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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찬숙, 심재철, 차명진, 공성진, 진수희 의원 등을 비롯한 공천자들이 23일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청와대와 당 지도부에 민심수습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참석자들은 퇴색된 개혁공천에 대한 대국민 사과와 이상득 부의장의 불출마 선언 등을 촉구했다.
박찬숙, 심재철, 차명진, 공성진, 진수희 의원 등을 비롯한 공천자들이 23일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청와대와 당 지도부에 민심수습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참석자들은 퇴색된 개혁공천에 대한 대국민 사과와 이상득 부의장의 불출마 선언 등을 촉구했다. ⓒ 연합뉴스

총선 민심 수습책으로 이상득 국회부의장의 불출마를 요구했던 한나라당 후보 55인의 '거사'는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25일 이 부의장이 총선 후보 등록을 마침으로써 출마 의지를 분명히 하고, '동시 불출마' 카드로 거론됐던 이재오 의원도 '총선 완주' 기자회견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초 목표가 전혀 관철되지 않은 상황에서 '서명파'들은 이같은 사태 전개에 대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정치신인들을 포함해 당내 소장파가 주축이 된 서명파가 "여당 후보답지 않게 무책임한 행동을 했다"는 빈축도 나오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을 포함한 여권 수뇌부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한나라당에서 이들의 요구가 처음부터 관철되기 힘들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재오 불출마" 소문에 서명 동참자 55명으로 늘어

 

23일 오후 4시 후보 19명의 당사 기자회견으로 출발했던 서명파는 '이재오 불출마' 카드가 나오며 55명까지 세를 불렸다. 이재오계의 한 인사가 "이 의원이 자신의 불출마 카드를 들고 이명박 대통령과 담판을 지으러 갔다"는 얘기를 다른 후보들에게 흘리며 서명 동참자의 수가 크게 늘어났다는 게 '불출마' 논의를 지켜본 수도권 후보 A씨의 전언이다.

 

A 후보는 <오마이뉴스> 기자에게 "차라리 하지 않느니만 못한 일이 되어버렸다"며 서명파의 '거사'가 좌절된 과정을 설명했다.

 

"20명(정두언 의원 포함)이 23일 기자회견을 할 때는 이재오계가 주축을 이뤘는데, 기자회견이 끝난 뒤 '이재오도 불출마한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참여자가 55명까지 늘어났다. 이 과정에서 이재오계와 비(非)이재오계가 뒤섞였고, 이재오와 이상득의 권력투쟁이라는 측면도 많이 약화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대통령과의 면담을 마친 이 의원이 계파 측근들과의 접촉을 끊고 잠적하면서 상황은 범상치 않게 전개됐다.

 

"대통령과 사전에 전혀 얘기도 안 된 상태에서 이 의원이 무턱대고 청와대에 들어갔다", "이 의원이 대통령에게 엄청나게 혼났다"는 얘기들이 흘러나왔고, '불출마'를 밀어붙일 것으로 예상됐던 이 의원이 24일 지역구 선거운동을 재개하면서 서명파의 동력은 급격하게 떨어졌다. 이 의원의 거취를 지렛대삼아 이 부의장의 동반 불출마를 관철하려고 했던 서명파들은 예상 밖의 상황 전개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A 후보는 "기자회견 전날 민심 수습책 논의를 시작한 사람들이 막연히 이 대통령과의 사전 교감 또는 사후승인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일을 벌였는데, 대통령의 뜻이 그렇지 않다는 게 확인되면서 힘이 확 빠졌다"며 이재오계 후보들의 '판단 미스'도 지적했다.

 

이 의원의 일부 측근들이 경기도 모처에 은신한 이 의원에게 "이 부의장이 수락하지 않더라도 이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해야 한다"고 마지막 설득을 시도했지만 "대통령의 뜻을 거스를 수 없다"는 이 의원의 말에 낙담했다고 한다.

 

 18대 총선 출마 여부를 고민해온 이재오 한나라당 의원이 25일 오전 서울 은평구 구산동 자택에서 긴급 회견을 열고 총선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18대 총선 출마 여부를 고민해온 이재오 한나라당 의원이 25일 오전 서울 은평구 구산동 자택에서 긴급 회견을 열고 총선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남소연

기자회견 참석 후보들 "바쁘다, 박찬숙 의원에게 물어봐라"

 

23일 기자회견에 참석했던 후보들 대다수는 "('이상득 불출마' 성명서를 대표로 낭독한) 박찬숙 의원에게 물어봐라", "선거운동에 바쁘다"는 식으로 말문을 닫았다. 당시 기자회견에는 공성진·권택기·김동성·김용태·김해수·김효재·박명환·박영아·박종운·박찬숙·송태영·심재철·안병용·윤건영·이수희·이진동·진수희·차명진·현경병 등 19명이 참석했다.

 

이중 정태근 후보(서울 성북갑)는 "지역구에 다니다보면 '이재오·이방호·이상득이 문제가 있다'는 얘기를 안 들을 수 없는데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그런데 이재오 의원 본인이 출마하기로 결정했으니 더 이상 어떻게 하겠냐"고 반문했다. 현경병 후보(서울 노원갑)는 "이런 식으로 결론이 내려져서 허탈한 감이 없지 않지만, 선거가 임박한 상황에서 더 이상 얘기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끝을 흐렸다.

