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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우 기자는 전북대학교에 재학중입니다.

호들갑이다. '열풍'이란다. 그러나 전혀 새롭지가 않다. 웹 2.0시대에 맞는 새로운 참여 문화라고 이야기하지만 왠지 모를 불편함이 든다. 'User Created Contents' 일명 UCC가 언제부터인가 문화의 중심 아이콘이 됐다. 예전에 없었던 것이 갑자기 '짜잔~'하고 등장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사용자 제작 컨텐츠는 PC통신 발달과 그 역사를 함께 해오고 있다. 전화선을 연결해 접속하던 시절에도 유저들은 자신이 직접 쓴 글을 올려 다른 유저들에게 평가받곤 했다. 바로 UCC 였다. 그런데 이제 와서 '열풍'이라고 표현해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면에는 바로 각종 상업 포털 사이트와 방송사들의 상술이 자리하고 있다. 바로 자사의 '컨텐츠 확보'차원에서 UCC 열풍을 주도한 것. 거기에 누리꾼들이 모방심리가 '참여'라는 행동으로 이어지며, 하나의 컨텐츠가 계속 확대 재생산 되고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UCC의 진정한 의미이다. 지금의 UCC는 유명 연예인의 춤과 노래를 따라하거나 재미있는 개그 프로그램을 흉내내는 정도다. 오죽하면 UCC를 가리켜 'User Copy Contents'란 말이 나올까.

 

인터넷 상에선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을 수 있다. 누구나 다 평등하다. 제한 없이 누구나 하고 싶은 말을 할 수가 있다. 그래서 세상과 소통하고 싶은 유저들이 UCC를 만들어 냈는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 '열풍'이란 이름 앞에 UCC가 갖는 소통의 가치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이때 들려온 반가운 소식하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UCC'를 만들어 가고 있는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주인공은 바로 전주 자림학교의 미디어반 친구들. 정신지체라는 장애를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배워나가고 있었다. 늦가을 수북하게 쌓여있는 낙엽처럼, 그들의 이야기가 잔잔하게 다가왔다.

 

오랜만의 외출이어서 그럴까. 차에서 내리는 아이들이 하나같이 싱글벙글이다. 오늘은 그동안 배운 디지털카메라 사용법을 실전에 응용하는 날. 바로 '출사'를 나온 것이다. 장소는 사적 제399호 전주 경기전(慶基殿).

 

 자림학교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함께 찍은 사진
자림학교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함께 찍은 사진 ⓒ 박창우

 

현재 전주자림학교에는 11명의 미디어반 친구들이 있다. 출사에 참석한 친구들은 모두 8명. 자림학교 선생님 두 분과 전주시민미디어센터 영시미(이하 영시미)자원봉사자 선생님 세 분의 인도 아래 친구들은 경기전 안으로 들어갔다.

 

"오늘의 사진 포인트는 크게 세 가지에요. 위로 찍기. 아래로 찍기. 최대한 많이 찍기~"

 

일명 '똑딱이'로 불리는 디카를 하나씩 받은 친구들은 여기저기로 흩어졌다. 수북하게 쌓인 낙엽을 발로 걷어차며 사진을 찍고, 청명한 하늘을 찍고, 또 친구의 모습도 찍었다. 분위기 연출을 위해 서로 낙엽을 뿌려 주기도 했다. 카메라에 눈을 댄 후 사물을 응시하는 진지한 모습에선 정신지체장애의 흔적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선생님, 하늘 찍어도 돼요?" "선생님, 지붕 찍어도 돼요?"

 

아이들은 사진을 찍을 때마다 선생님에게 보여줬으며, 무엇을 찍을지에 대해서도 자꾸 물어봤다. 자신의 생각을 확인하고 싶어했고, 표현하려 했다.

 

자림학교 측에선 미디어반 활동을 통해 아이들의 정서가 많이 밝아지고 적극적으로 변했다고 한다.

 

"아이들 특성상 집단생활을 하다 보니 자기표현 능력이 감소하고 수동적이 되어 가요. 그런데 미디어반 활동을 한 지 1년 만에 친구들이 부쩍 말도 많아지고 적극적으로 변했어요. 아마도 카메라나 캠코더를 통해 비춰지는 사물이나 세상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게 된 것이 이유라고 생각해요. 보세요~. 사진하나 찍으면서도 계속 물어보고 말을 걸잖아요."

