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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무통속에 가득 담겨있는 기름들은 이번 재앙의 책임자를 알고 있을까? 전국에서 달려온 자원봉사들이 있어 이겨울이 춥지만은 않다.
고무통속에 가득 담겨있는 기름들은 이번 재앙의 책임자를 알고 있을까? 전국에서 달려온 자원봉사들이 있어 이겨울이 춥지만은 않다. ⓒ 이화영

어둠이 짙게 깔린 새벽, 겨울 찬바람이 야무지게 여민 옷깃 사이로 숨어든다. 새벽 단잠을 떨치고 나온 학생들과 휴일이지만 휴식을 반납한 공무원들이 군청 광장으로 모여든다.

22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충북본부 음성군지부와 음성군이 함께 마련한 충남 재난지역 자원봉사 활동을 동행 취재했다. 새벽 6시, 자원봉사 참가자 80여명은 버스 2대에 나눠 타고 목적지인 태안군 소태면 의항2리 개목마을로 향했다.

자원봉사 참가자 중 13명의 학생은 대부분 음성군청 공무원들의 자녀이며 방학이어서 봉사활동에 참여할 수 있었다. 중학생부터 대학생까지 다양한 나이의 학생들이 힘든 봉사활동에 참가해준 것이 고맙고 대견하다.

태안에 들어서자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담긴 현수막과 자원봉사자들을 반기는 내용의 홍보물이 뒤섞여 우리 일행을 맞이한다. 3시간을 달려 도착한 목적지는 벌써부터 전국에서 달려온 자원봉사자들의 차량으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사람의 접근이 쉽지 않은 개목마을 바닷가는 만리포에 비해 피해복구가 이뤄지지 않은 곳으로 주차시설도 부족해 도로는 주차장으로 변해 버리기 일쑤다. 경찰관들이 통제를 해보지만 밀려드는 차량을 적은 인력으로 감당해 내기는 역부족이다.

[현장에서 만난 아름다운 사람들] "엄마에게 들키면 혼나요."

 서울에서 왔으며 입사동기라고 밝힌 심정한(29), 김종걸, 이승택, 김수연(사진 오른쪽부터) 씨가 기름제거를 하러 가기전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서울에서 왔으며 입사동기라고 밝힌 심정한(29), 김종걸, 이승택, 김수연(사진 오른쪽부터) 씨가 기름제거를 하러 가기전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 이화영

 과천외고 2학년생인 유예은, 신라영 학생이 언론에 노출되면 "엄마에게 혼난다"는 말을 남기고 급하게 봉사현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과천외고 2학년생인 유예은, 신라영 학생이 언론에 노출되면 "엄마에게 혼난다"는 말을 남기고 급하게 봉사현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 이화영

현장의 대책본부 사람들은 밀려드는 자원봉사자들을 접수하고 봉사와 관련해 걸려오는 전화를 받느라 아침부터 파김치가 되어 있다. 40~60대의 봉사자들은 단체로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10~30대의 젊은 사람들은 삼삼오오 짝을 이뤄 이곳을 찾고 있다.

회사 입사 동기로 마음이 잘 맞는 사람끼리 이 곳을 찾았다는 20대 봉사자 4명은 "인터넷 언론을 통해 태안 상황을 접하고 이곳이 정리가 잘 안된 곳으로 알려져서 찾았다"며 "봉사현장에서 사용할 장비를 직접 구입하고 점심은 도시락을 준비했다"며 웃어보였다.

경기 과천외고 2학년이라고 밝힌 유예은, 신라영 학생은 "새벽 5시에 일어나 기차와 버스를 이용해 이곳에 왔고 작은 힘이지만 피해 주민들에게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며 "언론에 노출되면 엄마에게 혼난다"는 말을 남기고 발걸음을 바삐 옮겼다.

현장 대책본부 우측 하우스에선 한국음식업중앙회원들이 자원봉사자들을 위한 급식을 준비하고 있고, 다른 자원봉사 현장에선 개목마을과 1사1촌 관계인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원들이 자원봉사자들의 허기를 채워줄 식사를 준비하고 있다.