 

서울 지역에 출마하는 모 후보는 "(선배가) 가자고 해서 그냥 갔던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는데, 이번 해프닝에 휘말린 55명의 후보들을 가리켜 "이재오계가 주도하는 권력투쟁에 놀아났다"는 비판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 부의장에게 뒤늦게 "본의가 아니었다, 미안하다"는 식의 해명 전화를 건 일부 후보들은 '양다리 걸치기'라는 비난을 받을 만하다.

 

당내 중도파들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그들의 충정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는 전제 하에 서명파를 통렬히 비난했다.

 

서명파들과 별개로 남경필 의원(21일 '이상득 불출마' 기자회견)과 이 문제를 사전 논의했던 원희룡 의원은 돌출적인 문제 제기의 실패를 내다봤던 인물이다.

 

"정말 이 부의장이 문제라고 생각했다면 공천이 논의되는 단계에서 문제를 제기했어야 했는데, 공천의 수혜자들이 한참 후에야 자기들 공천은 놔두고 다른 사람을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모양새가 국민들 눈에도 곱게 비칠 리 없다. 얼마든지 다르게 풀어갈 방식이 있었는데, (서명파들이) 아무런 전략도 없이 우왕좌왕하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이 대통령의 정치력에도 타격을 입혔다."

 

원 의원은 "한나라당은 여당이 된 후에도 야당시절 노선투쟁을 하는 것처럼 행동해서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교훈을 얻었다. 당·청간의 의견을 조율하는 정무 기능도 총선이 끝난 후 보완·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홍준표 의원(서울 동대문을)도 원 의원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55명의 후보라는 사람들 대다수가 정치신인이라서 선거운동을 시작하면서 당 지지율에 못 미치는 어려움이 있다. 그런데 정치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현장에서 열심히 뛰어서 자기 지지율을 올릴 생각은 하지 않고, 엉뚱하게 남을 헐뜯는 게 당권 투쟁에 이용당한 느낌마저 든다. 이런 식의 행동이 당의 총선 판도에도 좋을 게 없다."

 

홍 의원은 5공화국부터 문민정부까지 장외의 친인척들이 실세 행세를 하며 국정에 부담을 준 사례들을 들어 "이 부의장 같은 분은 국회의원으로서 '양지'에서 검증되고 관리를 받는 것이 친인척 관리를 위해서도 낫다. 그런데 성명서로 압박하는 형식으로 이 문제를 접근했으니 옳지 않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 의원은 이상득 불출마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공천 반납'을 시사했던 박찬숙 의원 등을 거론하며 "그 사람들이 정말로 공천을 반납하는지 알아봐라. 아마 그렇게 하면 당에서도 즉각 수용할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나라도 공천 반납하겠다"에 "그래봤자 바뀌는 거 없다" 만류

 

박찬숙·남경필 의원은 24일 "나라도 공천을 반납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지만, 동료 후보들이 "한 두 사람이 그래 봤자 바뀌는 게 없다"며 만류하자 뜻을 접었다는 후문. 박 의원은 이날 오전 자신의 휴대전화를 수행비서에게 맡긴 채 기자들의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A 후보는 "대통령이라는 '빅 파워'가 있는 한나라당은 야당 시절과 많이 달라졌다"며 "이 정도의 '거사'를 벌이려면 대통령이 어느 정도 사전동의하거나 사후승인을 해줘야 하는데, 대통령의 의중도 모르고 사고를 쳤다가 결국 일이 이렇게 되어버렸다"고 말했다.

 

A 후보는 "차라리 이재오계가 성명서를 주도하지 않았다면 소수라도 조직화돼서 더욱 선명하게 밀고 나갈 수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모양이 우습게 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상득 불출마' 성명서에 참여한 한나라당 후보 55명은 다음과 같다.

 

▲ 서울(21) - 강용석(마포을), 고경화(구로을), 공성진(강남을), 권택기(광진갑), 김동성(성동을), 김성식(관악갑), 김용태(양천을), 김효재(성북을), 박명환(광진을), 박영아(송파갑), 안병용(은평갑), 안형환(금천), 유정현(중랑갑), 이계경(송파병), 이수희(강북을), 장광근(동대문갑), 정두언(서대문을), 정양석(강북갑), 정태근(성북갑), 진수희(성동갑), 현경병(노원갑)

▲ 경기·인천(16) - 구본철(인천부평을), 김해수(인천계양갑), 박종운(부천오정), 박찬숙(수원영통), 백성운(경기 고양일산갑), 심재철(안양동안을), 원유철(평택갑), 윤건영(용인수지), 이상권(인천계양을), 이진동(안산상록을), 정용대(안양만안), 정재학(광명갑), 조진형(인천부평갑), 차명진(부천소사), 허숭(안산단원갑), 홍일표(인천남갑)

▲ 부산경남(8) - 김재경(경남 진주을), 김정권(경남 김해갑), 김희정(부산 연제), 신성범(경남 산청함양거창), 안경률(부산 해운대기장을), 오세경(부산 동래), 이군현(경남 통영고성), 정태윤(부산 남구을)

▲ 충청(4) - 김태흠(충남 보령서천), 송태영(충북 청주흥덕을), 심규철(충북 보은옥천영동), 이훈규(충남 아산)

▲ 호남·강원·제주(6) - 부상일(제주을), 이가연(광주 북갑), 이계진(강원 원주), 정영환(전북 김제완주), 최재훈(전북 전주덕진), 황영철(강원 홍천횡성)


#이재오#이상득#박찬숙#원희룡#홍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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