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엔 이틀째 날이 궂어요. 함박눈이 오는가 하면 부슬부슬 비가 내리고, 진눈개비가 내리기도 합니다. 흐린 날씨에 마음도 우중충하고요. 사람들은 우산을 받쳐들고 거리를 오갑니다. 해가 떨어지니 바람마저 쌀쌀하게 붑니다. 오늘 같은 날. 장을 미리 봐두지 않은 냉장고가 허전합니다. 야채박스를 뒤져보니 '튀김용버섯'이 눈에 띄는군요. 크기도 작은 것으로만 담아 파는 새송이버섯입니다. 튀김용으로 나온 버섯이기에 튀김을 해볼까 하다가 왠지 버섯 한 가지로는 썰렁했습니다. 그냥 습관이 붙어 냉동실 문을 열고 살펴보니, 아하! 눈에 쏙 들어오는 게 보입니다. 언젠가 큰시누(형님)에게 얻어와 손질해둔 인삼작은뿌리가 비닐봉지에 담겨 얌전하게 누워있었답니다. 튀김 하면 느끼하다는 생각에 즐겨먹지는 않지만 인삼을 부드럽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일 것 같아 큰 맘 먹고 튀김을 하기로 했습니다. 눈에 보이는 대로 씽크대 한 켠에 굴러다니는 당근쪼가리와 양파도 채썰었습니다. 새송이버섯은 소금물에 살짝 데쳐서 물을 뺐습니다. 인삼과 데친 새송이버섯, 양파와 당근채를 튀김가루와 골고루 섞어 적당히 반죽을 하면서 소금으로 간을 해놓고는 가스레인지 위에는 프라이팬에 기름을 붓고 열이 오르기를 기다렸습니다. 한 젓가락 크기만큼 달궈진 기름에 떨어뜨리니 '차르르르~ ' 튀겨지는 소리가 벌써 입맛을 당깁니다. 쌉싸래한 인삼이 버섯과 당근 양파랑 한몸이 되어 맛나게 익어가는 중이죠. 입 속에서 바삭바삭 씹히는 따뜻한 튀김. 궂은 날 먹어보니 더 맛이 좋습니다. 게다가 인삼이니 몸에도 좋습니다. 다른 음식에 넣으면 골라내는 인삼을 이렇게 다른 야채와 섞어 튀김으로 해놓으니 인삼을 별로 좋아하지 않던 아이들도 참 잘 먹네요. 먹고나서 쌉싸래한 뒷맛이 개운하고 그래서 자꾸 먹고싶어집니다. 새송이 튀김용 버섯은 우리동네 마트에서 한 봉지에 1500원 주고 샀습니다. 인삼은 얻어온 것이고, 야채는 꼭 당근과 양파가 아니어도 좋을 듯 해요. 깻잎과 대파를 넣으면 푸른 색이 한결 산뜻해 보일 수도 있겠다 싶구요. 궂은 날 해 먹는 튀김요리, 식구들은 '다음에 또'를 기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