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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순 변호사.
박원순 변호사. ⓒ 남소연

"안 그래도 사람이 적은데, 좌가 어디 있고 우가 어디 있나. 필요하다면 지옥 끝까지 가서라도 데려야와 하는 것 아닌가. 좁은 나라에 좌우가 얼마나 크게 다르겠나. 이 문제를 과대포장 하는 사람을 가까이 두면 그 정부 망한다."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인 박원순 변호사는 무자년 새해를 맞이하는 <오마이뉴스> 신년인터뷰에서 이명박 정부 출범을 앞두고 "진보-보수, 좌우를 지나치게 따지고 구별하는 것은 별로 도움이 안 되는 일"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이어 박 변호사는 "이명박 당선자와 그 중심에 있는 사람들이 극우적 발상을 하는 사람들은 아니"라고 못 박고 "부분적으로 '좌파 적출수술' 운운하고 다니는 사람들은 본인들에게도 엄청난 손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권을 잡으면 누구나 자만심에 빠지게 된다"며 "겸허한 마음을 갖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정부가 신선하다는 것은 모든 각료를 다 갈아치우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또 박 변호사는 "좌파와 우파의 가치가 따로 있지만, 한국사회는 차별성이 뚜렷하지 않다"며 "균형 잡힌 건전하고 합리적인 힘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건전하고 균형 잡힌 합리적 힘이 중심이 되고, 양쪽의 차별성 있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지 좌우가 아주 뚜렷하게 구별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의견을 구하기도 했다.

"정책 논쟁도 없었는데, 한나라당 집권한다고 한꺼번에 바뀌겠나"

박원순 변호사는 이명박 당선자가 내세우는 '시장친화적 실용주의 노선'에 대해 "기본적인 게임의 규칙, 법치주의 규칙이 제대로 지켜지는 바탕 위에서라면 좋다"면서도 "개발주의 시대 때의 기업과 정부의 유착, 삼성 비자금 비리 사건에서 보듯 게임의 규칙을 파괴하는 것까지 용인되는 상황으로 가면 오히려 지난 세월 공들여 세운 최소한의 투명성과 책임성, 법치주의가 굉장히 후퇴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결국 경제까지 완전히 붕괴시키는 우를 낳게 될지 모르니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에 대해서도 "과거 하드웨어 중심의 개발방식이 그대로 유지됐다"며 "외교정책은 물론 대미종속 외교도 바뀐 것 없고, 한국경제의 돌파구를 열 정도로 북한을 개방적으로 이끌지는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렇다고 한나라당이 이에 대해 준비를 완벽하게 해놓은 것도 아니라고 비판했다. 박 변호사는 "평소 정당끼리 정책 콘텐츠를 놓고 논쟁하기보다는 인신공격이나 추상적인 담론만 갖고 싸워왔기 때문에 서로 훈련이 안 된 마당"이라며 "한나라당이 집권해도 한꺼번에 바뀔 가능성이 있겠나"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명박 당선자가 국보위 출신 이경숙 숙명여대 총장을 인수위원장에 발탁한 것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건물 많이 짓고 돈 많이 모으는 게 총장의 중요한 역할이 됐지만 그게 다인가"라고 묻고, "그래도 숙명여대는 교육기관인데 그곳 출신이 다른 대학출신보다 훨씬 경쟁력이 있다는 얘기를 들어보지 못했다"고 잘라 말했다.

기존의 다른 대학보다 차별성이 있고 한국사회의 훌륭한 리더를 키워내는 게 진정한 대학 총장의 역할 아니냐는 박 변호사는 "아직도 하드웨어 물신(物神)이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권력과 가까운 단체는 추락... 어렵던 단체들이 활력 찾을 것"

 박원순 변호사
박원순 변호사 ⓒ 남소연
그는 "이번 대선은 이명박씨가 아니어도 한나라당 후보라면 누구라도 당선됐을 가능성이 높다"며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노동당 등 진보개혁 진영은 이 점을 생각하면서 성찰하고 새로운 준비를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서 "국민들에게 잃어버린 호감과 인기를 얻기 위한 새로운 정책적 준비를 해야 한다"며 "이런 상호간 경쟁 속에서 국가가 발전하지 않겠냐"고 낙관하기도 했다.

