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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 대선이 코앞이다.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흔들림 없는 독주는 계속되고 있다. 반이명박 진영이라할 범여권의 후보 단일화는 아직 논쟁 중이다. 정동영 후보는 최근 "어떤 것도 내놓을 수 있다"고 말해 단일화의 실낱같은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문국현 후보측에서 <오마이뉴스>에 정동영 후보의 사퇴를 촉구하는 글을 보내왔다. 문 후보측은 "문제의 핵심은 올해 대선판도를 결정짓고 있는 '집권세력 심판'의 프레임을 어떻게 해체시키느냐에 있다"며 정 후보의 결단을 촉구했다. 정동영 후보측의 반론을 기다린다. 이글은 문국현 캠프의 고원 전략기획조정단장이 쓴 글이다. <편집자주>
정동영 후보가 13일 저녁 "대통령 후보 자리가 아니라, 어떤 것이라도 내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나는 이날 정동영 후보의 사자후에 가까운 연설을 들으면서 소속 진영을 떠나 민주화에 오랜 동안 복무해 온 입장에서 역사적 책임이라는 문제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정 후보의 이날 메시지는 여전히 자신으로의 단일화를 배경에 강하게 깔고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 레토릭으로 보이는 측면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정 후보의 말 속에 역사적 책임에 대한 절박성이 담겨있었다고 본다.

 

그렇다면 남은 문제는 이 시점에서 과연 어떻게 하는 것이 역사적 책임을 다하는 진정한 방법인가의 문제로 압축된다. 조금 직설적으로 접근하면 '누가 후보직에서 용퇴하고, 누구로 후보단일화 하는 것이 승리의 길인가'라는 질문이다.

 

문제는 '집권세력심판 프레임 어떻게 해체시키나'

 

한 마디로 말하자면 그에 대한 판단은 단연코 실체적 진실에 근거해야 하고, 그 바탕 위에서 문제의 핵심을 잘 짚어야 한다고 본다.

 

핵심은 정동영 후보와 문국현 후보 간의 정치적 경쟁력의 차이에 있지 않다. 그것은 그 다음의 문제이다. 문제의 핵심은 올 대선판도를 결정짓고 있는 '집권세력심판'의 프레임을 어떻게 해체시키느냐에 있다.

 

주지하다시피 이명박 대세론은 현 집권세력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담겨있는 거울에 불과하다. 정동영 후보는 그 거울 속에 존재하는 가장 중요한 핵심 인물이다.

 

그 때문에 정동영 후보로는 '집권세력심판'의 프레임으로 치러지고 있는 대선 판도의 기류를 절대 극복할 수 없다. 따라서 문국현 후보가 사퇴하고 정동영 후보로 단일화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완전히 무용지물인 것이다.

 

문국현 후보의 사퇴는 정동영 후보에게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한다. 문국현 후보의 사퇴가 정동영 후보에게 걸린 마법을 해체시킬 수 있을 만큼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표의 이동 경로만을 놓고 보아도, 문국현 후보의 핵심지지층은 현 집권세력에 실망해서 등 돌렸던 층들이기 때문에 3분의 2가 기권하거나 권영길 후보를 찍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정동영 후보로 단일화를 해줘도 그가 얻을 수 있는 득표율의 최대치는 25%를 못넘는다. 게다가 정동영 후보로 표가 조금이라도 결집될 낌새가 보이면, 반사적으로 이명박 후보의 표도 결집될 것이기 때문에 단일화 효과는 상쇄되고 만다. 이명박 후보와는 잘해야 2:1의 게임이다. 그렇게 되면 단일화 성사여부에 상관없이 정동영 후보는 대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면할 길이 없어진다. 이래저래 죽기는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단 책임을 아주 약간이라도 면할 방법은 있다. 후보단일화는 안되고, 패배에 대한 책임을 문국현 후보가 뒤집어 써주는 것이다. 필자는 결코 정동영 후보가 이런 전략을 구사하리라고는 믿지 않는다.

 

그런데 정동영 후보는 누구도 해낼 수 없는 대선판도를 움직일 중요한 열쇠를 하나 쥐고 있다. 그것은 오직 한쪽으로만 열리는 문의 열쇠이다. 그것은 정동영 후보의 살신성인을 필수적으로 요구한다. 그는 "내가 참여정부가 범한 모든 실정의 책임을 안고 후보직을 사퇴하니 민주개혁세력에 대한 분노를 거둬 달라"고 말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분노한 민심의 바다 속에 빠진 민주개혁세력을 구해낼 수 있는 무기가 그의 손에 쥐어져 있는 것이다.

 

그가 역사적 결단을 하면 국민들의 마음은 반드시 움직일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집권세력심판'의 선거 프레임이 하루 만에 해체되고, 이명박 대세론은 급속하게 무너지기 시작할 것이다. 정동영 후보는 살신성인을 실천함으로써 자신의 책임은 물론이고 노무현 대통령의 과오까지 떠안고 가는, 이 때까지 한국정치에서 있어본 적이 없는 본보기 정치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바보 정동영'은 온 국민의 사랑 속에서 부활할 것이다.

 

정동영 후보의 살신성인, 대선판도를 바꿀 열쇠

 

정동영 후보가 16일 일요일 TV토론 전까지 결단해주면, 일요일 TV토론은 완벽하게 진짜경제 대 가짜경제의 싸움판이 만들어지게 된다. TV토론에 온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게 되고, 문국현 후보는 자신의 최대 장점인 '경제'로 이명박 후보를 맹폭격할 것이다. 집권세력심판의 틀에서 풀린 국민들은 이제야말로 진실과 거짓을 완전히 가려내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3일 만에 기적은 만들어진다.

 

주어진 시간이 얼마 없다. 정동영 후보는 자신에게 주어진 이 엄청난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 그는 살신성인을 통해 확실히 역사의 영웅이 될 수 있다.

 


#후보 단일화#정권심판 프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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