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다가오고 있는 봄이 미웠던지 동장군이 심술을 부리기라도 한 걸까? 요 며칠 늦추위가 기승을 부렸다. 지난 12월이나 1월보다도 더 추운 날씨가 며칠째 이어졌다. 그래서 봄 아가씨는 아직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 거실 앞 창문 쪽을 바라보다가 깜짝 놀랐다. 그동안 발육상태가 좋지 않아 기대를 하지 않았던 베란다의 철쭉이 한 송이 꽃을 피운 것이었다. 탐스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여간 화사하고 고운 모습이 아니었다. 활짝 피운 철쭉 한 송이가 봄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꽃송이 주변에도 몇 개의 꽃봉오리들이 피어나고 있는 모습이었다. 내일쯤이면 피어날 것 같은 봉오리에서부터 며칠 사이에 피어날 꽃봉오리들이 너도나도 꽃망울 터뜨릴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활짝 꽃피운 철쭉 꽃 한 송이 때문에 베란다의 화분들을 모처럼 자세히 살펴보았다. 큰 화분에 가려 보이지 않던 작은 화분의 선인장도 한 송이 꽃을 피우려는지 봉오리가 빨갛게 부풀고 있는 모습이다. 수돗가의 화분에는 어느새 만개한 이름 모를 화분 하나가 “나도 좀 봐주세요?” 하는 모습처럼 보인다. 추위 때문에 오지 못하는 줄 알았던 봄은 그 추위 속을 뚫고 어느새 우리 곁에 다가와 있었다. 그러나 부엌 창문으로 바라본 뒷동산 공원 절개지 절벽에는 주렁주렁 뻗어 내린 커다란 얼음고드름이 아직도 당당한 동장군의 위용을 뽐내고 있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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