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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 초이틀

김제 망해사 낙서전 앞

400년 늙은

두 그루 팽나무

서해바다를 거슬러 온

나이 어린 바람에 가만히 흔들리고 있다

흔들리면서 힐끔힐끔   

제 몸의 이력서를 들여다보고 있다

 

나이 든다는 건

위험한 일이다

사람은 나이 들수록

제 몸에 오목새김 된 생채기를 근거로

세상의 깊이와 넓이를 재단하고픈

충동이 점점 강해지기 마련이다

 

사려 깊은 사람들은 저마다

늙어가는 팽나무의 몸을 염려하지만

나는 어리석게도

편견에 갇힐는지도 모르는

팽나무의 정신이 더 두렵다

한갓 나무라고 해서

사람처럼 그러지 말란 법이 어디 있는가

그렇지 않은가


#망해사 #팽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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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곳을 지향하는 눈(眼)과 한사코 사물을 분석하려는 머리, 나는 이 2개의 바퀴를 타고 60년 넘게 세상을 여행하고 있다. 나는 실용주의자들을 미워하지만 그렇게 되고 싶은 게 내 미래의 꿈이기도 하다. 부패 직전의 모순덩어리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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