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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천9경 영상 공연 전과 중간에 홍천9경을 담은 아름다운 영상을 보여주었다.
홍천9경 영상공연 전과 중간에 홍천9경을 담은 아름다운 영상을 보여주었다. ⓒ 김영조

 

예전엔 문화예술도 서울로만 집중되었었다. 그래서 지방 사람들은 좋은 공연을 하나 보려고 해도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 서울나들이를 해야만 했다. 지방사람들의 문화예술에 대한 욕구 충족이 그만큼 어려웠었다. 하지만 이제 지방도 문화예술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자기 고장에서, 고향의 이야기를 문화예술로 담아내는 것이다.

 

그 대열에 강원도 홍천도 함께 한다. 지난 11월 30일 저녁 7시 30분 홍천의 홍천문화예술회관에서는 홍천군의 무대공연 지원사업으로 전상국 작사, 이병욱 작곡, 김동언 연출의 "홍천9경 구경가세!" 공연이 열렸다. 홍천 아홉 절경을 노래하는 고향의 노래였다. 중요무형문화재 판소리 이수자 조동언 명창이 구수한 솜씨로 공연을 이끌었다.

 

공연은 먼저 홍천9경 가운데 5경의 아름다움을 영상으로 보여주었다. 주민과 공무원이 직접 출연하여 각 절경을 친근감으로 소개했다. 그리곤 홍천무궁화합창단 지휘자 임종상의 지휘로 예음합창단의 "아름다운 홍천9경 구경가세"라는 합창이 공연의 문을 열었다.

 

예음합창단 공연 공연의 시작, 임종상 지휘로 예음합창단의 화음이 펼쳐진다.
예음합창단 공연공연의 시작, 임종상 지휘로 예음합창단의 화음이 펼쳐진다. ⓒ 김영조

 

소리하는 송문선 홍천9경 가운데 팔봉산과 미약골을 빼어난 목으로 소리한다.
소리하는 송문선홍천9경 가운데 팔봉산과 미약골을 빼어난 목으로 소리한다. ⓒ 김영조

 

소리하는 이병욱 걸쭉한 소리로 청중을 사로잡는다.
소리하는 이병욱걸쭉한 소리로 청중을 사로잡는다. ⓒ 김영조

 

이후 1경 팔봉산, 3경 미약골은 송문선이, 2경 가리산과 4경 금학산, 5경 가령폭포는 작곡자 이병욱이 직접 불렀다. 아름다운 한복 차림의 송문선은 현재 서울국악예술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인데 벌써 빼어난 목소리를 뽐내고 있어 큰 손뼉을 받았다. 이병욱은 그동안 여러 공연에서 작곡자가 아닌 소리꾼으로도 이미 정평을 받은 음악인답게 걸쭉한 소리로 청중을 사로잡았다.

 

다시 홍천9경의 나머지 4경 영상을 보여줬다. 그리고 이어지는 특별무대는 걸쭉한 이병욱의 노래와 구수한 "이병욱과 어울림실내악단" 연주이다. 객석은 이들의 "홍천강은 흐르네", "한 오백 년 살리라" 연주를 따라부르며 큰 손뼉으로 화답했다. 역시 이날도 이병욱과 어울림실내악단의 인기를 실감했다.

 

계속되는 6경 수타사, 7경 용소계곡, 8경 살둔계곡은 바리톤 박영진, 9경 삼봉약수는 다시 이병욱이 노래했다. 마지막 닫는무대로 구희서 시 "이 땅이 좋아라"를 출연진이 모두 함께 했다.

