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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 초이틀 김제 망해사 낙서전 앞 400년 늙은 두 그루 팽나무 서해바다를 거슬러 온 나이 어린 바람에 가만히 흔들리고 있다 흔들리면서 힐끔힐끔 제 몸의 이력서를 들여다보고 있다 나이 든다는 건 위험한 일이다 사람은 나이 들수록 제 몸에 오목새김 된 생채기를 근거로 세상의 깊이와 넓이를 재단하고픈 충동이 점점 강해지기 마련이다 사려 깊은 사람들은 저마다 늙어가는 팽나무의 몸을 염려하지만 나는 어리석게도 편견에 갇힐는지도 모르는 팽나무의 정신이 더 두렵다 한갓 나무라고 해서 사람처럼 그러지 말란 법이 어디 있는가
그렇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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