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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고사가 3주 앞으로 다가와서 요즘은  일요일인데도 학원에 간다. 4월 6일 오후 7시  수업을 마치고 가벼운 마음으로 학원 문을 나서는데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안 들으면 두고두고 후회하고 정신이 번쩍 들 강연이 있으니 빨리 오라는 것이었다.

 

학원에서 5시간 공부를 하고 집에 가서 푹 쉬려고 했는데 웬 강연이냐고 엄마에게 투정을 부렸다. 한편으로는 ‘엄마의 정신이 번쩍 들 강연’이라는 표현에 왠지 안 가면 손해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가 보기로 마음먹고 강연 장소에 갔다.

 

부천시가 후원한 이 강연은 부천제일교회 성전에서 있었다. 1천 5백석을 가득 메운 사람들을 보며 '정말 대단한 분이 오셨구나'라고 여겼다. 연사는 맹인으로 미국 백악관 국가장애위원회 정책 차관보로 임명된 강영우 박사님이셨다. '믿음의 명문가를 만들라'는 주제로 10대 때 축구공에 눈을 맞아 맹인이 되었지만 굴하지 않고 앞길을 개척한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경기도 양평에서 태어난 강 박사님은 10대 때 고아가 되었다고 했다. 아버지는 강 박사님이 13살 되는 해 돌아가셨다. 엄마는 아들이 맹인이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그 충격으로 돌아가셨단다. 부모님을 대신해 가장 역할을 하던 누나 역시 공장에서 일을 하다가 사망했단다. 이렇게 엄청난 불행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세계적인 인물로 성장하신 강 박사님의 모습에 가슴이 뭉클했다. 

 

  “어쩔 수 없이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졌지요. 남동생은 철물점 점원으로 보내고 여동생은 고아원에 보냈습니다. 저는 서울 맹아학교에 가서 점자로 공부해 연세대학교를 차석으로 졸업했습니다. 다른 과목은 모두 A학점을 받았는데 체육에서 F학점이 나오는 바람에 수석을 못했습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며 체육을 못해서 F학점이 나온 것이 아니고 앞이 안 보여서 어쩔 수 없이 체육을 못한 것이라서 안타까웠다. 그럴 경우 사정을 좀 봐주면 안 되는지 제도가 너무 야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석사, 박사 학위를 받고 한국에 있던 두 동생을 초청했다고 한다. 두 동생들도 공부를 열심히 해서 미국에서 손꼽히는 위치에 서게 되었다고 전했다.

 

 두 아들의 이야기도 눈물겨웠다. “큰 아들은 현재 안과의사로 재직 중인데, 워싱턴 매거진의 톱의사로 뽑혔습니다. 톱선정은 3년마다 미국 의사들을 대상으로 가족이 병에 걸렸을 경우 가장 맡기고 싶은 의사를 설문조사해 결정합니다. 이번에 큰아들은 안과 부문에, 큰 며느리는 산부인과 부문에서 가장 훌륭한 의사로 선정되었습니다.”

 

 작은 아들 또한 대단한 인물이었다. 법과 대학 출신으로 변호사인 작은 아들은 현재 미국국회 본회 최연소 운영 국장이란다. 이 아들 역시 미 의회에서 추천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50인에 뽑혔다고 한다. 3년 연속 영향력 있는 보좌관에 뽑혔다고 하니 정말 대단한 가문이다.

 

   맹인 아버지의 아들이 이렇게 훌륭하게 성장하게 된 힘은 무엇일까? 아버지의 불행을 보고 자랐기 때문에 꼭 성공해야겠다는 각오를 했을 것 같다. 고난이 오히려 큰 자극이 된 것 같다. 강 박사님은 고아에다 맹인이었기에 천대와 멸시 속에 살았다고 하셨다. 그런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남보다 몇 배의 노력을 했을 것이다.

 

강 박사님은 큰 아들이 하버드대에 입학할 당시 쓴 에세이를 소개했다. 

 

“저는 눈을 뜬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그래서 안과의사가 되어 아버지의 시력을 찾아주고 싶습니다. 우리 아버지는 야구를  못합니다. 아들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밤에도 책을  읽어 주십니다. 저희 어머니는 불을 켜고 책을 읽지만 아버지는 불을 끄고도 책을 읽어 주십니다. 아버지가 밤에 책을 읽어주시면 잠이 잘 옵니다. 어머니가 밤에 책을 읽어 주실 때는 불빛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습니다.”

 

  이런 내용의 에세이로 교과는 800점 만점에 700점을 맞았는데도 불구하고 하버드 대학교에 거뜬히 합격했다고 했다. 아버지의 단점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오히려 단점을 장점으로 만들어낸 큰 아들의 발상이 참 대단하다. 보통 사람 같으면 맹인 아버지를 숨기려 했을 것이다. 나 역시 우리 집의 단점은 숨기고 싶다.

 

  이 강연을  들으면서 사람의 의지는 정말 무섭다고 느꼈다. 강 박사님은  3억 미국 인구 중 미국 대통령의 임명을 받고 상원의 인준을 거치는 차관급 500인 중에 2번이나 뽑혔다.또 루즈벨트 대통령 기념관에 소개된  세계적인 인물 127명에 이름이 올려졌다. 강 박사님의 옆에는 케네디 대통령이 있고 레이건 대통령과 클린턴 대통령도 박사님 뒤에 올라 있다니 박사님의 명성이  어느 정도인지 실감하게 된다.

 

 “오르지 못할 산은 없다. 꿈이 있으면 기회가 보인다. 미래가 있다. 선명한 비전을 가지고 목표를 향해 달려라. 링컨 대통령은 하원과 상원 선거에서 10년이나 떨어지고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해서 결국 대통령이 되었다.”

 

  엄마의 표현처럼 이 강연을 듣고 나니 정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런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세계적인 인물이 된  강 박사님, 박사님을 생각하면 어떠한 어려움도 견딜 수 있을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김가람 기자는 고등학생 시민기자입니다.


#강영우 박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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