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19일 방영된 KBS 2TV <추적 60분>을 통해 학교주변 주택들에 어린이들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노란 스티커를 붙이는 미국의 어린이보호제도를 접하고 부러웠다. 아니 꼭 필요한 제도라는데 공감하고 그 제도가 우리나라에도 꼭 도입됐으면 하고 간절히 바랐다는 것이 더 옳은 표현일 게다.

 

올해로 13살, 10살, 7살이 되는 아이 셋을 키우면서 가끔씩 어린이 유괴나 실종사건을 접할 때마다 아이들에게 하는 말이 있다. 물론 집 전화번호와 주소, 엄마 아빠의 핸드폰번호를 외우게 하는 것은 기본이다.

 

나는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아무 곳이나 눈에 띄는 곳으로 들어가 도움을 요청하라고 주지시킨다. 가령 밖에 나갔다가 다른 사람으로부터 이상한 낌새나 위험을 느낄 때, 혹 가족끼리 나들이를 갔다가 엄마 아빠를 잃어버렸을 때 가까운 집이나 가게 등 '아무 곳'이나 들어가 도움을 청하라고 가르친다.

 

'아무 곳'이나 들어가 '무엇 때문에 무섭다'든가 '길을 잃었다'고 말하고 엄마에게 전화를 걸게 해달라며 도움을 청하라고 가르치는 것이다.

 

처음엔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경찰서나 파출소, 경찰 아저씨를 찾으라고 말했었다. 하지만 아이의 입장에서 경찰서를 찾는 일이 결코 쉽지 않고, 바쁜 경찰이 아이를 위해 제때 나타난다는 보장도 없기에 언제부터인가 경찰서 등 대신 '아무 곳'에나 들어가 도움을 청하라고 가르쳤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내가 아이에게 말하는 '아무 곳'의 기준이 너무 광범위해 아이가 필요로 할 때 과연 제대로 행동할 것인지 의구심이 들 때가 많다.

 

선택의 폭이 넓다는 것은 좋은 일일수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부분도 있기 때문이다. 가령 아이가 엄마가 말한 '아무 곳'에 도움을 요청해야 할 때, 수많은 '아무 곳'들 중 한 곳에 들어가 신속하게 도움을 구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드는 것이다. 자칫 수많은 '아무 곳'들 중에서 한 곳을 고르다가 시기를 놓쳐 결국 어느 곳에서도 도움을 받지 못하고 해를 당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네가 길을 잃거나 위험해질 때 아무 곳이나 가서 그런 이야기를 하고 엄마에게 전화를 걸 수 있도록 도움을 청하면 그 사람들은 널 꼭 도와줄거야, 그러니까 혹 도움이 필요하면 아무곳이나 가서 엄마한테 전화해 달라고 말해'라고 주지시키면서도 과연 그 '아무 곳'을 아이가 제때 잘 찾아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걱정을 떨치기가 어렵다.

 

그리고 과연 아이가 찾아 들어간 '아무 곳'이 아이의 입장에서 내 자식같은 마음으로 아이에게 도움을 줄 자세가 되어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는 아이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엄마로부터 '아무 곳'이나 가서 도움을 요청하면 도와줄 것이다라는 가르침을 받았지만 과연 그 아무 곳에서 필요로 하는 도움을 줄 것인지에 대한 불안이 아이에겐 있을 것이다.

 

위험에 처한 순간,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해야 하지만 모두가 낯설거나 두려운 상황에서 아이는 어떤 기준으로 '아무 곳'을 찾을까? 어쩌면 아이는 수많은 '아무 곳' 중에서 한곳을 고르느라 위험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귀중하고 짧은 순간을 놓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런 면에서 미국의 노란스티커제도가 너무나 부러웠다. 프로그램에서 나온 노란스티커는 아이들에게 '네가 도움을 청하면 나는(여기서는) 언제든지 무슨 일이든 널 꼭 도와줄께'라고 약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험에 처한 순간 아이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해야 한다면 자신을 도와주겠다는 의사표시를 분명히하고 있는 그곳을 찾아 들어갈 것이다. 그 곳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을 것이다. 왜냐하면 도움을 구할 수 있는 곳이 그만큼 많고, 많은 곳에서 자신을 도와주겠다며 지켜보고 있는 것에 대해 아이는 든든함을 느낄테니까.

 

혹 아이를 상대로 범죄를 생각하고 있는 이들 또한 언제든지 도움을 줄 준비가 되어있는 수많은 노란스티커를 보면서 선뜻 아이에게 나쁜 손길을 내밀지 못하리라 생각한다. 무수히 많은 눈이 아이와 함께 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내 아이들과 이 땅의 많은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곳곳에 아이들을 위한 노란스티커가 붙여졌으면 좋겠다.  


#어린이 유괴#노란스티커#어린이안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나 어떤 사항에 대해 알리고 정보를 공유하고 이야기하고 싶고 글로 남겨 같이 나누고싶어 글 올립니다. 아직 딱히 자신있는 분야는 없지만 솔직하고 공감이 가는 이야기를 쓰고 싶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