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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국방부의 제주 해군기지 방침에 맞서 강정마을 주민들의 반대투쟁은 계속 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 양홍찬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반대대책위원장이 <오마이뉴스>와 글을 보내와 싣습니다. 양 위원장은 강정마을에서 화훼농사를 짓고 있는 평범한 농부이자 독실한 기독교 신자입니다. [편집자말]
 강정마을에서 바라본 제주 바다.
 강정마을에서 바라본 제주 바다.
ⓒ 이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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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 바다 건너 제주도에서도 남쪽 끝에 자리한 서귀포에서 서쪽으로 8㎞ 지점에 강정동이란 작은 마을이 있습니다. 660여세대 1900여명이 모여 산지 400여년이 되는 농촌으로 반농반어 마을입니다.

물이 귀한 제주에서 저희 마을은 사시사철 용천수가 마을 곳곳에 넘쳐흘러 마을이름도 물강(江) 물정(汀)을 쓰며 자연환경이 너무 좋아서 예로부터 '일강정'이라 불려 왔습니다. 언제나 맑고 깨끗한 물이 흐르는 강정 큰내(江汀川)와 아끈내(嶽近川)는 서귀포 시민의 80%가 식수로 마시고 있으며, 천연기념물인 원앙들과 멸종위기 식물인 솔잎란이 자생하고 있습니다.

하구 연안에는 서근도·범섬·문섬·섭섬으로 연결되는 5개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천연기념물 제44호인 연산호 군락지가 있습니다. 특히 유네스코는 이 곳을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하여 인위적 훼손을 막고 있습니다.

4·3의 상처 품은 섬, 드디어 평화가 오나 싶었는데

대한민국 어느 곳 어디에 아픈 역사가 없겠습니까. 제주도 역시 1948년 4·3때 약 3만명 이상의 주민이 중앙정부에 의해 무참히 살해되는 등 말 못할 원한을 가슴에 품은 채 지난 50여년을 인고의 세월로 보내야 했습니다.

정부는 지난 2003년 10월 4·3에 대한 사과와 2004년 3월 제주 언론인과의 만남에서 제주도를 인권의 상징이자 평화의 섬으로 우뚝 설수 있게 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그리고 제주도를 지난 2005년 1월에 세계평화의 섬으로 선포하였습니다.

4·3의 아픈 역사의 상처들을 서로 용서하고 화해와 상생을 토대로 한반도와 동북아 더 나아가 세계평화 번영의 중심으로 제주도를 자리매김하게 하는 것이 세계평화의 섬 취지임을 다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세계 평화의섬' 선포는 제주 국제자유도시 특별법 제12조의 규정에 의해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지정 선언문에 서명하였습니다. 그리고 지난 6월27일 제주의 화산섬과 용암동굴계가 세계 자연유산등재란 기쁨을 온 국민과 함께 누렸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도 "제주를 대한민국의 보석"이라며 기뻐하던 모습이 생생합니다.

 제주도 강정마을 주민들이 정부의 해군기지 방침에 맞서 마을을 '생명평화마을'로 선포하고 평화기원 방사탑을 포구에 세웠다.
 제주도 강정마을 주민들이 정부의 해군기지 방침에 맞서 마을을 '생명평화마을'로 선포하고 평화기원 방사탑을 포구에 세웠다.
ⓒ 이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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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제주에 정부와 국방부에서는 해군기지를 건설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남북한의 긴장완화는 실현이 된지 오래고 남방으로부터 직접적 침략위협이 당장 또는 중기에 있는 것도 아닌 상태에서 해군기지를 건설하려는 것이 과연 합당한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제주에 건설하려는 해군기지는 대양함대의 기치아래 공격적 무기체계를 갖춘 이지스함, 대형수송함, 잠수함 등으로 이루어진 전대급입니다. 상대국 일본·중국 등의 입장에서 보면 공격적 군사력의 전진 배치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상황인 것입니다. 세계군비 지출 총액의 65%가 쓰이는 곳이 바로 동북아 지역입니다. 제주 해군기지는 한국과 일본·중국 등의 군비경쟁을 더욱 가속화시킬 우려가 있는 것입니다.

더 큰 문제는 해군기지 건설에 앞서서 정부나 국방부는 주민동의 없이는 건설 안 한다고 몇 차례 천명하고서도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강정마을은 해군지기 후보로도 거론조차 되지 않았던 마을입니다. 국방부는 당초에 화순항을 해군기지로 건설하려고 했으나 주민들이 5년동안 강력한 반발로 건설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러자 위미 지역에 건설 하려고 추진하다가 주민다수가 지난 4월까지 강력 반대하자 갑자기 저희 강정마을로 선회한 것입니다.

제주도지사와 해군이 지난 4월에 우리마을 몇몇 분을 포섭, 은밀히 추진하여 4월26일 마을 임시총회를 기습적으로 열어 박수로 해군기지 유치신청을 해버렸습니다. 마을의 중차대한 사안을 공론화과정 단 한 차례도 없이 군사작전마냥 처리해 버렸습니다.

절차상의 문제가 명명백백하였기에 대다수 주민들은 8월10일 임시총회에서 신임 마을회장(강동균) 부회장 2인을 선출했습니다. 그리고 8월20일 해군기지 유치에 대한 찬·반 주민투표를 실시키로 의결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해군과 공무원, 찬성 측 주민들은 주민투표에 참여하지 말라고 집집마다 전화를 했습니다. 심지어 투표일에는 노인회원을 버스로 인근 휴양지로 보내어 밤10시가 돼서 돌아오는 일들도 있었습니다.

 제주도 강정마을 주민 200여명이 '2007 제주평화축제'를 주최하고 '생명평화마을' 선포식을 치르고 있다.
 제주도 강정마을 주민 200여명이 '2007 제주평화축제'를 주최하고 '생명평화마을' 선포식을 치르고 있다.
ⓒ 이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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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방해에도 불구하고 실제거주 유권자 약 1050여명 (부재자 제외)중 725명이 참석하여 주민투표결과 반대 680표, 찬성 36표, 무효 9표로서 사실상 공식적으로 강정마을 주민의 대다수가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고 있음을 확실히 보여 주었습니다.

아무리 국방에 관한 사업이라 할지라도 해당지역 주민의 동의를 얻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요? 그리고 주민동의 방식은 해당지역 주민 전체가 참여하는 주민투표여야 합니다. 힘은 자발적일 때 강합니다. 힘의 근본은 민주입니다. 그러기에 민주적 결정 방법이 매우 중요한 것입니다.

평화를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현재 국회에 제주 해군기지건설과 관련한 2008년도 예산 324억원이 올라가 있는 상태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해군기지 찬·반 갈등으로 몇십년 넘게 이어온 동창회와 친목계가 깨지고 있는 등 주민들은 4·3 이후 최고의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이 예산이 통과되어 집행된다면 강정마을뿐만 아니라 제주도 전체가 극심한 갈등상황으로 치달을 것입니다.

아무런 힘도 권력도 없는 우리 주민들은 반칙 한번 쓰지 않고 정부와 국방부, 제주도의 편법추진에 맞서 싸워왔습니다.

국민 여러분, 우리를 도와주십시오. 제주도를 저희 주민만의 섬이 아닌 평화를 사랑하는 세계인 모두의 섬으로, 온 국민의 섬으로 지킬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해군기지 관련 예산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도록 함께 막아주십시오.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제주해군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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