진보운동의 위기시대에 대해서는 "시민사회는 권력과 독립돼 있고 떨어져 있을수록, 좋고 잘된다고 본다"며 "참여정부 하에서는 핵심인물들이 정권과 가깝다고 쓸 데 없는 오해를 받았고 그래서 신뢰가 추락했으며 새로운 의제를 만들지 못했다"고 성찰했다.

앞으로 "NGO는 권력과 정부로부터 엄정한 독립을 지키면서 자립적인 지속가능 시스템을 갖추고 끊임없는 견제와 긍정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며 "권력에 유착된 NGO는 힘들어질 거고, 참여정부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단체는 새로운 활력을 찾을 것으로 본다"고 기대했다.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와 더불어 유력 대선후보 가운데 한 명으로 거론됐던 박 변호사는 "나는 정치를 엄청 많이 했다"며 "대한민국 법도 바꾸고 정책도 바꿨는데 어떤 정치를 또 하란 말인가"라고 역으로 물었다.

이어서 박 변호사는 "대통령, 그거 좋은 것 같나?"라며 "내가 보기엔 별로"라고 말하고 빙그레 웃기도 했다. 그가 인터뷰 말미에 던진 말이다.

"정치상황도 바뀌었고, 새로운 정부도 들어섰다. 여러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삶은 계속 된다. 희망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니다. 언제나 우리가 만드는 거라고 했다. 우리 스스로의 희망은 우리가 만들자. 이렇게 훈수두는 게 최고 좋은 직업! 하하."

이 인터뷰는 지난해 12월 26일 저녁 9시 30분 서울 종로구 수송동 희망제작소 사무실에서 열렸다. 다음은 박원순 변호사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법도 바꾸고 정책도 바꾸고, 나 정치 많이 했다"

- 10년간 이어진 민주개혁정권이 보수정권으로 넘어갔다. 느낌이 어떤가.
"해방 6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우리 역사는 더 발전해야 한다. 돌이켜보면 여러 문제점은 있지만 그래도 과거의 때를 벗겨내는 정치적 민주주의, 권위주의 해체 등등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보수정권에 의해 생겨날 역사의 퇴행이 있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그럼에도, 권력은 가끔 교체되는 것이 아예 교체되지 않는 것보다 훨씬 좋다고 생각한다.

일본의 경우 사민당이 잠깐 집권했다가 자민당이 장기 집권하는 걸 보면 끔찍하다. 그래도 우리는 계속 권력교체가 일어나고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본다. 정권을 잃은 쪽에서는 굉장히 참담하겠지만 그야말로 다음 선거에서 다시 정권을 찾으려면 무진장 애를 써야 할 것이다. 노무현정권의 반대당을 찍을 정도로 국민들이 싫어하는 수준이니까.

아마 이번 대선은 이명박씨가 아니어도 한나라당 후보라면 누구라도 당선됐을 가능성이 높다. 그걸 생각하면서 정말 자신을 성찰하고 새로운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국민들에게 잃어버린 호감과 인기를 얻기 위한 새로운 정책적 준비를 해야 한다. 상호간 경쟁 속에서 국가가 발전하지 않겠냐."

- 이번 대선을 겪으면서 진보는 망했다는 비판적 성찰이 나오고 있다.
"그럴 정도의 치열한 성찰과 반성,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겠다는 열정과 통합력이 있어야 한다. 새로운 결의를 다지는 기회로 이번의 패배를 활용하지 못하면 두 번 지는 거다.

