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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어리잖아, 열 살짜리가 비즈니스에 필요한 것도 아닐 테고.”
“애들 게을러져서 안돼 잠깐 뛰어가서 얘기해도 될 것을 전화하게 되거든.”
“없으면 애 기죽지 않을까? 친구 중에 누군가 가지고 다닌다면 당연히 갖고 싶겠지. 위급한 순간에 필요 할 수도 있고.”

 

'10살짜리에게 핸드폰이 필요한가?' 물었더니 답변이 서로 엇갈린다. 필요 없다는 사람들은 미혼 남자나 기혼이지만 아직 아이가 없는 사람이 많고 필요하다는 사람들은 아이가 있는 기혼 여성이 많다.

 

어른들도 가지고 다니는데 난 왜?

 

 

10살짜리 딸내미 하영이가 핸드폰 타령을 한다. 고민이다. 저러다가 말겠지 하고 건성으로 넘겼는데 꽤 오래간다. 저 녀석이 정말로 핸드폰이 필요한 것일까? 고민도 해 보았지만 좀처럼 답을 찾을 수 없다.

 

이사람 저사람 붙잡고 물어보고 나니 더 헷갈린다. 묻지 않는 편이 나을 뻔 했다는 생각이 든다.

 

핸드폰이 필요하다고 조르기 시작한 것은 지난 8월말, 2학기가 시작되고 난 이후다. 같은 반 친구  몇 명이 핸드폰을 들고 다닌다며 자기도 사 달라는 것이다. 핸드폰이 필요 없는 이유 몇 가지를 들며 냉정하게 거절했다.

 

핸드폰이 필요 없는 이유는 대강 이렇다. 첫째, 행동반경이 작은 나이이기에 핸드폰이 없어도 주변 사람들과 의사소통 하는데 불편함이 없다. 둘째, 게임을 자주 해서 학업에 지장을 줄 우려가 있다. 셋째, 경제 능력이 전무한 상태에서 값비싼 핸드폰을 휴대하는 것은 모순이다.

 

나의 답변에 대해 하영이도 핸드폰이 있어야 할 이유를 문서로 정리해 왔다. 기특했다. 주장하는 바를 서면으로 제출할 생각을 했다는 것이.

 

하영이가 핸드폰이 필요한 이유는 이렇다. 첫째, 어른들도 가지고 다니니까. 둘째, 엄마 아빠에게 갑자기 전화 할 일이 있을 때 필요하니까. 셋째, 낮선 곳에 가서 길을 잃었을 때 필요하다.

 

나름대로 꽤 논리적이었다. 하영이가 주장하는 글을 읽고 나니 꼭 필요하지는 않지만 가지고 다녀도 나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10살짜리가 무슨 핸드폰이야!’라는 생각을 역시 떨쳐 버릴 수는 없었다.

 

한동안 잠잠하던 핸드폰 논란이 다시 시작된 것은 이웃집 새댁이 핸드폰 단말기를 하영이 에게 선물하고 난 이후부터다. 최신 기종으로 핸드폰을 바꾸고 그동안 쓰던 것을 하영이 에게 선물한 것.

 

펄펄 끓다가 잠시 열이 내려가고 있는 가마솥에 기름을 부은 꼴이었다. 개통을 시켜 달라고 생떼를 쓰는 것이다. 용돈 모아 놓은 것으로 요금을 충당한다는 말까지 듣고 나니 난감하기 짝이 없었다. 핸드폰이 정말로 필요한지 생각해 보아야 하니까 며칠만 시간을 달라고 하고 자리를 피했다.

 

긍정 '경제 감각 익히는 것' vs. 부정 '편리함에 익숙해지는 것'

 

 

며칠 동안 생각해 보았지만 아직도 결론을 내릴 수 없다.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시력이다. 하영이는 시력이 안 좋다. 하영이 안경은 어지러워서 잠시도 끼고 있을 수가 없다. 요즘 아이들 흔히 그렇듯, 하영이도 밖에 나가 놀기 보다는 컴퓨터 게임을 좋아한다. 그러다 보니 시력이 말이 아니다.

 

하루종일 조그만 화면 속을 들여다보며 핸드폰게임에 열중 하는 하영이를 생각 하면 아찔하다. 이것이 걱정스러운 것이다. 핸드폰을 개통 시켜 주고 나면 아무래도 하영이 안경 도수를 더 올려야 할 듯하다.

 

“반반 이야, 긍정적인 면도 있고 부정적인 면도 있는 것 같아.”

 

지난 8월, 10살짜리 아들 성화에 못 이겨 과감하게 핸드폰을 개통시켜준 친구에게 전화했더니 '반반'이란다. 경제 감각을 미리 익히는 것이 좋은 점이고 반대로 편리함에 젖어들어 서서히 씀씀이가 커지려 하는 것이 우려스럽단다.

 

핸드폰을 개통 시켜 주면서 요금은 용돈에서 지불한다는 약속을 받았다. 그러면서 한 달 13000원 정액 요금제로 묶어 놓았던 것. 경제 감각 전혀 없던 아들이 용돈을 이리저리 쪼개 쓰는 것을 보면 신통 하단다.

 

반면 요즘 들어 정액 요금제를 풀고 정률제로 바꿔달라는 요구 한다는 것은 걱정스럽다. 편리한 핸드폰 맛을 보고 나니 좀 더 자유롭게 사용 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던 것. 편리함이란 것은 한 번 맛이 들면 결코 잊을 수 없는 것인데 너무 이른 나이에 편리함을 맛보게 한 것이 걱정스럽다는 것이다.

 

며칠 후면 하영이에게 답을 주어야 한다. 아직까지는 10살짜리가 핸드폰 휴대하는데 부정적이다. 하영이가 혹여 핸드폰 게임에 빠질까봐 걱정스럽고 친구 말대로 너무 이른 나이에 편리함에 길들여지게 하고 싶지도 않다.

 

반면, 어차피 몇 년 후면 자연스럽게 사용해야 할 장비인데 조기 교육 차원에서 사주고 싶은 마음도 있다. 또, 하영이 말대로 길을 잃거나 위급한 순간이 왔을 때는 핸드폰이 필요 할 듯도 싶다.

 

10살짜리 딸내미 핸드폰, 개통 시켜야 할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안양뉴스(aynews.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핸드폰 #하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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