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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가라구요?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그 노래?"


올해 6월, 석 달 남짓 다녔던 회사 동료들과 점심을 먹다가 요즘 '희망가'에 꽂혔다는 말을 꺼냈다. 나름 진지했건만 모두들 터지는 웃음을 겨우 참는 분위기였다.


"아직 젊으신데..."
"취향이 올드한가봐!"
"무슨 사연이 있으세요?"


그네들의 비웃음 섞인 수군거림을 들으면서도 한동안 이 노래에 꽂혔음을 거부할 수 없었다. 바닥이 보일 만큼 우울할 때, '아유 이놈의 세상' 하면서 절로 욕이 나올 때 신기하게도 이 노래를 들으면 마음이 편안했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개나리 처녀나 희망가 같은 트로트를 흥얼거리는 어머니를 전혀 이해할 수 없었는데, 나이 탓인가 해서 서글픈 마음이 들기도 했다.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로 시작하는 청승맞은 가사의 희망가를 주의 깊게 듣게 된 것은 지난 6, 7월 방영된 <경성스캔들>이라는 드라마에서였다. 한고은이 연기했던 차송주라는 인물이 이 노래를 불렀다. 차송주는 비밀리에 독립 운동을 하고 있는 명빈관 기생으로 아버지가 진 빚 때문에 기생집으로 팔려가서 어쩔 수 없이 기생이 된 여자였다. 처음 순결을 잃고 자살하려는 순간, 그녀에게 살아갈 힘을 준 말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라는 말이었다. "이 세상에는 그래서 사는 사람은 별로 없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거지, 꼭 살아.' 그녀가 사모하던 한 청년이 해주었던 이 말은 힘든 세월, 그녀에게 살아가는 힘을 주었다.


9년의 시간이 흐른 후 자신에게 희망을 주었던 청년을 일본 총독부에서 만나고 돌아오는 길, 쓸쓸한 마음을 담아 카페에서 부르는 노래가 바로 '희망가'이다. 노래를 부르기 전 무대에서 차송주는 멋진 말을 했다.


"청춘의 특권을 빼앗긴 척박한 이 시대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여러분들을 위해 이 노래를 바칩니다."


그리고 잔잔히 울려 퍼지던 희망가를 들으면서 나는 흘러나오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극중 주인공이 아픈 마음을 달래는 모습이 눈물겹기도 했지만, 다소 청승맞은 가사와 멜로디도 들을수록 차송주가 말했던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잘 맞는 노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가 들수록 사명감에서든 행복해서든 '그래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쉽지 않다. "아픔에도 불구하고, 힘듦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나게 된다. 원래 인생이란 슬픔이 양념처럼 섞여야 제 맛을 내는 음식 같은 것인지 사람들은 저마다 짊어지기 어려운 짐 하나씩은 등에 지고 살아간다. 


'부귀와 영화를 누렸으면 희망이 족할까 세상만사가 춘몽 중에 또 꿈같다'라는 이 노래를 흥얼대며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잠시나마 그 짐을 내려놓았을 것이다. 짐을 다시 짊어지고 일어나면서 그럼에도 열심히 살아야지 하는 다짐도 했을 것이다.


문득 이 노래를 가끔씩 흥얼거리시던 어머니 생각이 났다. 어머니는 어떤 마음으로 희망가를 불렀을까? 어릴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아버지 어려운 줄 알아라'는 말은 들어 봤지만 그 반대의 말은 듣지 못했다. 어머니는 당연히, 어떤 존경의 말을 듣지 못해도, 세끼 끼니를 해결해주고 빨래도 병 수발도 척척 해주시는 존재였다.


내가 한 아이에게 엄마로 불리게 되면서 내 어머니가 보여준 그 많은 당연한 일들이 정말 희생 어린 노고라는 것을 안다. 익숙한 공기처럼 그렇게 가족들에게 존재하는 동안, 어머니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야지'를 외쳤던 순간이 있었을 것이다.


부엌에서 저녁 찬거리를 썰면서, 저녁 늦게 빨래를 개시면서 가끔씩 흥얼거렸던 이 멜로디가 엄마의 무거운 짐을 조금은 내려주었을까? 


간간히 지나가는 차 소리만 들리는 고즈넉한 밤에 희망가를 들으면서 엄마만큼의 짐은 아니지만 내 등에 올려진 짐을 잠시 내려놓는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살아야지' 하는 '희망'을 마음 속에 품어본다.


#트로트#희망가#어머니#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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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민은 기자다! 라는 모토가 신선했습니다. 과거와 달리 각 블로그와 게시판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시대에는, 정보의 생성자가 모든 이가 됩니다. 이로써 진정한 언론과 소통의 자유가 열렸다고 생각합니다. 또 변의 일상적인 이야기도 알고 보면 크면 크고 중요한 이야기라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여성, 특히 아줌마들의 다양한 시각, 처한 현실 등에 관심이 많고, 이 바께 책이나 정치 분야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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