이명박 정부의 허니문 기간에는 침묵하고 예의주시하고 어떤 기대를 가질 수 있겠으나, 솔직히 따져보면 보수정권이 미래를 짊어지고 갈 충분한 준비가 돼 있나 그것도 회의적이다. 이경숙 인수위원장을 보면 안다. 그가 대학 총장으로서 성공적인 CEO 역할을 했다고 하지만 그 역시 과거의 때가 묻어 있는 사람이다. 국민에게 충분한 호감을 주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처럼 보수정권의 장기집권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오히려 선순환구조, 서로 경쟁을 촉발하고 어떻게 하면 국민들에게 호소하고 새로운 변화를 꾀할까 경쟁하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본다. 전반적으로는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 이경숙 인수위원장은 부적절하다는 판단인가.
"대학이 모금을 잘해야 하고, 또 건물 많이 짓는 게 중요한 잣대가 됐다. 총장도 CEO라는 말이 있듯이 모금과 건물 짓는 것은 중요한 성취고 덕목이나 외형적으로 대학을 키우는 것만 중요한지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기존의 다른 대학보다 차별성 있고, 훌륭한 한국사회의 리더를 키워내고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앞으로 우리 사회는 하드웨어 중심이 아니라 컨텐츠 중심 국가로 발전해야 한다고 본다. 아직도 하드웨어 물신(物神)이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

"보수정권 장기집권 가능성은 없다, 서로 경쟁할 것"


ⓒ 남소연
- 이번 선거를 87년 민주화 체제의 종언으로 인식하는 학자도 있다. 어떻게 평가하나.
"국정이라는 것은 나라 전체의 경영은 물론이고 인간의 삶이 모두 다뤄지지 않으면 안 되는 복잡하고 미묘한 것이다. 따라서 집권세력이 된다는 것은 그만한 준비와 경륜, 지혜와 비전이 있어야 한다.

과거 정권의 퇴행성에 힘입어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실제 그 시대를 요리하고 국민 가슴에 와 닿도록 감동을 주는 정책 콘텐츠는 충분히 담보되지 못했다. 우리 시대의 비전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통찰력도 없었다.

어떻게 보면, 오히려 지지자들은 상당한 변화와 새로운 시대를 갈망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정국을 요리하는 지혜가 있어야 한다. 마치 야당이 투쟁하듯 하는 것은 아무래도 잘못된 거였다. 야당을 순치하고 통합하고 갈등을 치유해나가는 기능은 없고 오히려 분쟁과 갈등의 당사자가 돼버린 측면이 있다. 집권세력의 입장에서는 조금 무책임한, 지혜가 부족했던 것 같다. 그래서 국민 사이에 누구라도 좋으니 현 정권과 거리가 없는 사람이면 좋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처참한 몰락을 가져온 게 아닌가 싶다.

솔직히 노무현정부 내내 과거 하드웨어 중심의 개발방식이 그대로 유지됐다. 외교정책은 물론 대미종속외교도 바뀐 것 없다. 남북관계는 나름 진전도 있었지만 그래도 한국경제의 돌파구를 열 정도로 북한을 개방적으로 이끌지는 못했다.

그러면 한나라당은 이런 준비를 다 예비해왔냐. 그건 또 의문이다. 우리 정치풍토 전반이 이 문제로 기착된다고 본다. 평소 정당끼리 정책 컨텐츠를 놓고 논쟁하기보다는 인신공격이나 추상적인 담론만 갖고 싸워왔기 때문에 서로 훈련이 안 된 마당이다. 한나라당이 집권해도 한꺼번에 바뀔 가능성이 있겠나 의문이 든다."

- 이명박 정부를 어떻게 규정하나.

"'시장주의' '실용정부'라는 것은 굉장히 좋은 구호다. 지나치게 추상적인 것보다는 실용적이라는 게 훨씬 명분이 있다. 공무원들의 과도한 시장개입을 혁신한다는 것은 좋다. 이명박 당선자가 국민들에게 어필했던 것은 청계천 복원, 버스중앙차로제 같은 눈에 보이는 성과 아닌가.

다만 시장주의라는 것은 기본적인 게임의 규칙, 법치주의 규칙이 제대로 지켜지는 바탕 위에서 돼야 한다. 원칙이 다 무너지고 개발주의 시대 때의 기업과 정부의 유착, 삼성 비자금 비리 사건에서 보듯 게임의 규칙을 파괴하는 것까지 용인되는 상황으로 가면 오히려 지난 세월 공들여 세운 최소한의 투명성과 책임성, 법치주의가 굉장히 후퇴할 가능성이 있다. 경제조차도 어려워진다고 본다. 잠시 동안은 투자의욕이 넘쳐 생산 활성화를 기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경제를 완전히 붕괴시키는 문제를 낳게 될지 모른다.

