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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락 오바마 후보의 캠페인 포스터
버락 오바마 후보의 캠페인 포스터 ⓒ 오바마 홈페이지

"나 홀로 워싱턴의 정치를 바꿀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유권자 당신이 가진 스스로의 능력을 신뢰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마치 교회의 부흥회에서나 들을 법한 이 메시지는 버락 오바마의 대선 홈페이지에 올라있는 슬로건이다.

'국가가 당신을 위해 무엇을 해 줄지 묻지 말고 당신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자문해 보라'는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연설에 비견될 만한 희망과 도전의 메시지다.

버락 오바마는 여러 면에서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과 비교가 된다.

오바마(46세)와 케네디 대통령(43세)은 출마 당시 모두 40대의 젊은 후보였고, 오바마가 케냐 출신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소수인종이었던 것처럼 케네디 역시 아일랜드계 카톨릭 교도로 미국 백인사회의 주류가 아니었다. 또 둘 다 딱딱한 정책 대신 희망과 비전을 이야기하며 젊은 층의 감성에 호소하는 것도 공통점이다.

'희망'을 이야기하는 오바마의 전략은 일단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아이오와주 경선 전만 해도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의 승리는 따 논 당상처럼 보였지만, 6일(현지시각) 공개된 최신 여론조사에서 오바마는 41%의 지지를 얻어 28%를 얻은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있다. 버락 오바마가 뿌린 '희망'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젊은 유권자의 수가 놀라운 속도로 늘고 있는 것.

특히 무당파와 젊은 층에서 오바마가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은 그가 비록 민주당의 후보지만 워싱턴 기성정치의 혁파와 통합의 메시지를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오와주의 승리가 확정된 후 행한 연설에서 오바마는 "우리는 빨간주와 파란주의 잡탕국가가 아니다. 바로 미 합중국이다"고 일갈해 대회장을 가득 메운 지지자들을 열광하게 했다. 오바마의 지지자들은 민주당원을 넘어 무당파와 심지어 공화당원에게까지도 호소력을 발휘하는 이런 통합의 메시지에 이끌리고 있다.

오바마의 지지자들은 홈페이지에 남긴 글에서 "오늘 밤 내가 미국인임에 자부심을 느꼈다" , "내가 비록 애국자는 아니지만 이렇게 자부심을 느낀 것이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오늘 밤 끝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동안 기성정치가 우리에게 발언할 기회를 준 적이 있었던가?", "이렇게 말과 연설로 사람을 감동시킬 수 있는 지도자를 얼마 만에 만나는가?" 라며 감동 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기성 언론인들도 마찬가지 반응이다. <워싱턴 포스트>의 유진 로빈슨 기자는 "그의 연설에 소름이 돋았다"고 말했고, 유명 정치토론 사이트인 <허핑턴 포스트>의 칼럼니스트 아리아나 허핑턴은 "비록 당신이 오바마의 지지자가 아니라도 오늘 밤 모두가 축하할 일이 생겼다"고 평가했다.

물론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의 경륜과 조직의 탄탄함을 감안할 때 아직 게임은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관찰이다. 특히 공화당 측 선거전문가들은 오바마가 탁월한 정치인이지만 본선에서 본격적인 정책대결이 벌어질 경우 오히려 공화당 후보에게 밀릴 수 있다고 점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의 저력이 뒤늦게라도 부각될 수 있다는 평가. 버락 오바마의 연설이 비록 유권자의 피를 끓게 하는 힘은 있지만 그는 연설에서 숫자와 각종 구체적인 정책을 별로 언급하지 않는다. 반면에 힐러리 클린턴은 의료정책에 관한 상세한 자료와 수치를 제시하며 그녀의 공약을 설득하는데 연설의 태반을 바치고 있다.

이에 따라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오바마의 정치경륜 부족을 비판하는 것을 주요 경선전략으로 내세운다. 1년 전에는 오바마의 '북미 직접대화' 발언을 두고 외교경험이 부족하다며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물론 힐러리 클린턴 의원의 이런 '경륜' 있는 모습은 거꾸로 그녀 역시 워싱턴의 낡은 기성 정치의 일부라는 인상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오바마 돌풍이 불고 있는 지금은 경륜을 내세우는 것이 오히려 스스로가 낡은 정치 시스템의 일부임을 자인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

미국의 주류언론이나 일반 유권자 모두 지금은 오바마의 '희망' 바이러스에 급속도로 감염되는 상황이다. 여기에 뉴햄프셔주 예비선거에서도 오바마가 승리를 거둔다면 그는 힐러리 클린턴 의원의 전유물이었던 '대세론'까지 거머쥐는 셈이어서 당분간 오바마 열풍을 잠재울 후보는 없어 보인다.


#버락 오바마#미국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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