 

자림학교에 미디어반이 생긴 것은 바로 지난해다. 영시미 측에서 진행하는 미디어 교육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자림학교에 사업을 제안했고, 자림학교 측에서도 흔쾌히 받아들여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

 

 사진찍는 아이들
사진찍는 아이들 ⓒ 박창우

 

아이들은 1년 동안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운다. 글을 모르기 때문에 마인드맵을 이용해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그림으로 표현한다. 그리고 난 뒤, 디카와 캠코더 사용 방법을 배운다. 학년이 끝나는 겨울방학엔 1년 동안 배운 것을 바탕으로 단편영화를 찍는다. 작년에 미디어반 수업을 들었던 친구들은 '숨바꼭질'이란 영상을 만들기도 했다. 이들의 작품은 각종 장애인 인권 영화제를 비롯해 시민 영상제 등에 출품돼 일반인들과 소통했다.  

 

▲ [동영상] 숨바꼭질 영화의 시나리오와 컨셉트, 출연 모두 자림학교 미디어반 친구들이 함께했다.
ⓒ 전주시민미디어센터 영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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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주류매체나 미디어에서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은 크게 두 가지였어요. 하나는 그들을 동정하는 시선이고,  다른 하나는 장애를 극복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었죠. 그래서 주로 나오는 이야기도 장애인들의 성공사례 중심이었어요."

 

영시미 서정훈 교육 실장은 "'내 목소리도, 내 이야기도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다' 란 것을 아이들이 느꼈으면 좋겠다"며 미디어반의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장애를 겪고 있는 그들의 입장에서 그들의 목소리가 그대로 표현될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그러기 위해선 미디어 구조 자체가 변화해야 하죠. 정신지체장애 아이들도 미디어를 통해 사회와 소통하고, 자기 모습을 찾아갔으면 좋겠다 싶어 미디어반을 만들게 됐습니다."

 

사진을 찍던 중 한 친구가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텔미~ 텔미~ 테테테테테~텔미"
"하하하~"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지자 친구는 춤과 노래를 멈췄다. '텔미'는 여기 친구들에게도 인기인 모양이다.

 

분위기는 산만했다. 아이들이 마음껏 사진 찍고 놀 수 있게 선생님들이 간섭이나 통제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오히려 자유로움이 느껴졌다. 물론 아이들의 자유로움을 위해선 선생님들의 수고가 뒤따라야 했다. 단체 사진을 찍기 위해 몇 번씩 아이들을 불러 모았지만 아이들은 좀처럼 한자리에 가만히 있질 못했다. 계속해서 잡고, 모으고, 단체사진 한번 찍는데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래도 선생님과 아이들의 얼굴엔 웃음만이 가득하다.

 

단체사진 촬영은 출사 나온 학생들 중에서 유일한 청일점인 백한기(중등과정) 학생이 담당했다. 사진을 찍고, 선생님이 확인을 해줬다. 그런데 몇몇 선생님이 사진에 나오지 않았다.

 

 백한기 학생
백한기 학생 ⓒ 박창우

"한기학생~ 왜 선생님은 빼고 찍었어~ 응?"
"안보여요~ 안보여요~하하~"

 

이렇게 가끔 실수(?)도 뒤따르지만, 마냥 웃음이다.

 

아이들은 서로 좋아하는 친구의 모습을 찍기도 하고, 찍은 것을 보여주며 이야기도 주고받았다. 오은이(초등부 6학년)학생에게 사진 찍기 재미에 대해 물어봤다.

 

"친구~ 사진 찍는 것 재밌어요?"
"네, 재밌어요~"
"어떤게 재밌어요?"
"재밌어요~"
"어떤게 재밌어요?"
"....."

"사진 찍는거 재밌죠?"
"네~하하~"

 

아이들은 발음도 불명확하고 언어장애를 가지고 있어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었다. 연고가 없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어서 나이가 확실치 않은 친구들도 몇몇 있었다.

 

"시에서 무연고 아이들이나 갈 곳 없이 헤매는 아이들을 시설에 보내는데, 그중 정신지체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이들을 저희 자림재단에 보내요. 그 중 중증이 아니어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친구들은 자림학교에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죠. 그러다 보니 나이나 이름이 확실치 않은 친구들이 몇몇 있지만 대부분 인적사항을 추적해서 이름하고 나이와 같은 기본적인 것은 찾아주려 하고 있습니다."

 

한 시간 반이 훌쩍 지났다. 야외 수업이 끝난 아이들은 다시 학교로 돌아가기 위해 차에 올랐다. 멀어지는 친구들의 뒷모습을 보며 문득 떠오른 생각 하나.  

 

'그들의 렌즈에 비친 세상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U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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