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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우리 인간들이 무슨 짓을 한 것일까?
 

생명이 살아 숨쉬던 그곳은 죽음의 그림자가 검게 뒤덮고 있었다. 이제라도 잘못을 용서해달라고,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마음이 무거워서 안 되겠다고 각지에서 달려온 자원봉사자들이 십리포해변에 가득했다.

 

 기름을 뒤집어 쓰고 죽어가는 생명들 그들의 몸짓은 힘겨워 보였다. 갯바위에서 유일하게 만난 생명체였다.
기름을 뒤집어 쓰고 죽어가는 생명들그들의 몸짓은 힘겨워 보였다. 갯바위에서 유일하게 만난 생명체였다. ⓒ 김민수
 
그러나 바다는 이미 죽어가고 있었다.
 
다시 회복되는 데 20년이 걸릴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지만 실재로 그곳에 서보니 그보다 몇 십배 오랜 세월이 걸려야 회복될 것 같았다. 십리포 해안가에 접한 의항2리는 자원봉사자들의 발걸음만 분주할 뿐 생기를 잃어버린 흔적이 역력했다. 을씨년스러웠다.
 
"이런 일 나면 없는 사람들만 죽지요. 그나마 양식장이 있는 사람들이나 보상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은 조금 낫지. 일용노동자들이나 그 날 그 날 바다에 나가 생계를 이어가던 사람들은 어디 하소연을 하우."
 
의항리 어민들 사형선고를 받은 바다를 바라보며 한숨짓는 어민들
의항리 어민들사형선고를 받은 바다를 바라보며 한숨짓는 어민들 ⓒ 김민수
닦아도 닦아도 기름때는 없어지지 않았고, 모래는 파면 팔수록 유전처럼 검은 기름이 나왔다. 기름을 닦아내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것이 고작 이것밖에 없는 것인지 답답했다. 이제 바다를 어미 삼아 살던 이들은 긴 세월 죽음의 바다를 등지고 어떻게 살아갈까? 그 바다가 다시 생명을 얻었을 때는 바다와 더불어 사는 법을 아는 이들이 그 곳에 남아 있기라도 할까?
 
그 곳을 떠나며 '미안하다,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이 말밖에는 할 수가 없었다.

#십리포#기름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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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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