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오밀조밀하고 또 똑같은 사각형으로 모아놓고 아웅다웅 사는 아파트와 달리 골목길은 참 묘한 매력이 있다. 어디서나 볼 수 있고, 어딜가나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을 지녔지만, 안 그래도 산이 많고 구릉진 언덕이 많은 한국 땅에서 골목길은 보면 볼수록 의외로 참 신기하다.

 

한 쪽 끝에서 다른 쪽이 여간해선 잘 보이지 않는 골목길. 같은 좁은 길이어도 덩치 큰 아파트 사이로 난 좁은 길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주는 '진짜' 골목길. 기자는, 사는 동네에서 조금 떨어진 곳 골목길 한 곳을 굳이 겨울바람을 맞으며 밤에 돌아보았다.

 

어디서나 볼 수 있어서인지 사람들은 자기 집 주변 골목길에 숨은 하루살이 보화들을 쉬이 지나친다. 어디나 널려 있어 오히려 더 쉽게 숨어드는 골목길, 그 한 길을 겨울 바람을 가르며 걸어보았다.

 

평범하기 그지 없는 일도 골목길을 지나면 '이야기'가 된다. 그리고 저마다 골목길 어딘가에 자리를 틀고 숨어든다. 한번 골목길에 자리잡은 그 '이야기'는 밤에만 슬며시 고개를 내민다. 저 멀리 보이는 아파트 불빛마저 화려한 조명으로 삼아 노니는 골목길 그 오래 된 '이야기'는 내 발길을 툭툭 걸고 넘어졌다. 그러면서 자기 얼굴은 내보이지 않았다.

 

ⓒ 민종원

 

어느 쪽으로 가나 비슷비슷한 곳이서일까, 골목길을 걷는 마음은 흔들렸다. 골목길을 비추는 가로등불이 골목길에게는 조명인지 모르지만 내게는 조금 얄미웠다. 골목길 어디를 보아도 제 모습을 뚜렷이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것이 나중에 내게 더 진한 여운을 남겨 골목길을 더 궁금해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사진기를 붙잡은 손이 흔들렸거나 가로등 불빛 때문일것이라고 투덜거리며 돌아온 뒤, 나는 사진기를 건드리고 지나간 것이 바로 골목길에 터 잡고 숨어든 그 '이야기'들이라 생각하게 되었다.

 

스며들기도 하고 퍼붓기도 하고 감싸기도 하는 가로등은 골목길에서는 남 부러울 것 없는 조명 역할을 한다. 물론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이야 새로울 게 없겠지만, 아파트에서만 살아온 기자 같은 이들 눈에는 어두운 골목길을 비추는 가로등이 고맙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다.

 

같은 얼굴을 한 같은 사람이 사는 곳인데도, 골목길은 어딜가나 낮에는 흥미롭고 밤에는 고달파보이기도 할만큼 깊은 침묵에 빠져든다.

 

코를 맞대고 사는 곳이라고 말하고픈 골목길. '나'와 '너' 사이에 놓인 틈이 사실상 없다 해야 옳을 골목길. 그곳은 높고 낮음도 없고 많고 적음도 없다! 오늘도 그저 어울림이 있을 뿐. 


#골목길#겨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