현장의 재난 대책본부와 사전에 협의돼 찾아간 작업구역은 사람이 접근하기 쉽게 산 아래로 길을 만들어 현장을 드나들도록 임시로 길을 내놓은 곳이다. 산비탈을 내려가 바다가 보이기 시작하자 매캐한 기름 냄새가 코를 찌른다.

우리보다 먼저 이 곳을 찾았던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수거된 기름이 흡착포나 헌옷가지와 함께 자루나 고무통에 담겨 있다. 언제 왔는지 먼저 도착한 학생들이 헌 옷가지를 이용해 바위나 자갈에 붙어있는 기름과 한판 전쟁을 벌이고 있다.

[현장의 목소리] "사고 책임자, 자원봉사자 인건비까지 보상해야"

 "한번 문질렀는데 이정도"라며 바위를 닦은 옷을 들어 보이고 있는 안은숙 담당
"한번 문질렀는데 이정도"라며 바위를 닦은 옷을 들어 보이고 있는 안은숙 담당 ⓒ 이화영

 추운날씨에도 불구하고 피해주민들과 고통을 나누고자 자원봉사에 나선 음성군 공무원들
추운날씨에도 불구하고 피해주민들과 고통을 나누고자 자원봉사에 나선 음성군 공무원들 ⓒ 이화영

돌을 감싸고 있는 기름을 헌옷으로 닦아 보지만 쉽지 않다. 추운 날씨 때문인지 작업속도는 더뎌 힘만 빠지고 냄새로 인해 머리가 묵직해 오면서 자연스럽게 사고 책임에 대한 비난이 쏟아진다.

자원봉사자 서충원(29)씨는 "재앙이 발생했는데 책임지려는 사람이 없다"며 "1995년 7월 전남 여수 앞바다에서 발생한 '씨프린스호 원유 유출사고'를 거울삼아 책임소재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씨는 "'태안 유류유출 사고'라는 말보다는 '삼성 유류유출사고'라고 불러야 마땅하다"며 "이 같은 말을 언론에서 회피하는 것은 언론이 삼성편이기에 그런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재학 공무원노조 음성지부장은 "와서 보니까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심각해 사람들의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다"며 "밀물이 들어오지만 피해 현장을 보면 다시 주저앉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혀를 찼다.

 만조시간이 가까워져 밀물이 드는데도 불구하고 자리를 뜨지 못하고 있는 자원봉사자들
만조시간이 가까워져 밀물이 드는데도 불구하고 자리를 뜨지 못하고 있는 자원봉사자들 ⓒ 이화영

성만모 음성군 재난안전과장은 "기가 막히다"는 말로 현장을 표현했다. 이어 "한 순간의 잘못이 대재앙을 불러왔고 모든 국민들이 통탄할 일"이라며 "많은 국민들이 복구에 참여해 주민들이 고향을 등지는 일이 없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길석 음성군 행정과장은 "바위나 자갈에 묻은 기름을 제거해본 결과 면 재질의 헌옷이 효과적이었다"며 "면 재질의 옷을 재난지역으로 보내는 활동과, 1회성 활동으로 그치지 않고 우리군도 공무원과 민간인들이 꾸준히 참여할 수 있도록 대책을 세우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김용관 음성방송 연출자는 "재난지역으로 선포돼서 국민의 세금이 쓰인 부분은 반드시 책임소재를 가려 추징해야한다"며 "자원봉사자들의 인건비까지 계산해 추징하고 이를 피해주민들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우리 일행이 자원봉사를 끝내고 철수할 때쯤 만조시간인 걸 모르고 봉사활동을 이곳을 찾는 사람이 일부 있었다. 자원봉사 활동도 때를 잘 맞추어야 한다. 자원봉사 활동은 크리스마스에도 계속된다. 희망과 사랑의 힘으로 절망을 걷어내 주길 바란다.