 

이병욱과 어울림실내악단  특별무대로 열린 이병욱과 어울림실내악단의 공연은 객석의 큰 손뼉을 받았다.
이병욱과 어울림실내악단 특별무대로 열린 이병욱과 어울림실내악단의 공연은 객석의 큰 손뼉을 받았다. ⓒ 김영조

 

객석과 함께 노래 하기 이병욱과 어울림실내악단이 객석과 함께 "홍천강은 흐르네"를 부르고 있다.
객석과 함께 노래 하기이병욱과 어울림실내악단이 객석과 함께 "홍천강은 흐르네"를 부르고 있다. ⓒ 김영조

 

열창하는 바리톤 박영진 바리톤 박영진은 중후한 목소리로 6~8경을 노래했다.
열창하는 바리톤 박영진바리톤 박영진은 중후한 목소리로 6~8경을 노래했다. ⓒ 김영조

음악을 작곡한 이병욱은 "한국 전통음악의 선율구조와 장단에 바탕을 두고 현대인들이 함께 공감할 수 있도록 서양적 기법을 수용하여 작곡하였다. 특히 하나하나의 절경을 민요의 특성인 경기제, 강원메나리, 남도가락 특성을 두루두루 활용하여 때로는 청아한 가곡의 여유와 멋이 살아 숨 쉬도록 했으며, 한 곡 한 곡 고유성이 돋보였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이병욱은 우리나라 처음으로 국악에 서양음악을 접목한 음악을 작곡하고, '이병욱과 어울림실내악단'을 만들어 인기를 얻어왔으며, 서원대학교 음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또 단순한 공연에 연출로 숨을 불어넣은 연출자 김동언은 "홍천의 아름다운 골짜기와 봉우리들을 끼고 굽이굽이 물결치는 강은 홍천 군민의 고향이자 이 땅에 사는 우리 모두에게 아름다운 고향이다. 가고픈 고향의 그리움과 아름다운 산천의 이미지를 편안하게 살리려고 했다. '홍천9경가'가 홍천의 노래가 되고 우리에게 사랑받는 고향의 노래가 되어 앞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창조의 원천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연출의 마음을 얘기한다.

 

김동언은 경희대 아트기획학과 전공주임교수로 오스트리아에서 음악극 연출학을 공부하고, 문화예술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현재 국고지원사업 공연예술분야 평가위원이며, 경기도 문화의 전당 이사이다.

 

소리하는 이병욱, 송문선, 박영진 닫는무대로 예음합창단과 같이 "이 땅이 좋아라"를 함께 노래 부르는 이병욱, 송문선, 박영진(오른쪽부터)
소리하는 이병욱, 송문선, 박영진닫는무대로 예음합창단과 같이 "이 땅이 좋아라"를 함께 노래 부르는 이병욱, 송문선, 박영진(오른쪽부터) ⓒ 김영조

 

이날 공연은 객석으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받았지만 옥에 티도 있었다. 영상을 보여주는 시간이 조금 길었다는 것, 마지막에 군수가 나와 이야기를 하는 바람에 연주자들이 객석의 손뼉을 받으며 아름다운 마무리를 해야 할 시간에 어정쩡한 모습으로 한동안 서 있었다는 점이다. 또 소리꾼들이 가사를 외우지 못해 계속 악보를 보면서 노래를 해, 노래에 제대로 혼을 담지 못했다는 문제가 있었다.

 

나중에 들은 얘기로는 공연 하루 전에 군에서 가사를 고쳐 보내 이를 외울 시간이 전혀 없었다고 한다. 공연에는 있어서 안 될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리고 아쉬운 점 하나는 단순한 소리와 연주보다는 절경에 전해지는 설화 등의 이야기가 담겼으면 좀 더 흥미로웠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이날의 공연은 홍천의 아름다운 절경을 잘 보여주고 홍천군민들은 물론 공연을 본 사람들에게 고향의 따뜻한 모습을 담아낼 수 있도록 했다는 평이다. 청중들은 이제 홍천도 이날 공연 덕에 문화예술이 살아숨쉬는 고장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입들을 모았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홍천#홍천9경#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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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으로 우리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 글쓰기와 강연을 한다. 전 참교육학부모회 서울동북부지회장, 한겨레신문독자주주모임 서울공동대표, 서울동대문중랑시민회의 공동대표를 지냈다. 전통한복을 올바로 계승한 소량, 고품격의 생활한복을 생산판매하는 '솔아솔아푸르른솔아'의 대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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