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법천사 지광국사 현묘탑비 이수 균열이 뚜렷하다. 눈비가 이수 위에 고여 얼었다 녹으면서 균열이 가속화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법천사 지광국사 현묘탑비 이수균열이 뚜렷하다. 눈비가 이수 위에 고여 얼었다 녹으면서 균열이 가속화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 이기원

지난 2월 숭례문 화재를 바라보며 참담한 심정을 느꼈던 이들이 많았다. 그 오랜 세월 전쟁 속에서조차 훼손되지 않았던 국보가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해버리는 걸 아프게 바라보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말아야지 마음 다진 이들도 많았다.

 

숭례문 화재 사건이 일어난 지 채 두 달도 지나지 않았지만, 어느새 사람들의 기억 속에는 까마득한 과거의 일처럼 느껴진다. 경제를 살린다던 정치인들은 무얼 하는지 하루살이 생활은 날로 어려워지니, 숭례문의 아픈 기억에만 매달려 살 수는 없는 노릇. 숭례문의 아픈 기억에 매달려 산다고 하루살이 생활이 나아질 리 없으니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란 생각도 든다. 나 또한 별다르지 않았으니까.

 

다시 찾은 법천사지에서 숭례문 화재를 지켜보던 참담한 심정이 다시 느껴졌다. 원주 지방의 유일한 국보라 자랑도 했고, 고려시대 화려한 조각의 정수를 보여주는 빼어난 작품이라 감탄도 하며 해마다 한 두 번은 찾아 둘러보았던 지광국사 현묘탑비가 전보다 더 심하게 훼손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균열 상태 비교 <좌> 2007년 3월에 찍은 사진 <우> 2008년 4월에 찍은 사진, 표시된 이수 부분의 균열이 1년 전에 비해 훨씬 뚜렷해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균열 상태 비교<좌> 2007년 3월에 찍은 사진 <우> 2008년 4월에 찍은 사진, 표시된 이수 부분의 균열이 1년 전에 비해 훨씬 뚜렷해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 이기원

 

특히 이수 부분의 균열이 눈에 띄게 선명해졌다. 예전에도 약간의 균열은 있었지만 저렇게 심하지는 않았다. 하늘을 향해 열린 모양으로 조각된 이수는 비나 눈이 오면 이수 부분에 고이게 된다. 그렇게 고인 물이 겨울이 되면 얼고 봄이 되면 녹게 되니 이수 부분의 균열을 가속화시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측면 부분 고려의 눈부신 조각 솜씨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곳도 훼손이 진행되고 있다.
측면 부분고려의 눈부신 조각 솜씨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곳도 훼손이 진행되고 있다. ⓒ 이기원

 

"그냥 이 상태로 비바람에 노출시켜 두면 언젠가는 폭삭 주저앉지 않을까?"

"애들 데리고 답사 와서 설명하다 보면 겁도 나요. 갑자기 무너질까봐."

 

지광국사 현묘탑비의 훼손에 대한 우려는 나 혼자만 하는 게 아니었다. 함께 답사를 하는 이들도 모두 공감하는 문제였다. 아직은 제 자리에 우뚝 서서 고려 최고 예술품으로서의 눈부신 조각 예술을 자랑하고 있지만, 어느 날 갑자기 와르르 무너져 내릴까 걱정이 된다.

 

비신 아랫부분 현묘탑비의 비신 아랫부분은 훼손 상태가 더욱 심하다. 아예 부서져서 글자가 사라진 곳도 있다.
비신 아랫부분현묘탑비의 비신 아랫부분은 훼손 상태가 더욱 심하다. 아예 부서져서 글자가 사라진 곳도 있다. ⓒ 이기원

 

돌로 만든 탑비이니 숭례문처럼 불탈 리는 없겠지만 비바람에 대책 없이 방치된 채로 있다 보면 그럴 위험도 많다. 이미 훼손은 심각한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다. 금이 간 이수보다 비신은 상태가 더 심각하다. 금이 간 것은 물론이고 아예 부서져버린 곳도 있다.

 

"더 이상 방치하면 안 될 거 같아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탑비를 보호할 수 있는 걸 세워주면 어떨까? 광개토대왕비처럼."

"그게 어렵다면 박물관 같은 안전한 곳으로 옮겨 보존하는 것도 방법이 되겠지요."

 

비신 아래 측면부분 아랫부분이 약해 언제 와르르 무너질까 걱정이 된다.
비신 아래 측면부분아랫부분이 약해 언제 와르르 무너질까 걱정이 된다. ⓒ 이기원

 

함께 답사를 한 이들끼리 나눈 대화였다. 훼손되는 문화재를 더 이상 방치하면 안 되겠다는 안타까운 심정으로 나눈 이야기였다. 비록 몇몇 사람들이 나눈 대화지만, 이 말들이 메아리가 되어 널리 퍼져 국보 59호 지광국사 현묘탑비의 보존을 위한 구체적 대책이 세워지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덧붙이는 글 | 제 홈페이지에도 실었습니다.
http://www.giweon.com


#지광국사 현묘탑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내가 서 있는 모든 곳이 역사의 현장이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