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에는 현재 수많은 절터들이 있으나 그 이름조차도 알려지지 않은 절터들도 상당히 많다. 잊혀진 절터를 찾아 나서는데 매서운 바람은 왜 그리도 몰아치는지 몸조차 가눌 수 없을 정도다. 국립경주박물관 뒤편에는 이름 모를 절터가 많다. 현장을 찾기란 어렵다. 넓은 들녘을 다 헤매며 다녀야 탑재와 관련된 석재들을 만날 수 있다. 중간 중간에는 다른 용도로 조선시대 부윤의 비석을 받치는 받침대로 이용되고 있는 석등 하대석도 만날 수 있다. 항상 절터를 찾아 가는 길은 어렵기만 하다. 알려진 절터야 언제든지 찾으면 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현지 안내인들의 도움이 필수이다. 막상 찾아가도 겨우 석탑 부재 몇 점이지만 그 순간만은 정말 찾았다는 기쁨과 함께 행복이 밀려온다. 늦은 시간까지 여러 군데 절터를 찾아 다녀지만 피로하지는 않다. 찾았고 보았다는 그 순간의 기쁨과 희열에 빠져든다. 옮겨진 유적들을 찾아 추적을 하여 다시 찾으면 즐거움은 더 한다. 늘 보고픈 문화재들이 많으나 현장에 남아 역사를 알리는 이 석조물들이야 말로 꼭 찾아보고 살펴보아야 할 우리의 진정한 문화유산이 아닐까? 장소를 옮겨 잃어버린 석재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지금 이 순간도 어디론가 팔려 장식물로 이용되고 있지는 않을까? 이런 생각하면서 추운 바람을 맞고 온 하루 여정을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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