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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종학 교수는 최근 정부가 발표한 각종 규제완화 정책을 두고, "한국의 시장경제와 자본주의를 뿌리채 흔들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홍종학 교수는 최근 정부가 발표한 각종 규제완화 정책을 두고, "한국의 시장경제와 자본주의를 뿌리채 흔들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 남소연

"몇 년간 대운하 파고, 수천억짜리 공사 집행하고… 그러면 성장이야 하겠지. 그렇게 하다가 IMF(국제통화기금) 위기 맞은 것 아니에요. 국민 섬긴다고 하지만, 기업들, 그것도 대기업 위한 거예요. 지금 환율 개입해서 오르는 것이나, 규제 다 풀어 없애는 것도…."

그의 말 속에 'IMF(국제통화기금)'라는 단어가 서슴없이 터져 나왔다. 그 만큼 위기감이 크다고 했다. 홍종학 경원대 경제학과 교수. 인터뷰 내내 차분한 어조로 이야기를 하던 그였다. 하지만 최근 경제상황을 이야기할땐 어느새 목소리 톤도 올라가 있었다.

홍 교수는 "대통령부터 (경제)장관들까지 완전히 70년대 개발연대식 사고방식에 빠져있다"면서 "공무원이 완장 차고 물가 단속을 벌이고, 환율에 개입해서 중앙은행을 무력화시키는 것을 보면 그렇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최근 정부가 발표한 각종 규제완화 정책을 두고, "한국의 시장경제와 자본주의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규율이 없는 시장경제는 시장경제가 아니다"면서 "현재 모습은 마치 한 운동장에서 어떤 사람은 축구를 하는데, 다른쪽에선 럭비를 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개혁 성향의 경제학자인 홍종학 교수를 지난 13일 오후에 만났다. 경기도 성남의 경원대 연구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이명박 정부의 대기업, 부동산 등 여러 경제정책에 비판의 날을 세웠다.

"IMF 주역들이 경제를 가지고 도박하는 것은 아닌지"

우선 정부가 올해 내세운 6% 내외 성장과 3.3% 물가 달성에 대해 물었다. 곧바로 답이 돌아왔다.

"(냉소적인 웃음을 띠며) 굳이 (6% 이상) 성장을 하겠다면 할 수 있을 겁니다. 간단해요. 몇년동안 대운하 파고, 또 다른 곳 없애고, 다시 짓고. 그렇게 (공사를) 해대면 6%(성장) 하지 않겠어요. 그런데 우리가 그렇게 하다가 IMF 맞은 거 아니에요."

홍 교수는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을 비롯해 주요 경제정책 라인을 'IMF 사태의 주역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도대체 IMF사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우연히 길가다가 돌부리에 넘어진 정도로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과거 개발독재식 관치경제 부활이나, 대기업 중심의 성장 모델로 회귀하려는 것에 대한 일종의 경고인 셈이다.

그는 한발더 나아가 "과거 70년대식 개발연대 사고방식에 빠져있는 사람들이 한마디로 경제를 가지고 국민을 상대로 도박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 섬긴다고 하지만 우선 순위는 재벌과 총수에..."

 홍종학 경원대 경제학과 교수
홍종학 경원대 경제학과 교수 ⓒ 남소연

- 국민을 상대로 어떤 도박을 벌이고 있다는 것인지.
"과거 외환시장에서 수조원의 손실을 입힌 사람을 기획재정부 차관자리에 앉히고 말이죠. 장관은 경기부양을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해서 환율을 끌어올리고,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별 안중에도 없는것 같아요. 70년대식 관치 경제와 경기부양의 부작용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오게 될 겁니다"

홍 교수의 생각은 확고했다. 현 정부의 시장을 바라보는 생각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국민을 섬긴다고 하면서도, 정부가 내놓는 각종 정책들은 철저히 대기업과 총수일가를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는 이동통신과 전기요금의 예를 들었다. 소비자를 위해서 정부가 전혀 다른 대책을 내놓고 있다는 것이 홍 교수의 말이다.

"핸드폰 요금은 국민의 공공재산인 주파수를 민간기업이 독점으로 사용하면서 막대한 이득을 올리고 있어요. 이것은 정부가 나서서 내려야 하죠. 충분히 할수있는 수단이 있는데, 하지 않습니다.

국가 경제 차원에서 에너지 효율을 위해선 전기를 아껴야 하죠. 국민입장에선 (전기)요금을 조금 높여서라도 전기를 아끼고, 이동전화요금은 낮춰야 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하고 있어요. 소비자 입장이 아니라 기업 입장에서 하기 때문이죠."