IMF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한국경제는 그나마 거시 경제지표상 착실한 발전을 거듭해왔다. 생각보다 한국경제가 추락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경쟁력과 투명성이 유지되고 시장의 신뢰가 높아진 측면이 강하게 작용한 거다. 그런데 이것이 거꾸로 물살을 탈 경우에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또 올 수 있다.

지나친 시장중심주의는 양극화, 비정규직 확대, 농촌붕괴, 사회 취약계층 확대 등을 더 악화시켜 성장의 발목을 확실히 더 잡을 가능성이 높다. 공무원사회를 혁신적으로 개혁해서 공무원 수를 줄이고, 부처를 축소하고, 많은 부분 민간에 자율성을 주는 방식이라면 좋겠다. 국책연구소도 별다른 성과 없이 한해 몇 조원씩 쓰는데 이것도 민영화 하고 없애야 한다.

이렇게 보면 개혁할 게 참 많다. 아직도 공무원들에게는 '철밥통' 인식이 있다. 변화가 없다. 공무원만 혁신해도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고 국민 인기를 얻는 데 큰 도움이 될 거다. 투자나 경제활동의 장애가 되는 관료적 규제를 줄이고, 부처 통폐합, 공무원 마인드 혁신 하면 상당히 큰 인기를 끌 가능성이 높다." 

"좌우 안가리고 필요하면 지옥 끝까지 가서라도 데려와야"

ⓒ 남소연
- 심재철 의원은 지난해 대선 투표일인 19일, "좌파정권이 남긴 각종 흔적을 하나씩 벗겨내는 좌파 적출수술을 할 단계"라고 말했다. 어떻게 봤나.
"이명박 당선자나 그 중심에 있는 사람들이 그렇게까지 극우적 발상을 하는 사람들은 아니라고 본다. 부분적으로나마 그렇게 말하는 것은 본인들에게도 엄청난 손해다. 역사는 계속 발전해가는 양식과 일정한 궤도가 있다. 참여정부도 엄청 욕을 먹었지만 잘한 게 없는 것은 아니다.

말하자면 정권을 잡으면 누구나 자만심에 빠진다. 모든 걸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렇지만 과거의 것을 모두 부정하는 유혹에 시달린다. 겸허한 마음을 갖는 게 중요하다. 참여정부가 들어설 당시 문재인 수석이 찾아왔던 적이 있다. 그때 이런 말을 했다. 신선한 것이 꼭 모든 각료를 반드시 다 갈아치우는 게 좋은 것은 아니라고. 정권 바뀌었다고 각료 모두 싹 바뀌는 게 적절한가. 과거정부 사람이라고 해서 무조건 다 갈아치우는 게 능사인가.

분명히 이런 말은 안 통하겠지만, 그래도 하자면, 안 그래도 사람이 적은데 좌가 어디 있고 우가 어디 있나. 필요하다면 지옥 끝까지 가서라도 데려와야 하는 것 아닌가. 좁은 나라에 좌우가 얼마나 크게 다르겠나. 이 문제를 과대포장하고 이런 발언을 하는 사람을 가까이 두면 그 정부 망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좌파와 우파 가치가 따로 있지만, 한국사회는 차별성이 뚜렷하지 않다. 역사 속에서 어느 편인가에 따라 차별이 있지만 균형잡힌 건전한 합리적인 힘이 있다고 본다. 그런 힘이 중심이 되고 양쪽 일부의 차별성 있는 사람들이 있는 거지, 좌우가 뭐 그렇게 심하게 구별되나. 정말 제3의 건국이라고 해야 하나."

- 신보수시대의 서막이 열렸는데 앞으로 시민사회는 어떻게 될 것으로 전망하나.
"시민사회는 권력과 독립돼 있고 떨어져 있을수록, 좋고 잘 된다고 본다. 참여정부 하에서는 핵심 인물들이 정권과 가깝다고 해서 쓸데없는 오해를 받았다. 그래서 신뢰가 추락하고 새로운 의제를 만들지 못했다. 만들어내도 정부에 의해 수용당하면서 곤란을 겪었다.

