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 소설 속의 잘못 쓰인 말 한문어문교열기자협회에서 펴내는 <말과글>이라는 책 2004년 겨울호를 봅니다. 국어문화운동본부에서 일하는 분이 쓴 “소설 속의 잘못 쓰인 우리말”이란 꼭지가 눈에 띄어 읽어 봅니다. 번역이든 창작이든 우리 말을 너무 잘못 쓰거나 함부로 쓰는 모습을 하나하나 보기를 들어 바로잡아 줍니다. 그런데 이 글을 쓰신 분이 붙인 글이름은 어떤가요. ┌ 소설 속의 잘못 쓰인 우리말 │ │→ 소설에서 잘못 쓰인 우리 말 │→ 소설에 잘못 쓴 우리 말 └ … 글쓴이는 토씨 ‘-의’를 엉뚱하게 넣는 한편, ‘속’도 군더더기로 넣었습니다. 이 자리는 ‘-에’나 ‘-에서’를 붙여야 알맞습니다. ‘속’이란 말도 생각해 봐요. “네 편지에 잘못 쓴 이야기가 있더군”, “네 일기에 틀린 말이 있어”, “네 말에 낯간지러운 소리가 있더라”처럼 씁니다. ‘속’을 넣을 자리란 없어요. 어쩌면, 문학한다는 사람들 가운데 우리말을 제대로 익히고 살피는 이들이 참 드물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문예창작과 같은 곳에서는 글맵시 나게 하고 줄거리 짜는 훈련만 시키는 듯해요. 어릴 적부터 우리가 배워 온 말, 예부터 내려온 살아 있는 말을 문학으로 담아내는 일부터 먼저 가르치고 배우고 펼쳐야지 싶습니다. 하나 덧붙이자면, 우리 말 운동을 하는 분들도 무엇이 제대로 된 우리 말이고, 어떤 말이 바르게 쓰는 우리 말인지를 좀더 꼼꼼하게 살피고 자기가 쓰는 말부터 짚어 보면 좋겠습니다. ㄴ. 그들 속의 하나 .. 변한은 12국 등 모두 78국으로 구성되었다고 하였다. 백제도 그들 속의 하나라고 하였다 .. <이이화-한국사 나는 이렇게 본다>(길,2005) 45쪽 “78국(國)으로 구성(構成)되었다고”는 “78국으로 이루어졌다고”로 다듬어 주면 좋습니다. “12국 등(等) 모두 78국”은 “열두 나라에다가 모두 일흔여덟 나라”로 손보면 어떨까요. ┌ 그들 속의 하나라고 하였다 │ │→ 그들 속에 있다고 하였다 │→ 그들 가운데 하나라고 하였다 │→ 그 가운데 하나라고 하였다 │→ 그 가운데 있다고 하였다 └ … 보기글에서는 “그들 속의 하나”라고 하기보다는 “그들 가운데 하나”라든지 “그 가운데 하나”로 하는 편이 낫습니다. 아니면 “그 나라(들) 가운데 하나”라 해도 되겠네요. 알맞게 쓸 말을 잘 살펴서 쓰면 토씨 ‘-의’가 얄궂게 끼어들지 않습니다. 이이화 선생님은 역사에 깊이 눈길을 두는 분인데, 역사를 올바르게 바라보는 한편, 자신이 올바르게 바라보는 이야기를 좀더 올바르고 알맞는 말로 들려줄 수 있으면 훨씬 좋으리라 믿습니다. ㄷ. 동화 속의 세계 .. 나도 똑같았어. 우린 어쩔 수 없이 현실을 인정하지만 동화 속의 세계를 믿고 싶어하잖아 .. <야누쉬 코르착-안톤 카이투스의 모험>(내일을여는책,2000) 162쪽 ‘인정(認定)하지만’은 ‘받아들이지만’으로 다듬으면 좋습니다. 그냥 쓸 수 있겠지만. “그건 인정하지”처럼 쓰는 자리는 “그건 좋아”라든지 “그건 그렇게 하지”처럼 다듬으면 되고요. ┌ 동화 속의 세계를 믿고 싶어하잖아 │ │→ 동화에 나오는 세계를 믿고 싶어하잖아 │→ 동화 같은 세계를 믿고 싶어하잖아 │→ 동화 세계를 믿고 싶어하잖아 └ … ‘동화 속의 세계’라면 “동화에 나오는 세계”를 가리키지 싶습니다. 그런데 조금 더 생각해 보면 ‘현실 속의 세계’가 아니라 ‘현실 세계’라 하고, ‘꿈 속의 세계’라 하지 않고 ‘꿈나라’라 합니다. 그러니 ‘동화 세계’라고만 써도 좋겠구나 싶어요. “동화 같은 세계”로 다듬어 볼 수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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