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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일미디어

얇은 책과 두꺼운 책 중 어느 책이 좋은 책일까? 쉽게 생각하면 두꺼운 책이 좋은 책이다. 갈수록 책 두께는 얇아지고 글자 크기는 커지고 있다. 원서는 한 권인데 우리나라에서 번역되면 두 권이 되는 이상한 일도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책 내용이 알차고 좋다면 불만은 있지만 읽을 마음은 있다. 원서를 요약한 문고판은 여행과 놀이 갔을 때 읽기에는 더없이 좋은 책이다.

 

2002년 7월 10일 얇은 책 하나를 만났다. <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이라는 책이다. 아마 이 책은 '인터넷'이 없었다면 태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성장의 한계>와 <한계를 넘어서>를 공저한 환경학자인 도넬라 메도스(Donella Medows)박사는 1985년부터 환경문제를 신문에 기고하면서 환경 파괴를 경고했다. 기고한 내용을 묶어 <세계시민>(Global Citizen)이라는 책을 냈는데 책에 포함되지 않았던 에세이 한편이 인터넷이라는 바다에 던져졌다. 그 에세이의 제목이 '세계가 만일 1000명의 마을이라면'이다.  

 

인터넷에 던져진 에세이는 이름 모를 이가 또 다른 이름 모를 이에게, 또 아는 이가 아는 이에게 살을 붙이고 생각을 붙이면서 실어 날랐다. 그 글들을 모아 엮은이가 이케다 가요코씨다. 63억을 100명을 줄여 부담스럽지만 자신이 몇 명에 포함되지 쉽게 알 수 있게 함으로 재미가 있다.   

 

"20명은 영양실조이고, 1명은 굶어 죽기 직전인데 15명은 비만입니다. 이 마을의 모든 부 가운데 6명이 59%를 가졌고 그들은 모두 미국사람입니다. 또 74명이 39%를 차지하고 겨우 2%만이 20명이 나누어 가졌습니다."

 

21명과 15명이 비교된다. 15명이 조금만 나눈다면 21명은 영양실조와 굶주림 때문에 생명을 잃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부가 얼마나 극단적으로 양극화되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6명이 59%이고 20명이 2%다. 이는 양극화가 아니라 극양극화다.

 

자본주의를 생명처럼 여기는 이들이 살아가는 세상이다. 이는 자본주의가 아니다. 자본주의는 공정한 경쟁을 통하여 부를 쌓아가는 경제체제다. 극양극화가 벌어지고 있는 것은 자본주의가 진짜로 시행되고 있지 않음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양극화를 비판하지만 100명의 마을이라면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은 부자에 속했다.

 

"이 마을 모든 에너지 중 20명이 80%를 사용하고 있고, 80명이 20%를 나누어 쓰고 있습니다. 17명은 깨끗한 물조차 마실 수 없습니다."

 

에너지도 양극화다. 가장 기본권인 마실 물조차 없는 이들이 17명이다. 세계가 얼마나 불평등한지 말한다. 이런 세상이 과연 좋은 세상일까? 우리나라 사람은 20명에 포함되어 있다. 세계 속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빈곤과 기본권조차 행사할 수 없는 상황인지 알 수 있다. 우리가 가진 것을 가난하지 않고, 부를 가지고 있음을 알게 한다. 우리는 이미 나눌 것이 있는 자들이다.

 

"은행에 예금이 있고 지갑에 돈이 들어 있고 집안 어딘가에 잔돈이 굴러다니는 사람은 마을에서 가장 부유한 8명 안에 드는 사람입니다. 자가용을 소유한 사람은 7명 안에 드는 사람입니다. 1명은 대학교육, 2명은 컴퓨터를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서 이 책의 한계를 발견한다. 63억을 100명으로 만들어버린 결과 이 책을 살 돈이 있고, 읽을 줄 아는 사람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5명 안에 들어가버리고 만다. 63억을 100명으로 줄여 100명으로 세계 인민의 모든 상황을 절대하여 상대적 빈곤과 고통, 소외, 불평등을 담지 못하게 한다.

 

인간은 절대빈곤과 불평등, 양극화도 해결해야 하지만 상대빈곤과 불평등, 양극화도 해결해야 한다. 대한민국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은 100명에 비교하면 다들 20명에는 들어갈 것이다. 하지만 20명은 또 다시 나누어지며, 그곳에 불평등이 자리 잡고 있다. 모든 사람은 더 나은 세상을 살아갈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더 나은 세상을 살아갈 권리가 있지만 우리는 분명 전쟁의 위협, 체포, 고문의 위협을 과거보다는 적게 받는 사람이다. 냉장고에 먹을 것이 있는 사람, 먹을 게 있는 사람, 글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은 선택받은 사람이다. 종교를 믿을 자유가 있다. 월셋방이지만 비를 피할 집도 있다.

 

그러기에 우리보다 더 고통받는 이들을 기억하고 그들에게 사랑과 나눔을 보여주어야 한다. 절대빈곤과 상대빈곤이 지구상에서 언젠가 사라지기를 노력하는 이들에게 <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은 작은 배움이 되리라.

덧붙이는 글 | <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 이케다 가요쿠 구성 ㅣ C. 더글러스 루미즈 영역 ㅣ 한성래 옮김 ㅣ 국일미디어 ㅣ 6,800원


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 : 사람 편

이케다 가요코 지음, 더글러스 루미즈 영역, 한성례 옮김,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2018)


#세계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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