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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생활하면서 지울 수 없는 생각의 틀이 생겼습니다.  그것은 바로 한국과 비교의 틀입니다. 한국과 같고 다름입니다. 같은 것 보다는 다른 것이 눈에 빨리 들어오기도 합니다. 오랫동안 머물지 않았기 때문에 비교의 눈길과 느낌의 깊이가 덜  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장애인 자녀를 둔 가정을 지켜보고 또한 직접 보면서 고향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안에 대한 차별성은 피부로 느낀 바를 이야기 하고자 합니다.

 

영국에서 본 가정의 장애아는 한국 기준으로 보면 1급 장애인입니다. 주위 사람 도움 받지 않고는 움직일 수 없고 먹을 수도 없으며  말도 통하지 않고 성장도 멈춰 버린 아이입니다. 이 아이를 주말을 제외 하고 차가 매일 집 앞까지 와 학교에 태워가고 태워 오기도 합니다.

 

학교에 내는 돈은 학교에서 먹는 간식비가 전부입니다. 때로는 부부가 아이 두고 외출을 해야 할 경우 장애인이 돌보는 복지사가 집으로 오거나 기관에서 맡아 돌봐 주기도 합니다. 장애인 아이들 둔 부모의 정신 건강을 상태를 체크하기 위하여 복지사가 상담을 제의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이 수준에 가려면 아직도 멀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장애아를 둔 부모를 보고 한국 사람들이 아이 때문에  영국에 살아야 되지 않느냐 하는 소리도 가끔 듣는다고 합니다. 아이 부모는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서글픔을 몹시 느낀다고 합니다. 실제 장애 아이 때문에 한국에서 교수자리를 제의 받아도 돌아가지 못하는 가정을 본 적이 있습니다.

 

이런 수준의 영국복지도 이곳 교수들 눈에는 만족 못해 사정없는 비판을 가합니다.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가 되면서 복지가 클라이언트와 관계를 중시하기보다 복지기관의 이익 창출을 위한 경제성과 효율성을 우선하기 때문에 복지 수혜자의 질이 떨어진다는 내용입니다.

 

복지사도 복지기관 서비스 이용자의 서비스를 만족시키는데 시간을 투자에 우선하기 보다는 위탁을 준 공공기관의 '서류 챙기는 잔업'(paper work)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공공기관이 복지기관을 직접 운영하는 것을 최대한으로 피하고 민간 기관에 위탁하여 공공기관의 책임성과 복지 수혜자의 민원을 회피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입니다.

 

영국의 이러한 성향은 한국에서도 발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좋은 것은 외면한 채 좋지 않은 것을 빨리 도입하고 있으니 가슴 아픈 일이지요. 최근 포항의료원이 정신과 병동을 올해 말 폐쇄 한다고 선언 했습니다. 의료원은 경상북도가 전액 출자해 설립한 공공 병원입니다.

 

정신과 병동을 폐쇄하는 주된 이유는 이익이 창출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정신과 의사의 급여가 다른 과의 의사들 보다 2배에 달하여 적자가 심각하다는 것입니다. 또한 대부분의 환자도 80여명의 영세민이라 병원의 수익 창출에 많은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 정신과 폐쇄의 정당성으로 제시 했습니다. 

이것은 시민사회가 외면 할 사안이 아니라고 봅니다. 포항의료원이 개인 병원처럼 이익을 최대한 창출을 목표로 하는 병원인가 하는 점입니다. 경상북도가 전액 출자한 병원이라면 시민건강의 증대를 위한 병원이어야 하지요. 더욱이 소득이 낮아 개인 병원을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을 치유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포항의료원의 존재 의의라 할 수 있습니다. 공공의료원도 수익을 올리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그러나 공공성을 지향하는 병원이라면 이익 창출이 우선 순위가 될 수 없습니다.

 

포항의료원의 운영의 총책임을 맡고 있는 현 경영진과 경상북도 도청이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병원 관계자가 “의료원 감사를 하는 기관이 수익 창출의 요구를 받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 감사의 주체가 경상북도와 의회일 것입니다.

 

포항의료원의 정신과 폐쇄를 보면서 경상북도 도민의 정신건강과  복지를 위한 도정을 펼친다고 할 수 있습니까. 아마 수익 창출을 요구 했던 것은 의료진들이 안일하게 경영하지 말라는 뜻에서 요구했을 것입니다. 이것을 핑계로 공공성을 외면하고 이익 창출을 최대 목표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병원 경영이자 도정의 복지 원칙 부재라 할 수 있습니다.

 

수익 증대에 열을 올리기 위해 정신과 폐쇄를 통한 구조조정에 나서는 포항의료원 경영진과 경상북도 도청 그리고 도의원들 두고 포항지역 시민사회는 물론이고 경상북도 시민단체들은 그들을 향해 못 본 체 해야 하는지 아니면 그들에게 대안을 제시하라고 촉구하고 나서야 할 일인지를 되돌아 봐야 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포항시민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경상북도 #포항시#포하의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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