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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12월 8일 <오마이뉴스>에 실린 유창선 칼럼 '문국현, 이제 사퇴의 용단 내려야'에 대한 반론입니다.  <편집자주>

전혀 듣지 않아도 될 욕 듣는 문 후보

 

17대 대선은 그 어느 때보다 시끄럽고 소란스러웠지만, 그나마 정책들이 제대로 갖춰져 가고 있는 대선이기도 하다. 조금만 시끄러운 거죽을 들춰보면 정책들이 보인다. 그럼에도 그 정책들이 공론화되고 있지 못할 뿐이다.

 

시끄러운 대선의 와중에 BBK 주가조작사건이 생각보다 파괴적이지 못했고, 마찬가지로 그 결과가 정반대로 나왔음에도 역시 파괴적이지 못한 결과를 가져왔다. 모든 사안들이 터질때마다 예상보다 싱거워 재미가 없을 정도다.

 

이제 한나라당은 집권이 눈앞에 다가온 듯 몸조심을 하는 분위기고 대통합민주신당은 거의 공황 상태에 빠져든 분위기다. 두 고래 싸움 사이에 창조한국당의 문국현 후보가 전혀 듣지 않아도 될 욕을 들어가며 잘못하다가는 87년 대선 당시의 김영삼이나 김대중처럼 분열의 원흉으로 몰릴지도 모르는 상황에 처해버렸다.

 

그러나, 과연 그때와 지금의 상황이 비슷한가?

 

당시 노태우 후보의 30%대 지지율에 비해 김영삼 후보와 김대중 후보의 지지율을 합한 50%는 막강했으며 두 후보가 모두 민주진영에 일정한 세를 가지고 있어 정치역학적인 단일화를 했다면 대단히 막강한 집권이 가능했을 터였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그때와 완전히 다르다. 문국현 후보의 지지층이 전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뭉쳤다는 사실 때문이다. 지금 문국현 후보 지지층에는 한나라당 지지자들로부터 민주노동당 지지자들까지 이념의 스펙트럼을 넘어선 사람들이 가득하다. 의외의 사실이지만 대부분 자신을 창조파라 생각하는 좌우이념을 넘어서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특징은 반부패, 경제우선, 합리성에 있다. 상식적으로 대통령 자격이 없는 사람들로 가득한 선거판에서 오랜만에 상식있는 후보를 만나게 됐으니 반가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치역학을 신봉하는 사람들에게 문국현 후보는 단지 단일화의 대상일 뿐이다. 그로 단일화되면 더 좋겠지만 안되면 정동영 후보로라도 단일화 되어야 한다는 일종의 편집증적 증세에 다름없다.

 

새로운 신념체계에 정치역학 강요해서야

 

칼럼니스트 유창선씨의 문국현 사퇴론(<오마이뉴스> 12월 8일 기사) 역시 정치역학적 단일화의 틀을 전혀 못넘어섰기에 실망스러운 것이다. 그는 현상에 불과한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약자인 문 후보에게 사퇴하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명분도 없는 "민주세력, 평화세력을 위해"라는 미사여구가 붙는다. 하지만 현재의 여론조사결과가 중요한 만큼 미래의 폭발력도 무시해서는 안된다. 정동영 후보로 단일화하는 것과 문국현 후보로 단일화하는 것 중 어떤 것이 더 큰 폭발력을 가져올 것인지를 생각 못한 것이다.

 

지금 거리에 지나다니는 민심을 알아보면 답은 나온다.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에게 지지후보를 물어보면 이런 답을 쉽게 들을 수 있다. "이명박 후보는 왠지 찜찜하지만 그래도 어쩔수 있나" 혹은 "무능한 정부는 더이상 안된다" 하는 말들. 그래서 이회창 후보를 그냥 찍어야겠다는 말들까지 나온다.

 

더이상 안되는 무능한 정부의 정동영 후보와 찜찜하지만 그래도 이명박 후보를 찍겠다는 사람들이 널려있는 거리민심. 그 사람들에게 대안을 제시해주어야 할 시민사회 세력이 뜬금없이 안된다는 후보로 단일화를 하라고 주장한다면 그거야말로 어불성설이 아닌가. 지금 사람들은 대안을 원하는 것이지 "위장 단일화"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만은 분명한 민심이다.

 

시민사회 세력이 불안해하는 것에도 일리는 있다. 아직까지도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두배정도 차이가 나는 정동영 후보와 문국현 후보 사이에서 갈팡질팡 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 인정한다. 하지만 어느 쪽이 더 폭발력 있는지를 검토해 보기는 했는가?

 

문국현 후보가 늘 주장하던 것은 "정동영 후보가 길을 막고 있으니 비켜달라"는 말이었다. 맞는 말이다. 구시대적인 정치논리로 정동영 후보 아니면 안 된다는 식의 제한된 단일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기적과 요행"이 일어나기를 바라고 있을 뿐이지만, 훌륭한 정책들과 새 정치를 품고 있는 문국현 후보로 단일화 하는 것은 "기회와 필연"을 가져오는 것이다.

 

그래도 못 미더우면 기왕 안 될것 같으니 도박이라도 해보자. 정동영 후보보다는 문국현 후보쪽에 거는 것이 훨씬 대박 아니겠는가?

덧붙이는 글 | 문국현 후보 지지자로서 시민사회세력들의 압박에 할 말이 많습니다만 최대한 점잖은 논리로 글을 써보았습니다. 무엇보다 통합신당에 들어가서 활동하고 있는 오충일 대표, 정대화 교수 등 시민사회세력들에게 "진실의 눈"을 뜰 것을 요구하는 의미에서 주장을 써보았습니다.


#문국현#단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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