뉴라이트 단체들이 새로운 정부의 지원을 받으면 그 NGO가 제대로 독립되겠나. NGO는 권력과 정부로부터 엄정한 독립을 지키면서 자립적인 지속가능 시스템을 갖추고 끊임없는 견제와 긍정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권력에 유착된 NGO는 힘들어질 거고, 참여정부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단체는 새로운 활력을 찾을 것으로 본다."

"NGO-언론-정당, 현장에 가면 답이 있다"

- 진보운동의 위기라는 비판적 성찰을 많이 해왔다. 어떤 수술이 필요하다고 보나.

"이제 필요조건은 충족이 된 것 같은데 충분조건을 갖추려면 또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는 그 시대의 과제를 정확히 이해하고 의제를 선점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87년 이후 시민운동이 영향력을 가졌던 것은 권력과 돈, 사람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시대의 명분이 있었던 거다. 참여연대는 투명성과 시민참여를 어필해서 힘을 얻었다. 그렇다면 지금 이 시대에 뭐가 필요한가, 시대적 과제를 선점하는 게 중요하다.

시민단체뿐만 아니라 정당·언론·싱크탱크도 마찬가지다. 모두 실질적인 현장적 접근이 중요하다. 좋은 명분도 현실에서 어떻게 반영되고 과연 내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바라볼 텐데 국민들은 아주 현명한 속성을 갖고 있다. 어느 쪽이든 현장에서 시작하라고 말하고 싶다. 지역을 돌아다니다 보면 참 많은 일거리와 과제, 네트워크, 희망의 단서를 발견하게 된다. 겸허하게 현장에서 바라보고 현장의 사람들과 네트워킹하면 모든 단서가 풀린다."

- 많은 시민단체들이 삼성 비자금 비리사건에 집중하고 있다. 이명박정부 들어 유야무야 될 가능성도 제기되는데, 어떻게 보나.
"특검에 의해 조사되고 있기 때문에 검찰의 수사보다 더 적극적으로 하지 않겠나. 새로운 정부가 수사에 영향을 미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거다. 다만 눈치를 볼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옛날처럼 정권이 검찰이나 법원을 통제하기는 힘들다고 본다. 법으로 주어진 임무, 가능한 현실이 있는데 드러난 걸 은폐하기는 불가능할 거다. 이미 상당부분 밝혀졌으니까." 

 박원순 변호사
박원순 변호사 ⓒ 남소연

- 이명박정부 5년간 개인적으로는 어떻게 살 것인가. 유력 대선후보 아니었나.
"(웃음) 누구나 착각하고 출마한다. 개인적으로 어떤 정부가 들어선다고 해서 내가 하는 일이 본질적으로 바뀔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외형적 조건에 따라 변화는 있을 수 있겠지만. 어떤 정부가 돼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나이 들고 새롭게 일을 한다는 게 쉽지 않다. 내년이면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3년차가 된다. 5년까지는 열심히 마지막 불꽃을 태워 정상궤도에 올려놓고, 한국사회에서 저런 일도 가능하구나 하는 걸 한번 보여드리고 싶다. 그 다음에는 정말 조용히 살고 싶다. 중국에서 2~3년 살면서 공부도 새롭게 하고 싶다. 유배를 보내주면 책도 많이 쓸 텐데."

- 정치는 정말 안할 건가.
"나는 정치를 엄청 많이 했다. 대한민국 법도 바꾸고 정책도 바꿨는데 어떤 정치를 또 하란 말인가. 대통령 그거 좋은 것 같나? 내가 보기엔 별로. 정치상황도 바뀌었고, 새로운 정부도 들어섰다. 여러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삶은 계속 되는 거다. 희망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니다. 언제나 우리가 만드는 거라고 했다. 우리 스스로의 희망은 우리 스스로 만들어가야 한다. (농담투로) 이렇게 훈수두는 게 최고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하하."


#박원순 변호사#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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