 '청정바다 대학살자 삼성/정부는 왜 말이 없는가? 정부는 신속하게 보상하라' 현장 재난상황실 앞에 붙어있는 현수막
'청정바다 대학살자 삼성/정부는 왜 말이 없는가? 정부는 신속하게 보상하라' 현장 재난상황실 앞에 붙어있는 현수막 ⓒ 이화영

 우리일행이 자원봉사를 가던 날도 접촉사고가 발생했다. 교통사고에 주의하시길 바란다.
우리일행이 자원봉사를 가던 날도 접촉사고가 발생했다. 교통사고에 주의하시길 바란다. ⓒ 이화영

태안군 재난지역으로 많은 물품이 답지하고 있지만 워낙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몰리다 보니 항상 모자라는 형편이다. 식사, 장화, 고무장갑, 헌옷, 우의, 마스크 등을 미리준비하면 많은 도움이 된다. 바위주변은 굉장히 미끄러워 부상위험을 경계하고 다른 지역으로 2차 오염이 되지 않도록 주의한다.

호흡기 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참가를 자제하고 작업 후에는 깨끗하게 씻어야 한다. 작업 중  두통이 있을 땐 장소를 벗어나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안정 취하고 심할 경우 전문가에게 진료를 받도록 한다.

작업현장이 위험하기 때문에 학생 및 미성년자는 반드시 보호자의 인솔 하에 참가해야 한다. 또한 현장의 도로사정이 여의치 않음에 따라 사고발생 우려가 높아 안전운전에 유의한다. 식사 및 장비를 챙긴 못한 사람들은 현장요원(연두색조끼)의 안내를 받기 바란다.

숙박은 지원되지 않는다. 자원봉사 시 하루 5만원의 기부금으로 산정해 소득공제(소득세법 제32조의2,시행령81조 5항)를 해주며 현장에서 바로 발급되고 인근면사무소에서도 가능하다. 자원봉사를 실시한 해당지역 읍·면사무소 민방위 담당자에게 확인서를 받아 거주지의 민방위 부서에 제출하면 민방위 교육이 면제된다.

고속도로 통행료의 경우 살고 있는 지역의 시청과 군청의  재난관련 부서에게 확인서를 발급받아 오면 면제된다. 돌아갈 때는 봉사현장에서 또는 읍·면사무소에서 발급한다. 자원봉사 확인서를 발급받지 못해 통행료를 낸 경우 자원봉사 현장에서 확인서를 발급받아 통행료 영수증을 첨부해 도로공사에 제출하면 환불이 가능하다.

자원봉사가 가능한 지역 ▲소원면-만리포해수욕장, 천리포해수욕장, 백리포해수욕장, 십리포해수욕장, 구름포, 망산, 소근진제방, 모항항, 파도리해수욕장, 어은돌, 모항2리 ▲원북면-학암포해수욕장, 구례포 해수욕장, 신두리해수욕장, 안뫼(먼동 촬영장) ▲이원면-만대포구, 꾸지포해수욕장, 사목해수욕장, 음포, 이원방조제 ▲근흥면-신진도, 안흥, 가의도, 갈음이해수욕장, 정산포해수욕장 등 이다.

최대 작업시간 ▲12. 24(월) 08:00~14:30 ▲12. 25(화) 08:00~15:30 ▲12. 26(수)  09:00~16:30 ▲12. 27(목) 09:00~16:30 ▲12. 28(금) 09:00~16:30 ▲12. 29(토) 09:00~16:30 ▲12. 30(일) 09:30~16:30 ▲12. 31(월) 10:30~16:30 등으로 의욕만 앞세워 물때를 맞추고 오지 못하면 돕지도 못하고 그냥 돌아갈 수밖에 없다.
 
성금과 위문품 모금 안내 및 각종 연락처 ▲자원봉사신청 (041)670-2643~47 ▲충청남도 공동모금회(예금주), (042)489~8423(연락처), 농협, 408-01-088001(계좌번호) ▲태안군수(예금주), (041)670-2139, 농협, 459-01-014563(계좌번호) ▲기타 문의-태안군 재난종합상황실(041)670-2640, 2649 ▲소득공제문의(태안군 주민생활지원과)-(041)670-2674

자원봉사뿐만 아니라 더 도울 수 있는 방법도 있다. 단체 자원봉사자의 경우 무료급식을 이용하지 말고 지역의 잔치방이나 음식점을 종합상황실로부터 안내받아 식사를 하는 방법도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 1박이나 2박을 하는 경우 민박이나 펜션을 이용도 좋은 방법이다.



#기름유출#자원봉사#음성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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