이어 그의 비판은 친기업적(Pro-Business)인 정부 행태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홍 교수는 "친기업적인 정책은 국가사회주의에서나 하던 일"이라며 "과거 일본 제국주의의 여러 친기업 정책은 재벌이익을 대변해줬다"고 지적했다.

한반도 대운하를 민간 자본을 통해서 추진하겠다는 것을 두고도, "재벌 건설사들과 정부가 나서서 한마디로 국가사회주의적인 정경유착"이라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프로비즈니스(친기업적)보다 프로마켓(Pro-Market, 친시장적)이 돼야한다"면서 "프로마켓은 정부 시장에서의 중재자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방적으로 프로비즈니스는 결국 시장의 붕괴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굉장히 잘할 수 있는 사람"

- 만약 이명박 대통령을 독대한다면 맨 먼저 무슨 말을 하실건지.
"(잠시 생각한 후) 기업 최고경영자(CEO)출신 대통령으로 장점이 있어요. 목표 설정이 뚜렷하고, 강력한 추진력이죠. 방향만 제대로 잡으면 좋을수도 있어요. 하지만 방향이 잘못되면, 국가 전체가 엄청난 도박이 될수 있는 것이죠."

- 그렇다면, 지금 방향은.
"(곧바로) 이번 인사를 보세요. (방향이) 잘못됐죠. 전 이 대통령이 굉장히 잘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봐요. 하지만 지금 위험한 방향으로 가고 있어요. 인사 비판에 대해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노무현 정부도 거기부터 잘못됐지요."

그는 이명박 대통령이 잘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보는 근거로, 서울시장 시절 추진했던 버스환승제를 꺼냈다. 홍 교수의 설명이다.

"과거에 국민 입장에선 같은 거리를 가는데, 어떤 사람은 버스를 한번만 타면 되고, 어떤 사람은 2~3번 갈아타야 했죠. 얼마나 불공평해요. 하지만 버스 회사들이 저마다 민간회사 인데다, 지하철은 또 다르고. 이것을 한꺼번에 합쳐서 가격을 매긴거예요. 다른 회사의 서비스를 따로 받는데 말이죠. 이 제도의 혜택은 서울 외곽지역에서 출퇴근하는 서민들이었어요."

그는 버스환승제도 역시 시장경제 입장에서 보면,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방향만 제대로 잡으면 얼마든지 실용적으로 잘할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지분형 아파트는 대국민 사기"... 한국경제 대안은?

 홍종학 경원대 경제학과 교수
홍종학 경원대 경제학과 교수 ⓒ 남소연

인터뷰는 어느새 1시간 30분을 훌쩍 넘어섰다. 부동산 정책에 대해 물었다. 특히 서민주택정책으로 내놓은 지분형아파트에 대한 답변을 내놓을 땐 강한 톤의 비판이 이어졌다.

지분형 아파트는 민간자본으로부터 투자를 받아, 서민들이 기존 집값의 절반으로 집을 살수 있도록 한다는 제도다. 홍 교수는 "전세계 어디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제도"라며 "의도가 매우 불순하며 한마디로 대국민 사기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 집없는 사람 입장에선 싼값에 집을 살수 있게 해준다는 것인데.
"주택을 투기 수단으로 삼는다 것 아녜요. 민간이 투자하려면 수익이 나야하는데, 정부 말대로 6%성장에 3.3%물가를 잡는다고 해도, 명목금리가 9%이상은 돼야한다는 것이죠. 이것은 집값을 매년 9%이상 올리겠다는 거예요. 그래야 투자를 받지. 말이 안되는 소리지."

그는 "서울시에서 하는 장기전세임대주택 같은 좋은 제도가 이미 있다"면서 "그런 제도를 잘 활용해서 확대 발전시키면 된다"고 말했다.

인터뷰 말미에 홍 교수는 "지금 한국경제는 위기"라고 전제하고, "부동산 거품에 따른 유동성 위기 뿐 아니라 국내 산업이 중국으로 인해 초토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정말 5년, 10년후 한국경제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래서 대안을 물었다. 홍 교수는 진지하게 답했다.

"지금 어떻게 보면 한국경제가 죽어가고 있다고 봐요. 어떻게 살릴것인가, 쉽지 않죠. 특히 현 정부의 두바이식 해법( 홍 교수는, 1%왕족을 위한 99%의 웨이터만 존재하는 경제라고 칭했다)으로는 답이 없어요.

아일랜드처럼 규제개혁을 하는 것도 좋습니다. 이것을 통해 성장동력을 높이고, 복지도 강화하면서 경제의 선순환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봐요."


#홍종학#이명박#경제위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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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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