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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의 경제 밑그림이 나왔다. 14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직접 밝혔다. 총리 인선과 정부조직개편 등의 이야기를 빼면, 여전히 경제에 집중된 회견이었다.

 

특히 7% 경제성장 여부부터, 각종 기업 규제완화에 대한 '친기업' 논란, 부동산 폭등 가능성 등 차기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에 대한 이 당선인의 구체적인 언급이 나왔다.

 

크게 기업 규제완화로 투자를 이끌고, 일자리를 만들어내겠다는 것이다. 7%는 어렵지만, 6% 경제성장을 이루고 물가도 3%대에서 잡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정부와 기업가, 노동자들이 힘을 모아달라는 당부도 이어졌다.

 

하지만, 최근 대내외 경제상황은 이명박 경제에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고유가 등에 따른 국내외 경제 전망이 불투명하고, 크게 뛰어 오른 물가는 서민 가계를 위협하고 있다. 기업들의 자금줄인 주식시장도 연일 폭락장세를 보이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올해 투자를 늘리겠다'고 밝혔지만, 상당수 기업들은 조심스러워 하고 있다.

 

'경제살리기와 일자리창출'이라는 이명박 경제가 출범하기도 전에 거센 도전을 받고 있는 셈이다.

 

7% 성장은 '비전'... 규제완화로 6% 성장

 

이명박 경제의 핵심은 이른바 '747공약'이다. 매년 7% 경제성장률과 국민소득 4만달러 달성, 그리고 7대 선진국에 들어간다는 것. 하지만 '매년 7% 경제성장률' 공약은 이미 꺾였다. 대신 집권 5년 동안 '평균 잠재성장률 7%'로 바뀌었다.

 

이명박 당선인도 이날 회견에서 "7% 성장은 임기 5년, 길게는 10년 경제 계획을 중심으로 해서 내놓은 비전"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현실적인 '공약'에서 추상적인 '비전'으로 수정됐다.

 

대신 인수위는 이명박 정부 첫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6%대로 잡았다. 이 당선인도 "고유가 등으로 세계경제가 어렵지만, 국내 기업들이 투자를 확대하면 6% 성장은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6% 성장 역시 목표다. 물론 무리한 경기부양책은 쓰지 않겠다고 말했다. 대신 각종 기업관련 규제를 대폭 풀어서 투자를 이끌어내겠다는 전략이다.

 

이 당선인은 "규제를 없애고, 정부는 기업들의 투자여건을 만들어 줄 것"이라며 "새롭게 변화된 기업 환경에서 투자를 많이 하면 일자리가 늘고, 경제성장률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규제 풀어주면 좋기는 한데..."

 

인수위도 경제분과 내에 별도로 6% 성장을 위한 태스크포스팀까지 꾸렸다. 인수위 관계자는 "7% 성장까지는 쉽지 않더라도, 올해 6% 성장은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는 것이 전반적인 내부 분위기"라며 "규제 완화를 포함해 적극적인 제도개선 등 계획을 세우고 추진하는 일을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각종 기업 규제를 완화하는 '친기업적' 정책이 쏟아졌다. 대표적인 재벌규제정책인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를 비롯해 금산분리(금융과 산업자본의 분리) 완화, 지주회사 규제도 대폭 줄어든다. 또 기업들이 내는 법인세율도 임기 동안 단계적으로 인하하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하지만 이같은 '친기업적'인 규제 완화로 기업들일 얼마나 투자에 나설지 미지수다. 물론 일부 대기업의 경우 올해 투자 계획을 늘리겠다고 발표도 했다. 하지만, 상당수 기업들은 최근 악화된 경제환경 속에 투자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4대 그룹의 한 고위임원은 "규제를 풀어주면 기업 입장에선 과거보다 투자 의욕이 높아질 수 있다"면서도 "투자 의욕이 높아지는 것과 실제 투자가 집행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의 투자에) 규제 여부도 중요하지만, 전반적인 대내외 경제여건과 수익성 등 여러가지를 감안해야 한다"면서 "요즘같이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고, 국내 경기도 불안해질 때는 기업 투자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대부분 경제연구소 "잘해야 4% 후반"... 전문가들, "신중하게"

 

그 말대로라면, 기업들의 투자 분위기는 좋아질지 몰라도 실제 투자로 이뤄질지 여부에 대해선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부와 대부분 민간경제연구소도 6%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고 있다. 이미 정부는 내년 경제운용방향에서 4.8% 성장을 예상했고, 한국은행은 4.7%였다. 삼성과 엘지경제연구원 등 대부분 민간경제연구소 등도 4% 후반대 성장을 예상했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는 "올해는 대외여건이 지난해보다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예상보다 훨씬 악화된다면 (6% 성장도) 어려운 목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경제 전반적으로 성장 활력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쉽게 달성할 수 있는 목표는 아니다"면서 "경제심리가 크게 개선되고 실질적인 규제완화로 기업들 투자가 과거보다 한 단계 높아져야 가능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임경묵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도 "최근 경제여건을 볼 때 6% 성장은 상당한 노력이 필요한 목표"라며 "규제완화나 기업 투자 활성화 등도 그 효과가 금방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는 "이명박 정부의 친기업적인 각종 규제 완화 조치는 친재벌적인 것들"이라며 "현재까지 나온 것들이 실제 집행될 경우 상위 일부 재벌들에게는 이득이 돌아갈 것이고, 6% 성장 자체도 불가능하다"고 평가했다.

 

각종 경제살리기 대책도 일단 미뤄... 이명박 경제호의 도전

 

 

7% 경제성장 논란과 함께 금융소외자 해결문제나 통신비 인하, 부동산 정책 등 각종 민생 살리기 대책도 후퇴양상이다. '반시장 정책' 또는 '인기영합적'이라는 지적을 받으면서 이들 공약 집행도 쉽지 않게 됐다.

 

경제분과 인수위 관계자는 "민생과 관련된 여러 공약 실행과정들이 최종 결정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언론에 노출돼 혼란이 있었다"면서 "인수위에선 실효성 여부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혼란은 인수위 스스로 자초했다는 지적이 많다. 일부 인수위 관계자들이 정제되지 않은 대책을 언론에 흘리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또 한나라당과 인수위 사이에, 인수위 내부에서조차 정책을 두고 서로 다른 견해가 나오면서 혼란은 더 커졌다.

 

예를 들어 양도소득세 인하를 두고, 인수위는 '신중' 입장이었지만 한나라당은 2월 국회 처리를 요구했었다. 이 당선인은 14일 기자회견 자리에서 "양도소득세 인하를 2월 임시국회 처리 때 처리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교통정리가 됐다.

 

이명박 경제호가 출항하기까지는 두 달이 채 남지 않았다. 기운차게 닻을 올려 바다로 나가려고 하지만, 주변 여건은 악화되는 양상이다. 국제유가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고, 물가 폭등으로 서민 경제는 직격탄을 맞고 있다. 주식시장까지 폭락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명박 경제호 앞에 넘어야 할 파고가 높아 보인다.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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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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