계없이 동 시대 한국의 사회문화적인 현실을 반영하는 사진이론과 작품의 내용과 형식을 정립하자는 의미이다.

 

사진가가 특정한 현실이나 사물을 찍는다는 것은 표현방법이나 대상에 접근하는 태도에 관계없이 작가 자신의 세계관과 미적인 감수성을 드러내는 행위이다. 즉 사진을 찍는 것 자체가 지극히 주관적인 행위인 것이다. 다시 이야기해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엄격한 의미의 객관적인 사진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단지 그 외형이 객관적으로 보일 뿐이다.

 

  ‘유형의 여백’
‘유형의 여백’ ⓒ 홍상현
  ‘유형의 여백’
‘유형의 여백’ ⓒ 홍상현

 

홍상현은 흑백필름으로 도시의 고층빌딩을 찍었다. 흔히 말하는 무표정한 사진 즉 독일의 유형학 사진의 표현방식을 빌려서 찍은 것이 아니라 다양한 앵글과 프레임으로 찍었다. 작가의 표현의지를 적극적으로 개입 시켜서 다양한 시각으로 표현대상에 접근 한 것이다.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은 접근방법도 다양하고 최종 결과물의 내용도 다양하다. 고층빌딩의 이곳저곳을 다양한 화면으로 구성해서 보는 이들에게 많은 볼거리를 제공 한 것 이다. 전체적인 작품의 톤도 동일하고 그 느낌도 아주 깔끔하다. 특히 최근에는 사진전시장에서 보기 힘든 전통적인 흑백사진프린트로 최종 결과물을 보여 주기 때문에 또 다른 의미를 느끼게 한다.

 

  ‘유형의 여백’
‘유형의 여백’ ⓒ 홍상현
  ‘유형의 여백’
‘유형의 여백’ ⓒ 홍상현

작가는 톤과 프레임의 선택도 세련되었지만 촬영부터 인화까지 작품 제작과정에서 작품의 전체적인 톤을 잘 제어하여 작가 자신이 원하는 느낌의 최종 결과물을 생산 하는데 성공 하였다. 그런데 전시작품의 완성도와 관계없이 아쉬운 점이 있기도 하다. 전시회서문의 내용을 살펴보면 이번에 전시한 작품들이 마치 독일 유형학적 사진이 대안 될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는데 조금은 한국사진의 전체적인 흐름이나 세계사진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글쓰기의 결과가 인 것 같이 느껴진다. 사실 이번에 전시한 작품은 새로운 내용이나 형식이라기보다는 한국에 유형학사진이 소개되기 전에도 산발적으로 발표된 적이 있는 표현대상이고 표현방식이다. 표현대상이 고층빌딩이라고 유형학사진과 비교해서 이야기 하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라고 판단된다. 아마도 전시회 서문을 쓴 필자가 사진을 전공한 이론가가 아니라서 발생한 글쓰기의 결과로 느껴진다.

 

하지만 이번 전시회는 전시회서문의 내용과 관계없이 표현대상과 작가의 사진적인 테크닉이 잘 어우러져서 특정한 도시공간의 현대성을 잘 반영 하는 전시회가 되었다. 이 작가의 다음 전시회가 기대된다.

 

덧붙이는 글 | 2008년 4월 9일 ~ 4월 15일 갤러리 룩스


#흑백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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