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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생활을 한 지 2주가 됐다. 처음에는 내가 원했던 1지망 학교에 배정 받지 못해 속이 많이 상했다. 우리 집 바로 맞은편의 학교를 두고 15분 이상 걸어서 다른 학교에 가려니 등교할 때마다 뒤를 돌아봤다. 하지만 이제는 새로운 친구도 사귀고 선생님도, 교실도 익숙해져 가고 있다.

 

특히 학교 가는 길에는 도심을 흐르는 인공강인 '부천시민의 강'이 있다. 물고기가 헤엄을 치고 파릇파릇 새싹이 돋아나는 강둑을 따라 가다보면 어느새 학교다. 입학식날 교장 선생님도 우리 학교는 시민의 강을 끼고 있어 정서적으로 좋다고 말씀하셨다. 정말 그런 것 같다.

 

수업시간에 왜 잘까... 겪어보니 알겠다

 

무엇보다 고등학교와 중학교의 가장 큰 차이점은 야간자율학습을 하고 안하고의 차이다. 중학교 때 고등학생들은 수업 시간에 잠을 많이 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왜 수업 시간에 잘까. 자면 선생님이 가만둘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고등학생이 되어 막상 야간자율학습을 해 보니 그 말이 이해가 간다. '야자'가  끝나면 또 학원에 가서 12시가 넘도록 공부하는 학생이 많기 때문에 잠이 부족한 게 어쩌면 당연하다. 그래서 선생님이 깨워도 저절로 눈이 감기는 것이다. 

 

우리 학교는 석식을 먹고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야자를 한다. 부분적으로 빠지는 학생들은 따로 교실에서 하고 나머지는 다 학교 도서관에서 한다. 부분적으로 빠지는 학생들은 예체능계를 목표로 공부를 하거나 특별한 사정이 있어 학교에 확인서를 제출한  경우다. 친구들 말을 들어보면 예외 없이 모두 야자를 해야 하는 학교도 많다고 하던데 우리 학교는 학생들의 사정을 고려해주니 그나마 다행이다.

 

야자를 하는 2시간 동안은 화장실도 못 가게 해서 힘들다. 자는 애들도 많고 웅성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그래도 그렇게 공부를 못할 정도의 분위기는 아니다. 따져 보면 등교해서 13시간 정도 학교에 있다가 오는 셈이다. 나는 아침은 간단하게 먹는 습관이 붙은 지 오래다. 빵이나 과일을 갈아 넣은 우유 정도가 아침 식사다. 그리고 하루 두 끼를 급식으로 해결하다 보니 거의 학교에서 식사를 다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급식을 잘 먹었다. 중학교 때도 고등학교 때도 급식 맛은 괜찮은 편이다. 그러나 급식 아주머니께서 반찬을 너무 적게 주는 것이 불만이다. 남길 것을 우려해 그런 것 같다. 자신이 먹을 만큼 가져갈 수 있도록 뷔페식으로 되어 있었으면 좋겠다.     

 

앞으로 3년을 이렇게 살아야 한다니...

 

야자를 하며 느낀 점은 어차피 선생님이 공부를 가르쳐주는 것도 아닌데 그 시간에 집에 와서 공부를 하면 좋겠다는 것이다. 중학생 때는 고등학생이 되면 야자를 한다는 것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막상 고등학생이 되니 정말 힘들다. 아침 7시 30분에 집에서 출발해 오후 9시까지 학교에서 생활한다.

 

하교 후 학교 앞에서 기다리는 학원 버스를 타고 학원에 가서 12시 넘게까지 공부하다가 집에 와서 자고 또 일어나고의 반복이다. 이런 생활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정말 힘들고 짜증난다. 앞으로 3년을 이렇게 살아야 한다니 정말 막막하다.

 

물론 야자를 하고 나서 학원에 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학생들이 이런 생활을 하고 있기에 나는 뒤쳐지고 싶지 않다. 내가 다니는 학원은 대형 학원이라 그런지 학교라고 착각할 만큼 학생들이 많다. 그런 학생들을 보며 나도 잘 견뎌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다른 애들도 다 나와 같은 심정일 것이다. 앞으로 3년 동안의 고생이 미래를 개척하는 데 발판이 된다면 힘들어도 꿋꿋이 참아야겠다.


#부천상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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